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에 업무적으로 계열사와 일하는 것과 업무 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운영하는 독서모임과 사내 요가 동호회 운영 건으로 '협업'에 대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좋은 태도', '책임감' 이란 뻔한 단어로 정리하기에 스스로 새로 느낀 바가 있어서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협업'
사회 생활을 한다면 '협업', 나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사실 상 대부분이다. 내가 프리랜서라고 해도 누군가는 나와 계약 관계에 있어야 하고, 내가 1인 기업이라고 해도, 나는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에 놓이게 될 것 이다. 항상 협업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만약 지금 나의 일이 잘 굴러가고 있다면, 혹 성과가 없더라도 일단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은 운이 좋게 '좋은 파트너' 와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운도 작용하겠지만, 분명 70% 이상은 파트너 덕분일 것이다.)
케이스1
최근 업무적으로 서로 다른 계열사 사람들과 일하면서 느낀 것은 '입장','태도'에 따라 쉬운 일도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고, 작은 일조차 피로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체감했다. 일을 처리하면서도, 상위 리더들의 의사 결정에 따라서 성과가 돌아오지 않거나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현타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를테니 유쾌하진 않지만, 비지니스란 그런 법이니까, 이해할 수 있엇다.
그리고 다행히 타 계열사 실무자들의 태도가 불량한 것은 아니다. 다들 급하게 변경되는 정책 혹은 계약에 따라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 뿐이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실무자인 입장에서 나쁜 의도가 있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 유지 여부에 따라서 고자세가 저자세가 되고, 태세 전환하는게 느껴지니까 썩 유쾌하지 않았다. 만약 humble하고, nice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대방이었다면 지금의 감정은 분명 아니었을 것 같다. 동시에 나도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들의 태도 전환을 보고 얄미워서 답이 느려지는 내가 얄미웠을까......아직 나는 프로는 아닌가 보다.^^;;
케이스2
몇 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홍보하는 것을 늘 어려워했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신경쓰지 못했고 그 여파는 확실히 있었다. 우선 개인 sns 도 접은지 오래고, 브랜딩, 마케팅 영역의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에서 나는 그런 재능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알았다. 큰 틀의 계획을 짜고 구조를 그리는 것은 흥미가 있지만 홍보, 관종의 영역은 젬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올해 전까지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도 지쳐서 최소한도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모임 멤버의 도움을 받아 모임을 더 많은 플랫폼에 소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더 일찍 요청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으니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더 모임이 커있을까. 내가 어려워하는 영역의 일이라고 인정하는 동시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스3
올해 그 와중에 사내 요가 동호회를 만들게 되었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사내 동호회가 되어버렸다. 그냥 사람들이 모이는 소모임에서 사내 동호회가 되면, 동료들의 회비와 회사 지원금을 매월 공식적으로 수취할 수 있게된다. 그런 과정에서 계좌, 신청서 관리, 요가 수련 일정 관리, 탈퇴 관리 등의 운영 일이 생기고...성격 상 시작하면 방치할 수 없는 타입이라서, 커피 또는 점심 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이 미치니 실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올해 여러 모로 번아웃을 겪은 상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도 신경도 못 쓰고, 개인적으로 배울 것도 생기고 있는 와중에 이너 피스를 위해 시작한 요가로 피곤해지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저 나는 요가만 하고 싶었는데, 생각도 안했고, 원치도 않는 운영일이 9할이나 되니까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동호회가 굴러가겠끔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해두고 총무를 구했는데, 알겠지만 바쁜 대한민국 직장인이기에 총무 같은 귀찮은 일을 다들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웃기긴 하지만, 진담반, 농담반으로, 멤버들한테 문닫고 싶으니 동호회를 나가달라고 했다.(사실 좀 진심이었다.ㅎㅎㅎㅎ)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총무에 최적화된 멤버가 총무로 자원해주었다. 생각도 못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내가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일을 이관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 태도가 조금 더 나이스한 파트너를 만나면 일이 더 수월했을 것 같고, 운이 좋게 '좋은 파트너'가 도움을 주어서 내가 뭘 못해도 일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있다보니, 내가 속한 모든 관계, 조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나보다 '상대방'의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다면 '좋은 파트너'와 함께 감정소모 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애를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알고 타인에 대한 나이스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확실히 더 일이 잘 굴러갈 것 같다. (성과가 따라오는 것은 '좋은 파트너'만의 영역은 아니고, '좋은 전략'도, '운'도 있어야 겠지만, 일단 나만 잘 하면 될 것 같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