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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Dec 14. 2024

2024년 12월 회고

진짜 12월이 왔다. 간다. 

 말도 안되게 12월이 왔다. 정말로 2024년 끝에 왔다. 올해는 마냥 좋기만 하다가, 밑도 끝도 없이 슬프고 아프다가 무감해진 상태로 눈을 떠보니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차가운 온도가 나를 깨우는 그런 겨울이 왔다. 올해의 베스트/워스트를 떠올리며 정리하는 글을 글쓰기 멤버들이 적어가고 있는데, 아직 올해를 정리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12월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간단하게 회고 차원의 글을 적어보고..진짜 연말 끝자락에서 2024 회고글을 적어볼까 한다. (참고로 commonair  글쓰기 모임은 늘 멤버를 모집 중입니다:))



1. 엄마와의 데이트 * 2 

 1년 반 정도 독립생활을 하고, 작년 11월에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오피스 출퇴근으로 집에서 거의 뭘 한 기억은 없다. 집에서는 내 방에서 침대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은게 전부고, 집에 왔지만 엄마 밥을 먹을 일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체력이 안되서 주말을 비우기로한) 가을부터 황금 같은(?)주말 저녁을 집에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엄마랑 함께 산 게 1년인데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보지 않았던 게 느껴져서 11월 말 하루 엄마와 점심 + 여의도 데이트를 했다. 엄마가 잘 안 갈 것 같은 레스토랑에 함께 가보고 싶긴했으나, 역시 어른들의 입맛은 너무 피곤하다..?ㅎㅎ 결국 세미 부페로 갔고, 엄마가 가지 않을 것 같은 여의도 공유 오피스에서 서로 노트북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평일 점심 호텔 세미 부페는 다수의 어르신들과 일부의 호캉스를 즐기는 커플 또는 부부가 있었다. (역시...젊은이들은 평일에는 돈 벌러 다니나 보다.)


눈이 좀 녹아서 아쉬웠던 뷰이지만, 언제나 한강은 옳다.

 

그리고 12월 어느 주말 엄마가 내가 너무 옷을 거지 같이 입는다고.....(ㅋㅋㅋㅋㅋㅋㅋ) 옷 사러 나가자고 나를 불렀다. 백화점에 갔더니 딸들이 엄마 옷을 골라주고 사주던데, 나는 엄마가 내 옷을 골라주고, 사줬다.(?) 내가 원한바는 아니지만, 엄마가 보기에 내가 옷을 너어어어어어어무무무무무무 편하게 입고 다닌다고 미혼 30대 직장인 여성이 그따구(?)로 입으면 되겠냐는게 엄마의 찐 표현이었다.ㅎㅎ 사실 나는 옷이 너무 어렵다.ㅎㅎㅠㅠ 엄마 센스가 좋아서 나보다 내 옷을 더 잘 고르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나는 옷을 얻었고, 겨울 출근룩은 충분해졌다. 역시 엄마한테 잘해서,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건 진리 of 진리 같다.(물론 엄마가 다 맞지는 않는다.ㅎㅎ)




2. 아이패드 겟겟겟

 11월 말 급 아이패드를 사고 싶었다. 아이패드 병이라기 보다, 강의 듣는 게 출퇴근 길 버스에서 모바일은 너무 작기도 하고, 집에 오면 노트북 열고 자고 있기에, 뭐 도구를 잘 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해야겠다 싶으면 완전 몰입 하는 나의 성격 상, 빨리 구매하고 싶어서 애플 스토어도 갔는데 가격이 살벌했다. 노트북도 하나 해야하는데ㅠㅠㅠㅠㅠ 아이패드 키보드만 49만원이었다....ㅠㅠㅠㅠ 11월 말 주말 내내 당근을 찾고 찾고 찾다가 12월 2일 월요일 급 당일 오후 11시에 당근 거래로 아이패드를 겟했다. (지금 좀 시세가 떨어진 것 같은데) 거의 안 쓴 에어 6세대, 상태 좋은 것으로 애플에서 사는 것보다 살짝 저렴하게 구했다. 케이스도 일단 바로 주문하고, 좀 깔끔하게 쓸까 하다가 어차피 매직키보드도 살 듯 해서, 이 케이스에는 미실현 욕망을 다 실현해보자는 마음으로 주변에 돌아다니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언제 내 마음대로 막 붙여보겠어 라는 마음으로  지저분해지더라도 이번 케이스는 색깔 부터 도전하고 싶은대로 골라보았으니 앞으로 더더더더더더더 스티커로 채워볼까 한다. (지금 좀 아무거나 붙여서 마음에 안드는데 더 붙이면 좀 나아지겠지ㅎㅎ)




3.보통의 주말, 이상적인 일상

 11월에 오프라인 교육이 마무리 되어서 주말에 아지트에 가있거나, 집 근처 스벅에서 일상을 노트북을 열고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주말 러닝이나 운동을 할까 하지만, 평일에 크로스핏 시작한 이후로 주말에도 움직여야 겠다는 강박은 거의 없어서 그냥 앉아 있는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주말 저녁에 엄마 집밥을 먹고 있다. 그치만 이 또한 어쩌지 못한 일정이 생기면...외출하게 된다. 날이 좋을 때 노트북과 콕 박혀 있는 시간이 아깝고 아쉬울 때도 많지만, 회사 일이나 다른 약속이 잡혀서 막상 나가면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이중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뭔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아서 한 쪽의 마음으로 내가 기울었으면 한다.


