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홀로 여행기 3박 4일

by 삼육오늘

[여행날짜: 2019년 06월 19일~22일]


여름...

매일 같은 루틴의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생각만으로도 들뜨게 하는 시간인 것 같다.

그다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이번 여름은 건너뛸까를 고민하다 매일 아침 검색만 하던 블라디보스토크 비행기표를 결국 결제해 버렸다. 하루하루 올라가는 가격을 보며 어차피 갈 것 처음 검색했던 비행기표로 결제했다면 조금이라도 절약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잠시 가진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떠나기 전 준비과정에서 오는 설렘부터 시작되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 여행 전까지 기대감도 설렘도 갖지 못하고 떠난 것 같아 아쉬웠다. 티켓팅 하기 전까지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막상 떠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 해 혼자 앉아있으면서 ‘혼자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훌쩍 떠나는 여행을 선호해서 혼자 여행을 종종 하고는 하는데 그 순간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혼자 여행은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날따라 유독 단체 여행이 많았는데 사실, 내 옆에 앉으셨던 한국인 아주머니의 쏟아진 개인적인 질문에 당혹감이 들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의 쏟아지는 개인적인 질문..


‘휴.. 아주머니 제 결혼 여부와 종교는 왜 알고 싶으신 건가요. 전 기독교인이 아니에요.’

‘혼자 조용히 여행의 설렘을 갖고 잠시 쉬면 안 될까요ㅜ?‘



여태껏 기내식으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없던 퍽퍽한 샌드위치를 먹고 나니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정말 가깝구나.'


불편한 기색을 살짝 내비쳤더니 질문을 애써 아끼시던 아주머니는 착륙이 가까워 오자

나에게 주신 기독교 팸플릿을 꼭 챙기라고 당부하셨고,

즐거운 여행이 되라며 웃어주시며 인사를 하고 급히 빠져나가셨다.


‘즐거운 여행’


그래, 여행은 즐거운 거지!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평일 오후 도착이라 그런 건지 작은 공항에는 사람이 텅텅 비어 있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자신의 고객을 찾기 위해 한국말로 적힌 푯말을 들고두리번 거린다.

난 이제부터 간간히 블로깅했던 기억을 더듬어 환전을 하고 택시를 불러 시내까지 무사히 가야 한다,





'공항. 모든 정보가 집합되어 있는 곳.'


환전소를 환전을 하고 유심을 사려고 두리번거린다. 한국인 남자 두 명이 여러 통신사 부스 중 노란색으로 눈에 띄는 곳에서 결제하는 것 같다. 내가 여행하면서 느낀건 잘 모를 때는 한국인들이 가는 곳, 하는 것을 따라 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 오기 전부터 많은 정보를 갖고 여행하기 때문에 잘 모를 때는 그냥 한국인들을 따라서 하면 손해는 덜 보는 것 같다.

unlimited 데이터 +무료 문자, 통화 제공 플랜으로 400 루블에 현지 유심을 구입했다. 다른 데는 아예 비교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금액인 것 같다.


내가 계속 작은 공항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니 택시 드라이버들이 나에게 계속 호객행위를 한다.

2000 루블부터 부르는 사람, 2000 루블을 깎아 1000 루블에 합의했는데 택시가 아닌 봉고차로 나를 안내한다.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 무슨 일인지 알아내려고 그 남자와 다시 얘기했으나 영어가 서툰 그가 핸드폰 번역기를 들이데며 처음 말과 다르게 여러 사람들과 타야 하니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에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기다리라고?'



봉고차에서 내 캐리어를 꺼내 다시 공항 쪽으로 걸어갔다.

막심을 깔고 택시를 불러야겠다 생각했다.



웬일로 순조로운가 했다.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온 티가 났다. 함께 비행기 타고 내린 그 많던 한국인들은 어느새 다들 가버리고 그 넓은 곳에 거의 나밖에 없었다.

막심을 깔았는데 영어가 아니다. 거기다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새로 받은 내 러시아 핸드폰 번호도 모르겠다. 완전 당황해서 공항입구 앞에서 서성거리니 여행가는지 캐리어를 들고 있는 인상 좋은 여자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먼저 다가온다.

내가 핸드폰을 내밀고 막심을 쓰려는데 러시안으로 되어있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손수 찾아서 검색해 주신다. 새로 받은 내 핸드폰 번호는 도대체 어디에 쓰여있는지 알 수 없어 여러 번 핸드폰을 검색하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들어가야 한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가신다.


고마워요 친절한 러시안!


오기 전에 분명 러시아를 갔다 온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러시안들 말투 딱딱하고 불친절해서 한 번은 싸울 거라고!!

'누가 러시안들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대!?'

난 벌써 이 친절한 여자분 때문에 이 곳이 좋아졌는걸..?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가 아까 유심을 산 통신사 부스로 가서 핸드폰을 내밀고 막심 설정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까는 미처 몰랐는데 다시 보니 웃음기 있는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그 직원은 영어가 서툴렀지만 쑥스러워하면서 택시 부르는 법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숙소까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왔다는 생각이 드니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택시 속 밖의 블라디보스토크 건물을 보니 설레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고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영어가 아예 서툰 그 택시기사는 손짓으로 나에게 이 건물이라며 말했고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의 스시 레스토랑 건물 앞에 남겨졌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인데 분명 근처에 그 레스토랑이라고 보기는 했던 것 같은데 주소는 다르고, 호스트는 오는 중이라는데 설상가상 내 핸드폰까지 꺼져 암담해졌다.


'나.. 진짜 준비성이 없이 왔구나..;; 내 운은 여기까지 인 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아... ㅜ

레스토랑 건물근처를 계속 왔다갔다해도 내가 찾는 숫자의 주소는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분명 이 근처가 맞는것 같기는 한데.. 내가 찾는 주소만 보이지를 않는다.


멀리 스시레스토랑 patio에 앉아있던 여자분이 능숙한 영어로 말을 하며 딱 봐도 뭔가 이상해 보이는 나에게 다가온다. 천사 같아 보였던 그분이 내가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하냐며, 내가 오해할 것 같아서 그런 건지 자신은 사람들 도와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말하셨다.

'아... 진짜.. 감사합니다.'

나는 그분에게 지금 상황을 말했고, 설상가상으로 내 핸드폰까지 꺼졌다며 다행히 프린트해 온 숙소 주소를 보여주며 검색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숙소는 길가 안쪽 바로 옆 건물이었던 것을 알았고 이번에도 또 무사히 사람들 덕분에 해결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음부터는 철저히 준비해야지 하는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여행 속 이런 불안전한 상황을 해결하는 순간을 내가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복잡 미묘하게 다가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오후에 도착해 숙소까지 오는데 하루반이 다 가버린 것 같았지만 여행의 첫날이 꽤 기분 좋게 시작된 것 같았다.

일편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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