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7월 초를 감정선의 바닥으로 시작했다. 감정의 폭이 큰 편인 사람이라서 상대적으로 기분이 좋을 때는 끝없이 좋고, 나쁠 때는 끝 없이 나빠서 중심 잡는게 필요한 편이다. 기복의 빈도가 크진 않지만, 상방과 하방이 비교적 더 열려있는 편이랄까. 그렇게 나는 24년 상반기 말, 하반기 시작은 중심 잃은 상태로 맞이했다.
그런 나의 상태의 가장 큰 원인은 '기대'였다. 정말 왠만해서 기대라는 걸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우연이 겹치고, 반복 되어서 기대가 쌓이고, 믿음이 되었을 때, 정반대 결과를 마주한 실망과 당황,놀라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 되는 걸 다시금 느꼈다.
기대 :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출처 : 네이버 사전)
이직이나 시험 합격, 연인, 친구, 가족 관계 등 모든 상황에 통용될 수 있어서, 분명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은 겪어보았을 상황일텐데 이번은 생각보다 이 상황이 꽤나 벅차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중 하나는 기대했던 상황은 내가 꽤 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결정과 확신이 빠른 타입이 아니라서, 하나를 정하는게 오래걸리지만, 정하면 그 것만 보고 집중하는 사람이다. 결정한 값과 결과가 다른 값이 나왔을 때, 빠른 전환을 해야하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원했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 데미지도 컸다. 그러다 보니 수용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객관적인 시험 점수나 불합 등의 번복이 없는 상황이라기 보다 사람의 마음, 말은 번복 또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수용하기 어려웠다. 수용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더 적절한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기다림이 컸던 만큼, 데미지도 컸다. 그동안 글에서도 많이 썼던 것 같다. (관련 글 : 시간에 지고 싶지 않다면 )지금의 나의 최우선의 가치는 시간인 것 같은데, 꽤나 많이 할애했기에 후회도 없지만, 안타까움도 컸다. 가령 어릴 때는 이직도, 취업도 마음의 부담이 지금 보다는 적었던 것 같다. '아 여기 아니면 또 다른데 가지', '아니 뭐 회사가 이 곳 밖에 없나' 등 그 때 나의 시선에서는 직무의 사회적 위치, 경제적 책임 등이 우선 순위는 아니었는데, 지금 내가 움직이려면 돈, 위치, 경력, 문화, 복지 등 다양한 것들이 더 고려가 되고, 책임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쌓여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맥락 처럼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보고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주위 친구도, 동료들도 내 상황을 디테일하게말하지 않아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있나 하면서,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고민과 불안은 끝이 없어서, 내가 선을 그으면 된다.' , ' 아파보고, 살다보면 모두 순간의 찰나로 지나가게 되는 걸 안다.' ,'시간에 조급해 하지말고, 마음만 편하게 먹어라.' 등 각자의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다. 덕분인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거짓말 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감정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 7월 중순이 되었다니!)사람은 정말 생각하기 나름인지, 태도가 전부 라는 걸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럼 이 오락가락한 감정선을 부여잡고 일상에 집중하다보면, 분명 다시 중심이 잡히고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이 남겨준 생각과 경험으로 더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하루를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