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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Jun 06. 2024

7년차 기획자의 진지한 진로 고민?!

그래서 대체 뭘 하고 싶다는 거지. 나를 아는게 제일 어렵다.

 지금의 나는 IT회사에서 6년이 꽉찬 7년차 플랫폼/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이 곳은 두 번째 회사이고, 판교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아는 서비스 회사에 다니고 있다. 여기 까지 들으면 나쁘지 않아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꽤 오래 진로 고민을 해오고 있는데, 최근 여러 사건들과 경력(시간)이 압박이 가해지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커리어 점검 차원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먼저 지금의 업계를 선택한 이유를 적어보자면, 너무 분명하게 내가 궁금했던 도메인이었다. 대학생 때 나는 해외 주재원 근무를 꿈꿨다. 전공도 국제무역학과이고, 글로벌하게 일하는 것이 원했었다. 그렇지만, 해외 인턴을 하면서 당시 어린 눈으로 보았을 때, 지사에서 근무하시는 주재원 분들의 모습이 내가 이상적으로 꿈꾸던 주재원의 모습과 살짝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하면서 생각을 전환했던 것이 핀테크, 결제 였다. 상하이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모바일 페이를 이용하며 삶이 얼마나 윤택해졌는지 실시간으로 느끼다보니까, 사람들 삶에 정말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서, 돈의 흐름에 연결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와서 대기업과 핀테크 기업 면접을 준비하다가 합격한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의 기획자 직무는 자의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지원했던 직무는 제휴,기획 쪽이었다. 내 성향 상 외향적이고 큼직한 일을 정리하는 것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면접 보는 과정에서 위챗, 알리페이 이용 경험이 있다는 것에서 서비스기획도! 하는 신사업 전략 파트 면접을 다시 보는 것을 제안 주셔서, 추가로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직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신입 생활은 맨 땅에 헤딩하기 였지만 즐거웠다.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근본이 크게 없는 신사업 전략 파트에서 사수는 바로 퇴사한 상황에 놓인 신입의 나로써는 서비스기획을 차근 차근 익힐 수 없었고, 일단 필요하다는 일은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었다. 찐 100% 문과생이라서 개발자도 처음이었던 나로써는 꽤나 당황스럽지만, 필요하다고 하니까 연동하는 문서 보고, 일단 화면과 어드민에 없는 기능을 밀어 넣어달라고 하면서 정신 없이 뭐가 뭔지 모른 상태로 신입 생활을 보냈다. 중요한 것은 나는 꽤 그걸 즐거워했다. 세부적인 일은 잘 모르지만 필요하다니까 했던 것 같고, 프로젝트 중간 중간 만나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어젠다를 정리해나가고 조율하는게 즐거웠던 것 같다. 해외 결제라는 나에게 흥미로운 소재도 있었으니까, 마냥 재밌어서 즐겁게 일했었다.


 그러다가 보상과 더 핏한 문화에 갈증이 나서 3년차로 코로나 시기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전에 비해서는 나은 보상과 자유롭고 유연한 회사 문화를 획득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서비스/플랫폼) 기획자'라는 직무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나는 활동적이고, 행동력이나 추진하고 도전하는 성향인이라  세부적인 사항을 챙기고, 잘 찾아내기보다는 굵직한 것을 보고 정리하고 조율하는게 더 편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팀원들과 한 성향?적성?검사를 하니까 그 차이가 좀 더 분명하게 보였다. 지금 속한 플랫폼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최우선이라서 단단하게 잘 관리되어야 하다보니, 비교적 다른 기획자에 비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할 생각이 아예 안든달까... 여러 서비스 플로우 중에서 세세하게 들어가서 다양한 케이스들을 고려하는게 즐겁기 보다는 가끔 벅차거나,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의 일이 하기 싫고, 출근하기 싫었던 적은 없었다. 이게 최선인지 의문을 품고, 해결하려는 고민을 계속하는 것일뿐)


 실무를 경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서 조금 더 큰 의사결정을 하거나, 규모가 큰 사안을 매니징을 하게 되면 나는 좀 더 즐거울까. 그리고 주니어를 벗어난 7년차의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체력과 싱글인 상태가 유지 되지 않을 때, 나는 어떤 걸을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추가되었다. 분명히 나는 좋아하고, 흥미로워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나의 선택으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맞지만,  이게 나의 인생에서 최선의 일일까, 하는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잘 생각을 정리했다는 말을 무척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고민은 끝이 나지 않았다. 성향에 맞는 일을 하려면, 사업기획, 제휴 일을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동시에 전문지식이 있어야 롱런 할 것 같다. 한편 회사 생활은 수명이 다할텐데 하면서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으로 계속 고민을 확장해가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지만 큰 변화를 꿈꾸며 방향이 보이는듯 안 보이는듯하는 시간이 보내고 있다.

 

 본인의 속도가 빠른 타입이 아닌 것과, 생각보다는 행동이 중요한 것도 알고 있기에, 이런 고민을 털어 놓았던 주위 사람들도 내가 답답하겠지만,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를 보고 가장 답답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 더 괴롭다. 경력도 있고, 30대로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가 고민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지만, 간절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선택해서, 이 고민 끝에 웃고 있길 바라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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