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가을, 가장 좋으면서 급해지지는 가을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렇게 형형색색의 서울이 아니었다. 긴 추석 연휴 동안에도 비도 많이 오고 해서 가을이라는 느낌이 없었는데, 10월 말 부터 조금 조금씩 색이 바뀐다고 느꼈는데, 세상에 푸릇푸릇함과 노랑색, 빨강색이 섞여 있는 거리가 눈에 확확 들어왔다. 보통 이렇게 시각적으로 주위가 바뀔 때 가을이 확 느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늘 가을이 오면 9월에 생일이 있고, 10~11월 사이에 건강검진을 꼭 받는 편이라서, 생일이 보내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건강 검진까지 받고 나면, 진짜 가을이 왔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추천 받은 강북 녹십자에서 거의 5년 정도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데, 시설은 깔끔하지만 검진 유형이 다양하진 않은 편이라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게 되는 이유는 마지막에 죽과 카페 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할 때만 몸무게를 재는 편이라서, 이 시기에 1년 동안 운동을 잘 하면서 몸관리를 했나도 돌아보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무게가 느니까... 스트레스 받지만 좀 최근에 먹었다고 합리화하는게 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곳의 주변 개발 상황을 보며 시간의 흐름이 떠올려보기도 하고 멀리 청와대와 북한산과 나무들을 보면서 가을에 중간에 있는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리고 평일에 휴가 내고 멀리서 여의도를 보러 간 날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조금 더 푸릇푸릇했는데, 불과 2주만에 세상이 바뀐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 번개(!)처럼 독서모임 멤버들과 창경궁 오후 산책을 갔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니까, 오늘이 아니면 가을을 모르고 겨울을 맞을 것 같아서 오후 산책을 다녀왔는다.
모든 장소가 처음은 아니지만, 다른 계절에 다른 사람들과 오니 느낌이 묘했다. 확실히 가을은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행복'이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낭비한 시간이라는 말이 문뜩 떠올랐다. 나는 '행복'을 경시했던게 아닌가 싶다. 이제야 좀 보이다니...이 가을을 유의미한 시간들로 가득 채우길 바라며 글을 마쳐본다.
p.s 가을에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넓히고 싶다면 독서모임에 놀러오세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