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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Feb 26. 2024

때론 잊는 일도 도움이 된다.

2022년 5월 24일, 미국의 롭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죽는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 그리고 미국 정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 건물을 부수기로 결정했다. 건물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롭 초등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학교를 부수거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9.11 메모리얼 파크,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파크를 떠올렸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부수고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치 정해진 것처럼 생각하다가 조금 놀랐다. 이런 딱딱한 생각이 돌보지 못하는 귀퉁이들이 떠올라서. 총성이 울리던 교실, 괴한을 피해 달아나던 복도에서, 그리고 빈 책상과 총탄 자국이 남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전과 같은 날들을 보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때론 부수고, 지워버리고, 그래서 잊어버리는 일도 필요할지 모른다.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2년 9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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