집 앞 스벅, 이 것이 가장 큰 베네핏이다.
어느날 기억하고 싶어서 찍어둔 엄마 집밥


4.식욕 폭발, 당 초과 섭취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입에 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식욕이 한동안 크게 없었는데(그 말이 안 먹었다는 것이 아니라 과식 까진 잘 안 갔다는 말이다.)이제 식신이 들어섰다. 최근들어서 가을 부터 내가 밤 늦게도 챙겨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주문해서 먹고 있고, 회사에서도 여러 달달한 간식도 서스름없이 챙겨 먹고 있다. 이런 나를 보니 칼로리나 내 몸무게도 신경을 안 써질만큼 나는 피곤하거나, 다른 중요한 것이 있는 상태인 건가 돌아보게 되었다.




5. 사람들과의 커피, 티타임

 11월 말 부터 회사에서 나는 일을 털고 있다. 거의 마무리 되었고, 내년에 거의 대부분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약간 퇴사하기 좋은 타이밍 같은데...) 그래서 업무량 자체가 적은 상황인데, 업무시간에 공부하고 배우기 좀 애매해서 gpt한테 자동화 질문하다 파이썬 돌리는 걸 실패하고서ㅋㅋㅠㅠ 타 부서 사람들과 티타임을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임신하신 감사인, 막 결혼하신 회계 담당자, 우리팀 개발자, 요가 동호회 운영진, 협업하는 공동체 담당자, 요가를 좋아하는 디자인 담당자 등 기획자 입장에서 협업 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만의 성향도 좀 더 알게되고, 똑부러지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통적으로 내게 해준 이야기는, 잘 될 것이고 마음 편하게 먹으면 다 때가 있고 인연이 있다는 말이었다. 되게 막연하지만, 따뜻함이 담겨 있는 말이 다 고마웠다.





5. 선물 요정

 그런데 이번달은 정말 사진으로 남긴게 없다. 동호회 운영진 에너지 드링크, 쿠키 세트, 양말 선물, 달력 등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남긴게 없다니...아무튼 그러했다. 연말이기도 하고, 조금씩 기력이 돌아오는 만큼 타인이 보이는 것 같다.




6.사내 동호회 연말 모임

 올해 여름~가을 너무 너무 개인적으로 소진되어서 동호회를 문 닫는 걸을 고심했었다. 너무 운영일이 많아서 감당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내 일상에서 동호회는 우선순위 극하라서(다른게 너무 무거워서) 없애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글(브런치 글 : 좋은 파트너가 전부다)로 남기기도 했는데, 운영진들이 생기고 일을 덜게된 덕분에 문은 닫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아니 벌써) 연말이 다가오다 보니 연말 파티를 준비했다.(이래서 문을 닫고 싶었다. 내가 관여하는 것에는 일을 벌리고, 계속 input을 붓는게 성격이라서...) 나는 선물과 진행, 발표를 준비했는데, 음식이나 자리 세팅을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잘 마무리가 되었다. 아 드레스 코드를 레드&블랙으로 잡았더니...꽤나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12월의 이벤트로 남았다.(이렇게 만나서 1시간만에 해산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너무 요가 동호회 같이 건전하다......ㅎㅎ)




7.크리스마스 장식

 회사,카페,길 어디가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을 많이 보았다. (명동 성당 + 백화점 등등... 내 동선에서 더 많았는데 사진 찍을 기력이 없었다 보다..;;) 정말로 와닿지 않게 빠르게 지나간 24년의 끝에 와있다보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어땠던가, 올해의 12월은 정말 상상도 못한(사실 상상하지 않았지만) 지금이라 참 묘하다.




 버스에서 유리창으로 내리 쬐는 쨍쨍한 햇빛을 피하려고 자리를 잡거나, 맑고 파란 하늘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했던 가을을 지나서, 아침 해가 뜨며 하늘 색이 기분 좋게 레이어 지는 모습을 출근하면서 보게되는 겨울이다. 준비 되지 않게 맞이한 연말이라서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도 않다. 이게 맞나?! 하는 마음이 사실 더 크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카페에서 원래 공부를 시작하려다가...유튜브 영상의 샛길로 잠깐 빠졌다가 글을 쓰고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영상에서 마음에 드는 말을 찾았다. 만약 원치 않은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 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원치 않은 봄을 맞으라는 법은 없다는 걸 기억해라. 아니 그냥 원치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는게 어떨까.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어떨까. 문제가 아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 원치 않은게 아니라 순리이자 과정이다.  그냥 그 자체다. 원치 않는 것도 나에게 온 것이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보는 것. 그렇게 조금 더 성숙하고 자연스럽게 삶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는 사실 요가 수련할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속세에서 이런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하루 하루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이야기지만, 남은 12월은 문제 해결 모드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을 충분히 수용하면 지내보려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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