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에 대해서 어떤 고민과 생각을 했는지 중간 점검을 해보고 싶어서 노트북을 열었다. 분명 작년에도 비슷하게 업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전글) 작년에 글을 쓰고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나는 어떤 생각과 시도를 했었을까.
작년에 저 글을 쓰고 나는 회계 공부를 반년 정도 했었다. 학점도 따고, 오프라인 학원도 다니면서 여름과 가을을 보냈는데, 정확하게 1년 전, 11월 말 수업을 마지막으로 나는 번아웃을 인정하고 회계 공부를 내려 놓았다. 수업을 듣고 머리에 뭔가 들어오는게 아니라 계속 웅웅 대고 나는 사정없이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서 몸만 움직이는 느낌이어서 멈추기도 결정했다.
그리고 반 년정도 회사 운동만 다니면서 쉬면서 회사 내 팀이동과 이직의 기회를 자의와 타의로 서칭해보았다. 지금의 내 상태와 위치를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일단 되던,안되던 스테이의 선택지는 있으니까, 안주하려고만 하지 말자는 마음은 올해 내내 유지했던 것 같다.
어쩌다 타팀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가 나와서 도메인 변경을 알아보기도 했고, 다른 회사 hr에서 오퍼가 와서 면접이나 커피챗을 진행해보기도 했다. 아 제일 어이 없던 것은...본인들이 꽤 급하다고 오퍼를 주고, 불합 메일도 안주고 채용 프로세스 만족도 메일을 두 번이나 보낸 것이었다. 같은 회사 리쿠르터인 아는 후배한테 업무 영역이 달라서 알아봐 달라는 것이 전혀 아니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럴 수가 있냐고 말해봤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까먹었나?"라는 카톡을 보내왔다.ㅋㅋㅋㅋㅋㅋ 이 대목을 통해서 이미 예상했던 기업 문화긴 했지만, 진짜 전투력 만렙 아닌 이상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fit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큰 변화를 줄만큼 어디도 '최종 합격'까지 간 곳은 없고 동일한 플랫폼 기획자로 현상 유지 중이다. 지금 회사와 맡은 업무에서 변화를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업무 scope을 확장하고 싶은데, 운영 업무가 많아서 반복을 좀 깨고 싶다는 갈증이자 바람인데, 그래서 이 걸
하나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하긴 마음이 아프니까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18개월이란 시간을 복기해보자.
나는 회계 공부를 시작하고 바로 그만 두었고, 도메인 변경 기회를 찾아보았고, 오는 제안을 막지 않고 수락해보았다. 2학기 대학원 지원을 고민하다 fit하다고 생각되는 곳이 없어서 멈추었고, 팀원의 개인사로 백업을 하기 위해 업무 범위가 조금 커졌지만 이 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최근까지 팀장님에게 프로젝트 단위 업무가 없어서 리소스를 어떻게 쓸지 고민이라고 토로해두고 (되던 안되던) 하고 싶은 규모의 일을 리스트업 해서 전달했다.
18개월 전보다 이런 저런 시도와 생각을 했다는 것은 칭찬해주고, 결과가 없다는 것은 반성을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경력이라고 시간을 태울 수록 더 날카롭고, 세세하게 다져져야 한다고 보는데, 나는 계속 무딘 칼로 머물고, 노는 느낌이라서 답답함과 갈증을 풀어내려고 한 시도가 조금 나이브했다고 평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 내 인생에서 '업'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 않고, 회사 서비스가 위기이긴 하지만 구조조정에 가까운 단계와는 거리가 멀어서 안정적인 편이라 냉정하게 '치열하게' 다루었다고 보진 않기 때문이다.
최근(게임은 하나도 모르는 나이지만) 페이커과 T1 팀 관련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본 숏츠가 있었다. 올해 세 번의 연속 우승 전에 패배를 맞은 팀원이 손을 떨면서 오열하는 장면이었는데, 댓글에 '나는 이렇게 패배해서 손을 떨고 울만큼 진심이었던 적이 있던가.'라는 문장을 보고 긁혔다는 감정이 들었다. 더 날카롭게, 나의 일에 진심일 수 있는 상태로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지는 요즘이라 앞으로의 6개월 안에는 조금 더 큰 변화를 갖을 수 있도록 움직여보고 글을 남겨보고 싶다. '미래의 나는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