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프랑스 파리 여행 6박7일
22.11.09 - 22.11.15
왜 이제 유럽을 왔을까?
한편으로 후회가 되었다. 조각 케이크의 과일 토핑을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것처럼 유럽은 나에게 아껴두고 싶은 여행지였다. 천천히 조금씩 보고 싶었던 마음이랄까? 친근한 듯 어려운 곳. 너무 다양한 나라들이 한데 묶여있어. 찬찬히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언젠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 왔었다. 파리에서의 여행이 시작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파리는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역시나 실패한 시차적응으로 새벽 내내 못다 한 여행지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하필 당일 대중교통 파업이라는 소식을 듣고 복잡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조식을 먹고 오전 9시쯤 숙소를 나왔다. 게으른 나도 여행만 하면 부지런해진다. 살짝 안개 낀 쌀쌀한 아침 거리를 걸으며 사람구경, 건물 구경을 했다. 귀여운 작은 가게들이 보이고 빵냄새 솔솔 나는 거리는 아침부터 patio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바삐 출근하는 사람 등. 모든 게 영화 같았다.
지하철은 파업으로 배차 간격이 너무 넓어 포기하고 구글이 알려주는 대로 버스를 한번 타보러 가보았다. 하필 출근 시간대라 길에도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기나긴 버스에 꽉 찬 사람들을 보니 저 안의 한 명이 될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보낸 사람들의 한숨과 탄성이 점점 커져갔다. 출근시간대에 이런 일을 겪어 본 나였기에 그들의 불만 섞인 탄성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두대를 보내고 그냥 걸어 보기로 했다.
걸으면서 여행을 하면 하나하나 찬찬히 눈에 담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긴장감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을 구경하고 오래된 성당들이 보이면 들어가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감상했다.
코로나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 코로나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간혹 한 두명일뿐,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메인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는데 프랑스에 온 후로 코로나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동양인 혼자만 마스크 쓰고 있자니 괜히 이상해서 쓰던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혹시 몰라 잔뜩 챙겨간 비상약들을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름다운 파리라고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중 '이곳에서 초보자는 운전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도심 한복판은 파리의 여유롭고 낭만적인 풍경과 대조적으로 경적소리와 경찰차 소리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람들이 운전은 굉장히 거칠게 하는 것 같다.
길만 걸어도 여행이 완성되는 도시 파리.
왜 사람들이 그토록 열망하고 사랑하는 곳인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