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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Jul 18. 2020

감옥의 창살로 세상을 나누다

창살의 건너편에 서있던 내담자들

 새벽 알람 소리가 울린다. 요즘따라 부쩍 피곤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신경이 곤두서 버린다. 알람 소리가 나를 깨운다기보다, 그 소리가 나를 짜증 나게 만들어서 한 번 깬 잠이 다시 오지 않아 자연히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 6시 50분.


샤워를 하고, 식빵에 딸기잼과 아몬드크림을 발라서 먹다 보니 유난히 맛있어서 3조각을 연달아 먹게 되었다. 온전히 필터를 통과하여 완성된 드립 커피가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다. 요즘은 하루 중 아침에 식사하면서 이렇게 커피를 내려서 마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서 뱃속으로 들어가니 몸에 온기가 돌고 머리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많이 피곤하다. 상담소에도 일하던 상담사들중 3명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두어서 내가 담당하는 케이스 숫자도 배로 늘어났다. 요즘에는 상담 외에도 다른 일들도 개인적으로 하고 있어서 갑자기 급증한 업무량을 소화하는 게 벅차다. 상담사에게 케이스가 하나 늘었다는 것은 단지 일주일에 그 세션을 하는 60분의 시간이 늘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세션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리서치, 심리검사, 심리상담 이론적 탐구, 동료들에게 컨설팅받기 등), 세션이 끝나면 프로그레스 노트를 써야 하며 (한 명분 당 약 20분 정도 걸린다), 주중에 디렉터에게 보고서를 올릴 때 요약해서 보고를 해야 하고, 가끔 분기별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인 에너지와 시간만 소요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적/심리적 케어를 온전히 하려면 그만큼의 에너지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매주 한두 개씩 케이스가 늘어서 상담사로서의 경력에서 주당 케이스 숫자가 최고치에 달한 요즘 나도 모르게 번아웃이 되기 직전의 느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을 맞아서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최상의 날씨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최고의 온도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낮에는 40도를 육박하기도 하는데, 그나마 습도가 낮으니까 견디는 것이지, 습도까지 높았다면 나는 아마 길을 걷다가 얼마 전에 녹초가 되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과 길가의 야자수를 보고 있자면 너무 좋은데,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쯤 사라질런지.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나는 최근 사무실에 나가서 직접 내담자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내담자들과 사무실에서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텔레테라피(Teletherapy)라고 해서 화상통화 형식으로 상담을 원하는 내담자들은 그런 방법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가 담당하게 된 내담자들은 사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상담 도중 서로 마스크를 쓴 상태로 말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에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약간 과장을 하자면, 군대 시절 방독면을 쓰고 구보를 한 적이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1시간 동안 대화를 하다 보면 숨이 차고 마스크 안에 수증기가 가득 차서 군대 시절 훈련 받던 기억이 난데 없이 떠오르기도 한다.



집에서 나서기 전 오늘 스케줄을 보니 6개의 상담이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연이어 잡혀 있었다. 이 분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떤 소속 기관에 속한 레지던트들인데, 무기징역을 받고 감옥에 있다가 출소하여 세상에 적응하는 단계를 돕는 사회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중에는 의무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10명의 레지던트 중에 6명이 매주 수요일마다 나를 만나서 차례로 심리상담을 하는 것이다.


"저는 나를 때리는 남편을 밀쳐버렸어요...... 그런데 그만 그 남편이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어요"

"나의 남자 친구는 갱(Gang) 멤버였죠. 어느 날 그를 따라서 어느 주차장에 갔는데, 저는 몰랐는데 마약을 밀매하는 장소였지요. 저는 차 안에 있었는데 밖에서 말다툼이 벌어지더니 총소리가 났어요. 누군가의 총에 맞아서 나의 남자 친구가 그 자리에서 죽었어요"

