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엄마와 함께 한 1박 2일 여행
2018년 2월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이라고 한다.
마치 냉장고 안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것같이 살 끝 아린 바깥 날씨에 걸어 다니며 관광을 한다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떠나고 싶은 요즘이었다.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사이에서 하루를 꼬박 고민하다가 국내 여행을 많이 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꽤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왔지만 단 둘이 여행을 가 본 적은 없었다.
엄마가 언젠가 한 번은 단둘이 모녀 여행을 그리고 언젠가는 모자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럼 아빠는 어떻게 하고?라는 생각이 들어 '아빠와 함께 여행 다니세요.'라고 무뚝뚝한 딸은 엄마의 말에 답변했다.
"엄마, 내일 우리 1박 2일로 전주, 군산 갔다 올래요?"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여행할 수 있겠어?"
"엄마 안 가면 저 혼자라도 내일 가려고요. 지금 숙소랑 차편 예약해야 하니깐 그럼 생각하고 바로 알려주세요."
나는 여행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아니 , 날씨 운이 좋은 건가? 엄마는 여행을 할 때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았던 적이 많았는데 나는 우기인 곳을 가도 잘 피했던 것 같다. 그 전날까지 꽤 추웠는데 당일날은 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주가 서울보다는 조금 기온이 높아서 그런 건지 딱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터미널 역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는 많다.
한옥마을에서 내리자마자 전동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작았지만 고풍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셀프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과 한복 입은 사람들, 관광객들로 전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부산했다.
엄마와 나는 잠시 성당 안에 들어가 보았고 성당 안에는 남학생 한 명만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기도가 어색한 나는 엄마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성당 안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중후하면서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 감도는 그 안의 분위기가 내 안의 무언가를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초를 붙이는 곳이 있어 엄마와 나는 파란색 초 하나를 사 불을 붙였다.
엄마가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우리 가족의 건강과 하는 일에 관한 것일 것이다. 엄마는 활활 타오르는 초의 모습을 보고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말하셨다. 엄마가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꼭 그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특히 외곽 쪽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한 느낌이었다. 항상 사람 북적거리는 성수기에만 여행해 봤던 나라서 그런가 한적한 분위기가 몹시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옥마을은 나에게 뭔가 옛 스럽지만 옛 스럽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길을 가다 사람들이 손금 기계 앞에 서서 종이를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돈 1000원이었던 기계를 보고 엄마가 먼저 한번 해볼까?라고 말을 꺼내셨다. 평소 운세나 사주 이런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엄마의 말이 조금은 놀랍게 느껴졌다. 손금이 좋게 나온 엄마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한테도 해보라며 똑같은지 다른지 확인해 봐야겠다며 권유하셨다. 가볍게 재미로 보는 것이지만 나는 속으로 잘 나오기를 바라며 결과를 기다렸던 것 같다. 신기하게 그 천 원짜리 손금 기계는 나의 성향을 바탕으로 맞는 것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 엄마는 이런 것 안 믿던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나와 엄마의 손금이 잘 나온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해하며 별로 길지 않은 내용을 읽고 또 읽으며 즐거워하신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든 창 밖의 풍경을 보며 엄마와 커피 한잔을 하는 이 여유가 참으로 좋았다. 날씨도 좋고 한복 입고 사진 찍는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엄마와 나는 서로 찍은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여전히 나는 무뚝뚝한 딸내미지만 나이가 드니 점점 엄마와 친구의 모습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숙소는 이왕이면 호텔보다 한옥 분위기가 나는 게스트하우스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기 전날 높은 평점과 좋은 가격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놓고 오기는 했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한옥마을 걷는 내내 빈방이 있다는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약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는 작지만 새로 레노베이션했는지 깔끔했다. 친절한 호스트 덕에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따뜻한 방바닥에 몸을 녹이며 잠시 쉬어본다.
숙소에서 나와 자만동 벽화마을로 향했다.
길을 몰라도 한옥마을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벽화마을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멀리서 봐도 알록달록한 컬러가 벽화마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언덕배기 작은 마을이 예술을 입고 새롭게 탄생한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을 잘 알지는 않지만 평소 알고 있는 캐릭터를 보니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벽화 속 거리를 걷고 있자니 마치 만화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 또한 들었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작가들의 감각 있는 작품이 배경이 되어주니 사진이 잘 나온다. 전주 여행이 두 번째였지만 자만동 벽화마을은 처음이었다는 엄마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이 곳이 전주에서 가장 좋았다고 하셨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트분께서 저녁으로 남부 재래시장의 콩나물 국밥집을 추천해 주셨다.
움식이라는게 호불호가 강해서 추천하기 조심스럽다며 블로그에서는 많이 유명하지 않은 편이지만 자기가 생각했을 때 가장 맛있다며 조심스럽게 추천해 주신 곳이었다. 오랜만에 재래시장도 구경하고 저녁도 먹을 겸 시장으로 향했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이라 그런 건지 시장은 한산했다. 겨우 찾아 들어간 국밥집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실 콩나물국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비교하기가 힘들지만 엄마도 나도 꽤 만족한 한 끼였다.
남부 재래시장 2층 청년몰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재래시장은 나와 엄마에게 그다지 흥미로운 곳은 아니었다.
밥을 먹고 나와 호스트분이 2층 청년몰을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말에 2층으로 향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낸 공간으로 감각 있는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밤이 된다.
다시 한옥마을로 돌아갔다. 밤이 되자 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밤이 돼야 더 생생 해지는 한국.
막상 숙소로 돌아가려니 아쉬웠다.
호스트가 추천해준 찻집이 있었지만 엄마가 좀처럼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 같은 게 먹고 싶다고 하여 검색하여 빙수 가게를 찾았다. 추운 겨울에 빙수라..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매장 안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했지만 나와 엄마가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리뷰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이 흑임자 팥빙수는 정말 맛있었다. 나야 워낙 단거 좋아하지만 평소 군것질 안 하는 우리 엄마도 연신 맛있다고 하셨다.
빙수로 인해 잠시 추워진 몸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며 오늘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엄마와 나는 숙소로 향했다. 날씨 따뜻하고 좋은 계절에 다시 한번 전주를 찾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잘 먹고 재밌게 놀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