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다들 많이 여름휴가를 고민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여름휴가'에 대해서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딱히 '여름휴가'라고 어딜 놀러 가고 그러지 않았고, 일하고부터는 길게 여행하고 싶을 때 또는 휴가 내기 좋을 때를 찾다 보니까 거의 겨울에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몇 년 동안 여름에 어떻게 자의는 아니지만 타의 덕분에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올해는 자의로 광복절을 포함해서 약 3일 정도 쉬기로 했다.
올해 나는 일에 매진하지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입하지도, 그나마 지난 글에 썼던 인간관계, 연애에 대한 자기 이해 정도에 시간을 할애했고, 아침 운동 후 출근의 루틴만 가지고 가고 있는 편이라서 크게 '여름휴가'라는 명목 하의 해방감을 바라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몰입할 대상이 없고, 방향을 모르겠다는 이유로 방황하는 게 싫을 뿐.
그런데 타이밍이 좋게 짧게 운전 연수 겸 대전 가는 일정이 잡히고 그 사이에 임장과 호캉스 등이 들어오면서, '여름휴가'에 걸맞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휴가'에 대한 무계획이 어느새 계획이 되어 버려서 그대로 이행했다.
계획한 것
1) 운전 연습 -> 생각보다 많이 하지 못했지만, 고속도로를 밟아보았고, 주차 연습을 했다.
2) 임장 -> 바로 튀어나온 곳도 있었고, 생각보다 적당했던 곳도 있었다.
계획하지 않은 것
1) 아침 운동 -> 아예 생각이 없었지만, 일찍 자고 일찍 눈을 떠 신발이 없어서 크록스 신고 갔지만 이래 저래 꽤 재미있었다.
2) 아침 조식 -> 기대도 안 했던 조식이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3) 대전 음식/카페 -> 빵 말고도 모든 게 성공적!
4) 날씨 -> 비 올 줄 몰랐지만, 비가 와서 운전은 못 했을 것이라, 호캉스로 방에서 잠만 잤지만 오히려 좋았다.
사실상 '장롱 면허'인 나에게 이번 휴가의 주요 목표는 '운전 마스터'였지만, 실제로 내가 운전대를 잡은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휴게소 사이 잠깐, 그리고 대전 시내 짧은 주행과 몇 번의 주차 연습 정도였다. 더 많이 운전 연습을 하고 싶었지만, 무식해서 용감한 나와 달리 친구가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모습에서 그만두었다. 그 외는 생각한 게 딱히 없었는데, 계획하지 않았은 것에 비해 꽤나 만족스러웠고, 온전히 잘 쉬는 시간을 보내서 많이 충전된 시간이 되었다.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가지만, 과정과 결과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불편하고 불안했는데, 이번 휴가를 보내면서 역시 계획한다고 다 완벽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계획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아무것도 없이 지나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주말까지 조금 더 나를 다스리면서 차분하게 에너지를 쌓아두어야겠다. 밤이 어둡다고 해서 아침이 오지 않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