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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육오늘 Mar 27. 2023

파리의 지하철은 정말 위험할까?

#5_프랑스 파리여행 6박 7일

소매치기에 대한 나의 생각



유럽여행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뜻하지 않게 고민했던 부분은 소매치기에 관한 것이었다. 유럽여행을 검색하면서 연관되어 나오는 키워드는 단연 '소매치기'였는데 얼마나 심하길래 다들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멘트뿐인 건지.. 동행자가 있으면 모를까 혼자 가는 여행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사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카드 도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미국에서..(모든 나라를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이나타운에서 잃어버린 것 같은데 평일이었음에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복잡했고 정신이 없었다. 같이 여행 간 친구가 자꾸 하나씩 물건을 빠뜨리길래 옆에서 챙기다 정작 내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없어진 건지 짐작되는 곳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바로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한참 지나서 지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카드사에 중지 신청을 하니 이미 누군가가 몇 백만 원 이상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몽마르뜨


그때의 기분이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현금과 카드 지갑을 분리해 놔서 현금은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없으니 남은 여행은 의도치 않게 짠내투어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정대로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그때가 다시금 떠올랐다. 속상했던 마음과 수습하느라 보낸 시간과 에너지 등등.. 그때는 같이 여행하는 친구한테도 미안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미국 경찰관이 괜히 야속하기만 하고 그랬다. 타지에서 나와 비슷한 일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매치기는 절대 안 된다며 방지 아이템을 준비했다.

노스키밍 여권케이스, 핸드폰 스프링 줄, 자물쇠도 종류별로, 슬리밍백까지 준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해 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여행의 설렘이 가장 최고조인 시기가 가기 바로 직전인데 그 시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유럽을 갔다 온 친구들은 나에게 사기 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조심하면 되니깐 미리 겁먹지 말고 재밌게 놀다 오라고 했다.



생 쉴피스 성당 |  생트 샤펠 성당
니심 드 카몽도 박물관



파리가 가장 소매치기로 악명 높다고 한다.

길 조심, 지하철 조심, 숙소도 조심해야 하고 어디 가나 사람 조심!!


미리 검색한 덕분에 소매치기 출몰(?) 지역이나 어떤 식으로 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인해 달라는 여자들을 조심하고,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팔찌 파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하고, 사람 많은 지하철 안, 박물관 안에서도 조차.. (보통 관객들이 고가의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입장료보다 고가의 제품을 획득(?)할 수 있어서 유료의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기꺼이 들어가서 행한다고 한다. ) 너무 많은 사례가 있어서 여행 내내 은근한 긴장감을 갖고 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다리 위에서 서명을 요청하는 여자들(서명 후 돈을 요구한다고 합니다.)이나 지하철 입구 앞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몇몇 보기는 했지만 그냥 단호하게 무시하고 지나가니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적극적으로 영업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몽마르트르에 갔을 때는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팔찌를 파는 흑인들을 볼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못 봐서 아쉽다는 생각에 동시에 들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타. 가방에 스프링줄에 핸드폰과 지갑을 연결해서 다녔다. 나 혼자만 오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혼자 유난스러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혼자 여행일수록 나를 보호하는 건 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마르뜨 묘지


숙소에는 금고가 없어 캐리어를 잠그고 자전거 자물쇠로 한번 더 묶어서 보관하고 그랬다. 이건 사연이 좀 있는데 하루는 박스에 든 과자를 사서 몇 개만 먹고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그날 저녁에 들어왔더니 청소해 주시는 분이 과자를 빼먹었는지 반이 줄어있고 봉투가 다 열려있는 상태로 과자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과자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어서 내가 이렇게 두고 나갔었나? 하고 한참을 생각했었다. 공기 들어갈까 봐 접어 두었던 게 생각났다. 이 날 저녁에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지 다 뒤졌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잃어버린 건 없었다.



방브 벼룩시장


관광지 중심의 지하철역은 항상 사람으로 붐볐다. 어떤 지하철은 상태가 꽤 괜찮았고 어떤 지하철은 좌석 시트가 너무 지저분하여 앉고 싶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인 것도 있었다. 사실 한국에 비하면 상태는 좋지 않다. 하지만 글쎄.. 그게 파리의 한 모습이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풍경도 많았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던지 갑자기 악기 밴드가 들어와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들 일상인지 잠깐의 시간을 즐기고 음악이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진다. 나는 이런 순간에도 이게 무슨 일인건지, 정신 빼놓고 소매치기당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다. 누군가가 내 옆에 붙어있거나 쳐다보는 느낌이 나면 극도의 경계심을 갖기도 했는데 가끔은 ‘소매치기’라는 나쁜 프레임으로 내가 이곳을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하다 만난 한국인 중에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도 있었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분명 유럽은 다른 곳보다 소매치기가 많을 수 있다. 내가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내에서 조심해서 다니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가기 전부터 너무 겁먹지는 않아도 되는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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