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음을 얻기 위한 시도, 저널리즘 토크쇼J

사사건건~ 댓글도 읽고~ 토크쇼도 하고~

by 오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압축해보면

첫째) 한국 언론의 당면 과제, 특히 KBS 뉴스의 당면 과제는 신뢰 구축이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나와의 결별, 그리고 출입처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결별하겠다는 의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게 핵심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당사자들은 괜히 짜증이 나고 억울하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기사를 쓰고, 뉴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언론 신뢰도와 관련된 수많은 지표들을 보다 보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신과 당신 동료들이 설사 공정하고 불편부당하며 객관적인 기사를 쓰고 최선을 다해 현장을 누볐다 하더라도, 당신들은 믿을 만한 저널리스트로서 보이는데 실패했다.”



출처: 시사인 626호 (2019, 9, 17).

위에 표는 시사인이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중 2010년과 2019년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TOP5를 정리해본 거다.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은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신뢰하는 언론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1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손석희 JTBC 사장밖에 없다. 2위부터는 5%도 안 되는 수준에서 각축이다. 둘째) 10년 전에는 “신뢰하는 언론인”을 뽑아달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래도 전통적인 저널리스트들을 떠올렸다. 엄기영과 백지연은 MBC의 언론인, 김대중은 조선일보의 언론인, 이금희는 KBS에서 방송활동을 시작한 아나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손석희 앵커를 제외하고는 떠올리는 전통적인 저널리스트가 없다. 유시민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동길 명예교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유튜브 정규재 TV)를 떠올린다.

나는 이런 게 한국 언론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모욕과 수치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한국의 언론인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 몰려 있는 한국의 언론인들은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데스크가 변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임기는 길어봐야 2년에서 3년인데 지난 수십 년 해왔던 방식을 포기하고 싶지 않거나 잘 모르는 영역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것이다(이정환, 2019, 3월, 인물과 사상).”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진단을 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건 물론이고 언론에 대한 모욕과 모멸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를 비상상황으로 여기지 않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의 덫에 갇혀 있다.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지는 알고 있지만, 또 외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방식이 잘못되었거나 비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정형화된 패턴의 잠김효과(lock-in effect) 또는 매몰비용효과(sunk cost effect) 때문에 기존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강준만•전상민, 2018, 커뮤니케이션 이론, 15-1).”


이정환 대표의 말처럼 한국 언론의 데스크들도 문제이고, 강준만 교수의 이야기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 경로의존성도 문제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히 구조적이고 습속적인 문제, 즉 한 저널리스트가, 한 개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결과로써 드러난 “한국의 기자들은 (시민들에게) 믿을 만한 저널리스트로서 보이는데 실패했다”라는 명제를 앞에 두고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구조나 관행 그런 것은 모르겠고, 그냥 심플하게 “믿을 만한 저널리스트”로서 보이면 되는 거잖아?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이었던 정규재 대표도 유튜브에서 사고를 치는데(여기에 대한 가치판단은 보류하고~~) 젊은 저널리스트들, 좁게는 KBS의 기자들이 이걸 못할 이유가 뭐야? 동시에 이런 질문도 들었다. 이런 움직임이 공영방송 안에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어떤 영역에서는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하잖아? 이런 질문이 동시에 들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예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이었다.


KBS 기자들이 자기 리포트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변명, 부연, 답변, 자성하는 프로그램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망가진 한국 저널리즘 회복을 위해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진실을 향한 거침없는 질문’을 기치로 한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 이 세 프로그램은 2018년 여름~가을 시즌에 방송을 시작하여 1년이 지난 지금(2019,10,6일 현재) 유튜버에서 구독자수가 각각 10만 명, 21만 명, 6만 명 정도가 된다.


출처 : 유튜브 (2019, 10,6, 오후 5시 기준)

유튜브 구독자수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시청률과 동영상 조회수가 높은 것도 아니지만 분명 이들 프로그램은 기존의 KBS 뉴스와 질적으로 다르다. 팬앤드마이크tv의 정규재 대표는 기존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는데, 이념적 입장은 다를지 몰라도 이 이야기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의 문제의식과 상당부분 조응한다

