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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야 LEEya Sep 01. 2021

영어가 싫다는 아이도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을까?

영어가 싫다는 아이와는 어떻게 영어공부를 할까?

"선생님, 혹시 이런 아이도..." 하며 수업 관련 상담 전화가 왔다. 들어보니 아이가 영어를 너무도 싫어하는데, 이제는 영어를 시켜야 할 것 같아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영어공부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이가 싫다고만 하는 바람에 그대로 멈춘 상태였다.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영어실력도 진단할 겸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만나보니 아이는 시종일관 "저는 영어를 싫어하는데요..." 하며 말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부모들의 마음은 비슷하다.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공부를 시켜서 더 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이가 싫다고만 하는데 방법이 있을까? 언젠가 좋아하길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싫어도 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할까?


첫 번째로는 아이가 영어를 싫다고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의 마음은 방법을 빨리 찾아서 내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을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영어가 '싫다'라고 표현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우선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싫다'는 곧 '마음에 들지 않는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왜 영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연령층이 낮을수록 영어공부를 해 본 경험도 거의 없을 텐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상황이, 물건이,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이유가 있듯 아이들에게 영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이유가 있다.


아마도 영어가 낯설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싫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하필 그 낯선 언어를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배워야 한다면? 더 싫을 수 있다.  왠지 엄청 힘들게 공부를 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싫을 수도 있겠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맞고, 싫지만 하다 보면 싫다는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싫다고 하면 일단은 좀 그 마음만큼은 들어주자. 아이가 영어가 싫다고 이야기 할 때, "그렇구나, 영어가 싫구나." 라고 받아줘 보자. 그 한마디에 아이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종종 본다. 


그렇다 그냥 영어가 싫다는 아이의  마음을 좀 들어주면, 아이는 영어에 대해 마음을 더 열게 된다. 



둘째, 영어와 친하게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자. 영어를 왜 해야 하는지 설명보다는 아이에게 영어공부가 꽤 괜찮고 할 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영어를 가깝게 느끼고 영어공부를 더 시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랑 친해지도록 다리를 놓아줄 수 있을까?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해 보자. 그림을 좋아하는지, 소리를 좋아하는지 또는 만화를 좋아하는지 살펴보자.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것이 영어와 친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6세에 만나 몇 달을 영어를 하네마네 씨름을 한 여자아이가 있다. 도대체 어쩜 그렇게 싫다는 건지 처음엔 난처했다. 어느 날 이 아이에게 그림일기를 쓰자고 하면서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책상 위로 뛰어 올라가 그림에 푹 빠져 그리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그날 당장 트레싱 페이퍼를 샀다.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 그림책을 펼쳐 트레싱지를 데고 그림을 베끼게 했다.  그러자 이 아이가 영어 그림책에 그림뿐 아니라 글도 베껴 쓰기 시작을 했고, 한 권이 끝날 무렵 거의 외우다시피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이후에는 영어에 재미도 붙이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알파벳도 채 띄지 못했다면 만난 남학생. 무슨 말을 해도 "저는 영어를 싫어하는데요..."로 시작했던 아이. 실은 알고 보니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과 조급한 마음이 있는 아이였다. 알파벳을 공부하고, 더듬더듬 책 읽기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영어책 중에 좋아할 만한 책을 함께 찾아보곤 했다.  아이는 만화 형식으로 그림이 화려하게 들어간 책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좋아하는 영어책들이 생기자 스스로 책을 읽어오기 시작했다. 


영어가 싫다고 하는 아이들은 이유는 다양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영어와 익숙해지고, 할만하다는 느낌만 생겨도 영어공부에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 




셋째, 가벼운 약속도 시도해 보자. 영어공부를 하는데 하고 싶을 때만 하고, 싫을 때는 안 하고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실력은 고사하고 그렇게 해서는 영어와 친숙해지지도 않고 친숙해지지 않으니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어떤 약속들을 하면 아이가 영어랑 친해질 수 있을까? 아주 가벼운 약속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영어를 싫어해서 영어학원은 보내지 못한다며 문의를 해온 7세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이와 재미있게만 수업을 해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문제는 초반에는 재미 위주로 하더라도 실력을 쌓고 싶다면 싫어도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가 영어단어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작은 약속을 시작했다. 먼저 배운 단어들을 아이의 방문에 함께 붙였다. 그리고 그 방문을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읽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는 이 작은 약속을 무척 흥미로워했고 영어 읽기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긴 표현과 글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도했는데 훌륭하게 해 내었다. 


이렇게 작게 정하고 시작하면 된다. 5분만 매일 영어 듣기, 자기 전에 짧은 책 한 권 읽기, 차로 이동할 때만 영어 듣기, 문에 붙여놓은 표현만 지나가다 한 번씩 읽기... 작게 정할 수 있는 약속은 얼마든지 있다. 가볍고 작으니 할 만하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게 되고 그런 마음이라면 쉽게 지키게 된다.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 주고 방향을 잡아주는지에 따라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도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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