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지역, 언론의 아웃라이어가 되는 법.

by 오윤

한국의 기존 언론을 넘어서는 정거장, KBS의 기존 뉴스를 넘어서는 정거장에는 <댓글읽어주는 기자들>, <저널리즘 토크쇼J> 등이 꿈틀대는 디지털 영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울촌놈들이 고려하지 않겠지만) 지역이라는 공간도 있다. 이번 장은 지역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뉴스에는 < 지역 뉴스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론적으로나 현장에서도 규범과 당위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성은 공익의 핵심 가치다.” “로컬리티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다.” 등을 강하게 내세웠던 거다. 이 규범과 당위에는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방송이, 미디어가 바꿔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나는 이 전제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이게 한국 사회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거라는 냉소적 마음도 있다. 로컬뉴스를 강화하고, 지역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이 도대체 서울 중심의 한국 사회를 바꾸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이런 마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뼛속까지 서울 사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이 글을 쓰면서 전북대 강준만 선생님의 글 몇 편을 읽으면서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하여 이 글은 거의 대부분 (내가 팬으로 애정하는) 강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형식이 될 거다.


한국 언론 신뢰의 위기는 엄밀히 말하면 지난 수십년 간 서울 언론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물꼬는 어쩌면 지역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가능성은 더 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강준만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든 거다. 왜냐하면 중심(서울)의 오랜 관행, 문법, 습관, 논리로부터 자유도가 당연하게도 서울보다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전국보다 지역이 좀 더 현장(지역) 밀착적이고, 작고, 구체적이며, 이런 조건들이 누군가의 이야기와 삶에 좀 더 밀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동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KBS가 지역국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는 실험들이 개별 기사, 개별 프로그램을 넘어 그것을 생산하는 기자들(제작진들)이 “신뢰”라는 새로운 브랜드, “믿음직함”이라는 새로운 자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진행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 지역에서 가장 믿을 만한 지역 언론인이 되어야 하는 거다.


2018년 12월부터 KBS는 지역뉴스 활성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저녁 7시 뉴스를 지역 뉴스 체제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광주 총국에는 뉴미디어 프로젝트팀이라 하여 기존 TV문법을 넘어선 시도들을 디지털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조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단순히 “지역성 강화”라는 워딩 하나를 추가하는 걸 넘어 의미 있는 한국 언론의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면 좋겠다. 단순히 조회수, 시청률 그런 차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기사를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 중 누군가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믿을 만한 저널리스트”, “믿을 만한 연출자”로 이야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거다.


이 기대가 희망사항을 넘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인내와 맷집(나같은 서울쟁이들의 냉소와 푸념과 고정관념과 맞짱 뜨기 위해서는 굉장한 맷집이 필요할 듯)이 엄청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기억해두면 좋을 이야기들을 찾아봤다.

첫째, 시청률표를 보지 말 것. 그러니깐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닐슨코리아

위에 표는 제주 지역에서 지역뉴스 <7시 오늘 제주>가 방송될 때와 전국 뉴스 <뉴스 7>이 방송될 때의 시청률을 비교해본 거다. 어떤가? 전국 뉴스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다. 그 차이는 평상시에 가구 시청률로 2~3% 차이이고, “조국 이슈”와 같이 국가적 갈등 이슈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때(19년 3분기) 지역뉴스와 전국뉴스의 시청률 차이는 훨씬 더 크게 벌어진다. 가구 시청률로 거의 4% 정도 차이가 난다.


제주지역의 로컬뉴스 실험이 전 지역 단위로 확대 개편될 경우 각 지역의 시청률은 상당히 떨어질 거다. 제주 지역을 기준으로 해보면 전국 뉴스가 방송되는 현재와 비교할 때 대략 15%~30% p까지 떨어질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모든 지역은 “서울”에 종속되어 있고, 지역 시청자들은 “서울 뉴스”를 보기를 원하고 “서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사는 그 어떤 사람도 잠재적으로 서울 사람들인 거다.