“‘정규재 TV’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반응들을 보면 정규재 뉴스를 보다가 KBS 뉴스 같은 걸 보면 오락프로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거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뉴스가 없어요. 지식도 없고요. 어제(2015, 10, 5)만 해도 굉장히 중요한 국제 뉴스들이 많았는데 KBS 뉴스 같은 경우는 김무성과 서청원의 갈등, 한강에 사람이 빠져 죽은 사건, 이런 뉴스로 다 채웁니다. 그게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데 무슨 지식이 되겠냐는 거죠. 뉴스가 코미디 프로처럼 또는 싸구려 정치를 중계하는 것처럼 변질되고 있는 거죠. 종편들도 마찬가지예요. 종편이 그런 틈새를 메울 거라고 나왔는데 싸구려 논평가들이 나와서 정치 갈등이나 부추기고 있죠(정규재, 2015, 10, 15, 채널예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에는 구체적인 맥락이 있고 정보가 있고 토론이 있다. 확실히 기존 KBS 뉴스와 다르고, 이 다름 때문에 특별한 위치를 점하기도 한다. 때론 화제가 되기도 하고, 때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다름 때문에 KBS 뉴스 영역에서 마이너의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 저널리즘 비판, KBS 뉴스에 대한 비판을 주된 아이템으로 삼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과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격려와 응원도 있지만, 그이상의 비판과 우려와 불편함이 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구성해보면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다.


“출입처에서 만나는 기자들과 그들이 쓴 기사들을 비판해야 하는 거니깐, 취재 일선의 친구들은 부담을 가지게 되죠. 언젠가는 다시 출입처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하죠.”
“아무래도 메인뉴스 중심의 시스템이다 보니깐 저희는 변방이죠. 인력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고...”
“저희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피하고 싶은 게 있나 봐요, 우린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의 취지를 못 살리는 거니깐 부딪치죠.”
“KBS 뉴스를 깎아내리고 뉴스 욕하는 걸로 인기를 얻으려 한다는 시선이 있죠. 우리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공영방송의 뉴스를 업그레이드시키자고 하는 건데...”

참고: 댓읽기 FAQ,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답해드려요/댓글읽어주는기자들


나는 공영방송 저널리즘 영역에서 진행되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조금 불편하고”, “많이 어색해며”, “자주 논란이 되어도” 맷집 있고 집요하게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방점은 “집요하게”다. 유튜브 영역에 있어 뉴스 채널 구독자수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유튜브 구독자수와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언론사) 순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거다.


손석희 앵커로 대표되는 <JTBC 뉴스>의 유튜브 구독자수 119만 명,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자리한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제단>의 구독자수 93만 명,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자리한 <시민의 방송 TBS> 구독자수 61만 명, 정규재TV로 알려진 <팬앤드마이크tv> 구독자수 58만 명, <김동길 TV> 26만 명 수준이다(참고로 디지털 영역에서 나름의 성공 모델로 인식되는 <스브스 뉴스>의 구독자수는 정규재와 김동길 사이에 있다. 구독자수 44만 명).

출처 : 유튜브 (2019, 10, 6 오후 5시 기준) & 시사인


이 수치들을 보다 보면 <사사건건(구독자수 6만 명)>,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구독자수 10만 명)>, <저널리즘 토크쇼(구독자수 20만 명)>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집요하게 꾸준하게 가는 거다.

목표는 하나, 신뢰 구축을 통한 구독자수 확대.


TV 시청률이 단순히 노출 정도를 측정한다면 유튜브 구독이라는 것은 좀 더 적극적인 이용자들의 행동이다. 이 행동을 가능케 하는 것은 그 채널에서 제공되는 뉴스와 그것을 제공하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무형의 믿음이다. 이 믿음은 오랜 관계를 통해 견고해지고 확장된다. 그런 맥락에서 <사사건건>,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를 확장시켜 가는 것, 그것의 사후적 결과로써 신뢰도 조사에서 <사사건건>의 김원장 기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김기화 기자, <저널리즘 토크쇼J>의 정세진 아나운서와 정준희 교수 등이 한국인이 애정하는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이게 어쩌면 앞으로 몇 년간 KBS뉴스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뉴스 9’ 방송을 더 잘할까?”를 넘어 “단독 보도”, “최초 보도”를 넘어 기자들이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저널리스트로 보이는 상징 자본의 축적이다. 이 축적을 하는데 있어 <뉴스 9>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뉴스 포맷과 그것의 주요 근거지인 TV 너머 플랫폼들이 선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거기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아니라 신뢰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실험들에 있어 이곳이 중심지의 오랜 관행, 문법, 습관으로부터 상대적인 자유도가 높다는 생각과 지난 1년의 묵묵한 경험과 발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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