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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Jul 02. 2022

#5. 이제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서동시장의 맛

KBS2 <징크스의 연인> 수목 밤 9시50분 (6.15~)

KBS2 수목드라마 <징크스의 연인>. 

이번주까지 총 6회가 방송되었는데요, 이야기의 주무대는 시끌벅적 서동시장입니다. 

서동시장 사람들,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 사람냄새 풀풀 납니다. 우현, 황영희, 황석정, 홍석천, 김정태 등 서동시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님들의 연기 역시 일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수비커플(수광과 슬비)만큼 서동시장 상인회장님, 통닭집 방여사님과 딸래미 은정(나의 최애 캐릭터), 옷가게 홍사장님, 생선가게 스마일댁, 반찬가게 아들 영우 등이 만들어가는 서동시장 월드는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집니다. 


“뭐가 그렇게 좋아?”


물으신다면 , 음... 태도인 것 같아요. 


어제가 오늘이요, 오늘이 내일인 일상을 살아가지만 싫증내는 법 없이 유쾌하고,  저 놈이 재수 없고, 좀 덜 떨어지고, 괴상해도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특히 저한테 좋았던 지점은 미워하는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였는데요, 설사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워해도 서동시장 월드에서는 절.대. 그 미움이 혐오나 증오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 산 증인이 바로 우리의 남주, 징크스의 남자 공수광(나인우 분)이죠. 


“으악 공수광이다!:


불운의 남자 수광이 서동시장에 터를 잡은 후 시장 안에는 재수 옴 붙을 일들이 우루사처럼 일어나고, 그리하여 수광이 등장하면 시장 안은 도망치고, 소금뿌리고, 소리 지르고, 난리브루스가 펼쳐지지만, 그렇다고 서동시장 월드에서는 그 누구도 수광이 가진 불운을 혐오의 먹잇감으로 삼지 않습니다. 미워하고 미워해도, 그 미워함에는 암묵적인 룰과 윤리가 있는 거죠. 서동시장의 세계에서는 누군가로부터(또는 나의 마음으로부터) 빚어진 불운이나 미움을 혐오의 연료로 사용하는 빌런들이 자리잡을 공간은 없습니다. 


사실 이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드라마 밖 세계가 혐오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증오와 혐오로 똘똘 뭉친 구겨진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세상 곳곳의 분위기를 인상 찌뿌리게 만드는 현실 세계에서 서동시장 사람들이 수광을 미워하는 태도는 굉장히 신선합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시간에도 “오늘은 누구에게 악플을 달지? 누구에게 저주의 언어를 퍼붓지?” 혐오할 목표와 표적을 찾는 분들에게 꼭 이 드라마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녁 메인뉴스를 보다가 세상의 날선 언어에 인상 찌뿌려진 분들에게도 이 드라마를 권하고 싶습니다. 서동시장 사람들이 불운의 남자 수광을 미워하는 정도만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해도 세상은 살만해지고, 재미있어질 겁니다. 


그리고! <징크스의 연인>을 보는 그 시간만큼은 하룻 동안 여기저기서 구겨졌던 삐뚤어진 마음이 솨르르~ 풀릴 겁니다. 

“얼굴 찌뿌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징크스의 연인>

KBS2TV (본방) 수목 밤 9시 50분 (재방) 일 오후 1시 5분 / 수 오전 11시

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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