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월간회고> 모임(소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회고글을 남긴 지 1년이 지나, 다시 11월이 시작이라니 너무 소름이다. 1년 전의 나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고, 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은 꿈이었을까. 느끼지 못했는데, 너무 빠르게 다가와 지나간 11월을 회고해 본다. (늦더라도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길 바라며)
1. 건강검진
11월 1일을 건강검진으로 시작했다. 처음으로 대장내시경도 해보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회사 팀원들이 나의 종합 소견서를 살짝 보고서 생각보다 길다고 놀랬다. 미란성 위염, 간수치가 높거나, 저혈압 등에 대한 부분이 이었다. 아니 운동도 하고 술도 안 마시는데 왜 간이 피로하냐면서 너무 회복하지 못하게 운동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운동을 하지도, 무리하지도 않지만, 11월은 건강검진으로 한 주 쉬기도 하고 쉬엄쉬엄 적당히였다. 크로스핏 덕분에 살이 빠진 것은 없었지만(ㅋㅋ) 근육 수치?! 가 높게 나온 것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건강 검진 하고 집에 와서 잠들어 하루가 지나가버려 아쉬운 마음에 저녁 산책 겸 나가본 여의도 김밥 축제.
2.10km 마라톤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서 직원 추첨으로 당첨이 되어서 지인 1명을 초대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많이들 가고 싶어 했는데, 요즘 내가 지쳐있기도 하고 러닝을 했으니 겸사겸사 물어봐준 것 같다.. 작년 풀마라톤 완주 이후로 10km 이상 달려본 적은 없었고, 일정도 돼서 너무 좋았다. 그러나 주말 교육 일정이 변경되어서 급하게 마라톤만 빠르게 완주하고 택시 타고 교육이 갈 수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던 날이다. 친구는 첫 마라톤이라고 했으나...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완주하는 모습에 나는 그녀의 뒤만 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라톤은 각자만의 페이스가 있는 것이고 그 경쟁은 나와의 경쟁이기에, 너무 처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뛰고 있음에 집중하려고 했었다.
3. 드디어 주말 교육 마지막
올해의 주말 교육이 보강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마지막의 간단한 테스트도 간신히 60점을 넘은 나에게, 앞으로 이걸 공부할 수 있을까. 할 만한 것인가. 내 의지는 사실 없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7~11월 동안 주말을 반납하여 후회가 크진 않지만, 얻은 것은 비례하지 않은 게 아닌가, 내가 다 머리에 쌓아가지 못하고 흘린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일신 상의 여타의 이유 등으로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것도 죄책감으로 남아서 후련하면서도 앞으로의 내가 더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사람들과 식사
교육도 마무리가 되어가서(후렴함과 죄책감이 공존하지만) 11월에 사람들을 만나고 밥 먹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9월에도 이런 자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다시 도래한 느낌이었다. 대단히 맛있게 먹지 않아도, 베이글, 샌드위치, 김밥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식사를 챙겨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나는 먹을 복이 많은 사람인가 싶다. 회식도 있고, 점심에 오랜만에 만난 사수도 있었고, 밥을 사야 하는 자리도 있었고 다양했다. 자주 보지 않아도 나를 기억하거나, 좋은 모습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 편히 살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했다.
5. 바람 쐬러 나가기
정말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서울 밖에 나갔다 왔다. 올해 온도가 계속 높아서 단풍이 늦게 피고 진다고 하여... 교육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주말에 당일치기로 단풍을 보러 다녀왔다. 나 혼자서는 갈 일이 없었을 텐데, 나보다 계획성이 있는 친구가 표를 구매해서 그저 따라갔다 왔다. 대전의 장태산을 다녀왔다. 사람도 너무 많이 걷을 만한 길도 많이 없어서 산책도 등산도 아닌 애매한 곳에서 한두 시간 있었는데, 색감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 인구 밀도 낮은 도심, 엄청나게 많고 맛있는 빵과 함께 온전히 쉬었던 하루를 보냈었다.
6. 운동은 적당히
다시 세 번째 3개월 회원권을 결제했다. 처음보다 늘었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고, 잘할 마음이 크지 않은 상태로 11월을 보냈다. 감기를 심하게 걸려보니 아침에 너무 추워져서 칼퇴하고 운동을 가보니 사람이 박스에 너무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회식이나 식사 자리 등이 많아서 11월은 주 5 크로스핏은 실천하지 않았으나, 강박이 생각보다 강하니, 변화를 주라는 조언을 들어서, 죄책감 없이 운동하지 않고 잘 먹기만도 해보고,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났을 때 받는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연습을 아주 조금씩 해보았었다.
7. 선물 요정
번아웃으로 나가떨어져 있을 때 보다 정신이 조금씩 들다 보니까, 다시 선물 요정으로 사람들을 챙기게 되었다. 물론 내가 챙김을 받은 것도 있었고, 기념일 축하, 생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빵 선물, 회사 사수 선물, 선물을 받아서 돌려주는 마음 등 꽤나 11월에 자주 챙겼던 것 같다. 좋아하는 TWG 선물이랑 파운드케이크, 빵 선물 등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내가 소유욕이 강하기보다는 그냥 다 주는 게 더 편한 사람이라 그런 걸진 모르겠다만) 부디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과 챙겨주는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지냈던 한 달이었다.
8.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눈 자리
후배의 독서모임과 독서모임 멤버가 오픈한 낭독모임에 다녀왔다.(교육 끝난 직후로 일정을 몰아붙이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참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오랜만이었다. 각자의 세계관과 개성이 느껴져서 좋았고, 동시에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 시간은 흐르는구나,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각자 다른 속도로 살고 있구나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과 사람들 이야기에 내가 잘 반응하는 걸 알아서, 최대한 차단하고 루틴 하게 일상을 살려고 했으나, 역시 책과 사람들 이야기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 것을 다시금 느끼기도 했고, 그렇게 까지 사람들과의 접촉, 만남을 차단을 할 수 있었냐, 차단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야기)과 일상(일, 공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너무 어렵지만, 그것을 시도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9. 일상을 버티게 해 준 아이스크림과 라테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택배로 배달시키고, 라테를 하루에 한 잔씩 꼬박꼬박 먹었던 11월이었다. 당과 커피로 일상을 채웠던 것 같다. 퇴근하고 밤 9~10시 넘은 시간에도 죄책감 없이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기도 하고, 아침마다 추워진 날씨에 라테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사내 카페와 외부 카페 등 여러 곳에서 커피를 사 날랐던 것 같다. 크게 체중이 불진 않았다는 것이 위로가 맞을까. 칼로리가 축적되어 나중에 어떻게 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당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일상을 잘 보냈다는 게 위로일 것 같다.
11월을 돌아보니 체감하는 것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회사 일이 좀 많았고, 교육이 끝남에 대한 해방감과 죄책감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의 등락과 함께) 내 주위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사람들이 있었지, 꽤 나는 괜찮은 사람이기도 하고, 괜찮은 삶을 가지고 있나 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달에 누군가 나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말을 해주었었다. 나란 사람은 마치 솜털 같아서, 그 실타래를 하나 풀어내기도 엮지도 너무 섬세하고 예민해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 먹은 솜처럼 한 없이 무겁게 쳐져있겠지만, 보송해지는 순간은 한 없이 가볍고, 무지 맑고 밝은 사람이라고. 가벼운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물 먹은 지금 상태에서 분명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나는 통괄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말처럼 좀 더 빨리 가벼워지길 바라며 11월을 마저 잘 마무리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