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 변화
ver.25.8.1,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안타깝게도 굉장히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은 가운데, 팀원들의 업데이트 소식을 보고, 화면을 보고, 프로필이 노출되는 로직에 대해서 들었다. 그래서 다들 업데이트하지 않는다고 말이 많았지만 결국 너무 궁금해서 업데이트를 하고서 약 5분 후 나는 멘붕이었다. 새로운 변화와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목표와 메신저가 본질인 정체성과 큰 대립이었을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혁신인걸까 아니면 어처구니가 없는 수정이었을까. 어디에 가까웠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친구탭', '숏폼','쇼핑탭'의 큰 변화가 눈에 보였다. 가장 반응이 뜨거운 '친구탭'은 개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랜덤하게 노출되면서 디지털 앨범 처럼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이 화면에 디스플레이 되는데, 요즘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의했을지 궁금해졌다. 과거에 비해서 유투브, 인스타그램,틱톡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개인을 외부에 노출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수입이 생기는 등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이자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사회에 살고 있는데, 모두가 그런 가능성에 목말라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개인의 사회적 예민함 혹은 감수성이 편차가 굉장히 커서, 생각보다 본인을 공개하고 오픈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는 사람도 많고, 극도로 타인과 엮이거나 관련되는 것을 꺼리는 개인주의도 많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특정 타켓이 없이 불특정다수가 많이 쓰는 메신저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스스로를 공개하는 방향을 지향하게끔 서비스 플로우와 방향, 화면이 수정된 것은 꽤나 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개선과 변화를 꾀해야 하는 것은 분명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연 충분히 유저들을 고려한 수정, 업데이트, 변화였을까? 의문이 들긴했다. 톡 업데이트 직후에 내가 업데이트된 버전에서 노출되는 프로필을 확인하고 당황했다. 대부분 ‘나만보기’설정이 되어서 있어서 나의 과거 사진과 업데이트를 타인이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카카오톡 프로필 설정에 대해서 잊고 있거나, 신경쓰지 않거나, 그런 기능을 모르는 유저라면 당혹스러운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았다. 아울러 멀티프로필로 지정해둔 사람들한테도 나의 노출되는 프로필 사진,문구 등을 확인하기 바빴다. 이전에 소개팅 했던 사람들, 전 회사 업무 상으로 저장된 사람들, 인테리어 혹은 네일 등으로 이용했던 곳들,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등 지금 시점에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오픈되어서 나의 근황이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꽤나 불만이 클 것 같다. 유저를 배려한다면 조금 더 옵션을 주거나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했다.
'숏폼'은 숏폼 수급 상태를 좀 더 보고 생각해봐야겠지만, 우선 킬링타임용으로 어플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싶어하는 걸까, 모두를 인플루언서로 만들고 싶어하는 걸까 의도가 궁금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점점 더 많은 ‘영상’을 소비하는 문화를 참고해서, 모두가 쉽게 ’숏폼’을 생산할 수 있게 또 다른 프로필을 만들어 준 것이 가까워지는 것을 이해하는데 ‘타켓‘은 누구였을까 궁금했다. 성별, 연령, 직업,성향,문화 등을 떠올렸지만,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떠오르는 타겟층은 없었던 것 같아서 어떤 의도였을까,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궁금하면서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쇼핑탭' 홈 화면은 텍스트가 더 많이 늘었다고 느꼈다. 분명 더 많은 상품을 등장시켜서 결제로 유인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텍스트로 눈에 동선이 들어오지 않는 다고 할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결국 맨 마지막 ’더보기탭‘으로 들어가서 ‘선물하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점점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서 ’선물하기’,‘톡딜’ 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이해가 된다. 상품도 명품 등 력셔리 상품을 소싱해온 ’럭스‘, 타임딜과 같은 ’오늘공구‘ 서비스이 그런 흐름인 것 같고, ‘쇼핑탭‘ 또한 유저의 검색, 클릭 등의 데이터를 참고해서 맞춤형 정보를 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쇼핑탭’ 홈 화면은 약간 과하게 많은 정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모션, 할인만 알려주는 것인지, 나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맞춤형 상품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라이브 커머스 안내, 판매 마감 안내 등의 정보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인지 혼란이 왔다.
위 내용은 서비스 기획 의도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적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뷰라서 맞고 틀리고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분명 카카오톡 서비스의 변화에 의도가 있을텐데바로 체감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를 품어보려고 한다. (비록 백오피스 위주의 기획자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아주 사소한 수정이더라도, 그를 위해 법무, 개인정보, FE, 디자인,마크업, QA등 많은 협의와 검토를 거치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알기에 분명 대규모 업데이트를 위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갔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더 좋은 서비스로 나아가고 성장하길 바라며, 이 변화를 지켜보며 내 담당 서비스 또한 나는 타인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가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