그래서 지역성을 강화한다, 지역뉴스를 강화한다 할 때 필요한 것은 긴 호흡이고, 헷갈려서는 안 되는 게 지역성이란 개념이다. 지역성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지역민(지역 시청자) 중심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개념이다(강준만, 2019). 지역의 청년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울로 가려한다. 지역의 부호들은 서울에 부동산 한두 채를 사둔다. 지역 교육의 핵심은 여전히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이고, 그렇게 지역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빠져나간 자리에 지방대학은 죽어나간다. 이건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모인 각 지역의 엘리트들은 후배들에게 서울로 오라고 외친다. 지역의 토호들은 지역 정치와 언론을 견고한 학연, 지연 그물망으로 장악하고, 서울의 지역 엘리트와 결탁하면서 대형마트와 쇼핑몰과 호텔을 유치한다. 이들이 지역의 재래시장과 로컬 기업을 죽인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2019)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민이 외치는 지역주의가 역설적으로 지방을 죽이는 이유가 되고, 한국의 지역주의는 자주 지역민과 갈등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다고 진단한다. 이 딜레마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지역 뉴스는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든 일단 시청률 중심, 지역 시청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듯한 제스처, 서울 지역에서 상투적으로 너무 흔하게 사용하는 “국민적 관심사”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우선일 것 같다. 단기적으로 시청률이 떨어질지 몰라도, 단기적으로 지역 시청자들(서울 시청자에 가까운)이 무심하더라도, 그걸 각오하고 장기적으로 해내는 게 지역성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하려면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하는 거다.


둘째, 서울과 차별화된 뉴스를 만들어내는 계기로서 진화하는 방송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언론학자 시갈(Sigal, 1986, p. 15)은 “뉴스는 일어난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어났다고, 또는 일어날 거라고 말한 것이다(News is not what happen, but what someone says has happened or will happen)”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TV 뉴스의 핵심 속성이라면 기자들이 취재하고 발굴하는 “누군가”의 스펙트럼을 서울 기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 무심했던 현장으로까지 확장시키는 것, 그럼으로써 “뉴스의 사막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술적 지원군 중 하나가 MNG(Mobile News Gathering) 장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서울 중심의 한국의 TV 메인뉴스에서 현장 생중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기사의 3~4% 수준이고, 사전 녹화 비중은 90%를 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 BBC의 경우 현장 생중계 리포트가 전체 메인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다(삼성 언론재단, 2019, 9, 16). MNG 장비를 가지고 지방의 오늘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고 날것으로 전해줄 뉴스 콘텐츠를 KBS 지역뉴스가 개발할 수 있다면, MNG 장비를 가지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뉴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기자들이 지역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활약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역뉴스는 기존의 서울 뉴스와는 완전히 다른 색깔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돌아보면 TV 콘텐츠의 영역에서 방송 기술의 진화는 새로운 포맷과 양식을 발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가령 6mm 카메라 도입은 <인간극장>과 <VJ특공대>류의 새로운 휴먼 다큐멘터리를 탄생시켰고, 멀티 카메라 시스템과 비선형 편집시스템의 발전은 리얼버라이어티, 오디션 프로그램, 데이팅 프로그램 등 예능 콘텐츠의 분화를 가능케 하였다. 이 진화의 과정 속에 스타 PD들이 탄생한 것은 물론이다. 뉴스장르라고 여기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뉴스의 강화, MNG 기술의 진화, 이 두 개가 맞물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뉴스콘텐츠들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미몽(迷夢)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셋째, 이것은 지역뉴스와 서울뉴스 모두 함께 고민해볼 부분인데, 브랜드 저널리즘(+브랜디드 콘텐츠)과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괜찮아 보이는 것은 쏙쏙 빼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왜냐하면 브랜드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은 모두 “신뢰”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길고, 내가 볼 때는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조금은 길게? 짧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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