"나는 늘 외로웠죠. 그래서 혼자 케이블티브이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어요. 케이블티브이를 보다 보니 플레이보이 잡지에 나오는 반니 걸들이 미모와 매력, 그리고 재력도 어느 정도 겸비한 아주 멋있는 롤모델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가출해서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길거리에서 창녀로 일을 했어요. 그것은 틀린 선택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아주 비참한 선택이었어요. 저는 나보나 15살이 많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고, 결국 말다툼 끝에 그 남편을 총으로 쏘아서 죽이고 말았어요"


약 한 달 전부터 이 여성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말들을 듣기 전에는 그들이 정말 이런 이력이 있고, 그런 이유로 무기징역 처분을 받아서 감옥에서 20년 이상을 살다온 여성들인지 느끼기 힘들 정도로 평범한 인상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무기징역을 받다가 가석방을 받고 나온 여성들인데,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들과 상담사로서 온전한 라포를 형성하고 상담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네이티브 수준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상담사도 아니라서 처음부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일단, "감옥을 갔다 왔다고 해서 함부로 편견을 갖지는 말자"라는 생각과 의지만 갖고 세션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에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본 이유가 클 것이다. 괜히 상담하다가 내게 거친 말을 하거나, 사나운 모습을 보이거나,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 진심으로 편견 없이 다가가는 것, 그리고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세션들을 시작했고, 정말 신기하게도 6명이 내 말에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며 나와 꽤 괜찮은 임상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감옥에 다녀온 경험이 없는 나의 다른 내담자들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순박하며, 상담에 임하는 동기부여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



물론 6명도 제각각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과 경험도 다르기에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내담자도 있다. 그 중에 가장 까다로운 성향을 지닌 그녀의 이름을 이니셜만 따서 A라고 하겠다. A는 70년대 초반생으로 감옥에서 24년을 보내고 가석방되었다. 나보다 5살이 많아서 가끔은 그녀와 동갑인 나의 누나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잘 나가는 듯싶었는데, ADHD와 트라우마(PTSD), 그리고 불안장애를 겪어온 이 내담자는 점차 그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세션 중에 내보이고 있다. 나에게 직접 안 좋은 말을 하거나 못되게 구는 것은 아닌데, 세션 도중에 ADHD 증상 등이 나타나면 세션에 집중을 못하고 힘겨워한다. 그리고 4년 전에 암 때문에 수술한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가끔 많이 지쳐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날에 상담소에 들어오게 되면 하기 싫은 상담을 억지로 하는 티를 여과 없이 나타내기도 한다. 시계를 5분 만에 본다던가, 내가 하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Yes" 또는 "No"라고만 말해버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던가, 욕설을 섞어서 자기가 아는 누군가를 심하게 험담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헝클어진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 상담사라도 내담자가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면 상담사도 지치고 그런 세션을 성실하게 임하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 내담자 때문에 많은 도전을 받기도 했다.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고, 그녀가 힘들어하고 있는 ADHD를 비롯한 여러 증세에 관련된 서적과 논문 등을 읽으며 이론적인 도움과 소스를 찾으려고도 해봤다. 그리고 그녀와의 상담을 30분 앞두면 언제나 상담 중에 상담이 막히면 할 만한 효과적인 질문을 5개를 준비해서 상담에 임했다. 그리고 그녀를 못마땅한 기분으로 대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은 해보자는 심산으로 상담에 임하기로 했다. 그래야 그녀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테고, 그런 상담을 진행하는 나도 더 수월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가 읽어온 책과 논문에 대한 지식과 이론을 조금 설명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하면 A는 자기도 모두 알고 있다고 딱 잘라서 말해버리기 일쑤였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하면 웃으면서 대충 답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나도 할만한 게 없었다. 나로서도 의욕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상담사와 내담자 간의 협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내담자가 동기부여가 되어있고, 상담사를 존중하고, 상담에 대한 기대를 할수록 상담사도 힘이 나고, 더 새로운 아이디어도 꾸준히 나오게 된다. 그러나, A는 그런 이상적인 내담자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내담자였다. 가장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상담이 끝나고 내가 상담사로서 스스로 느끼는 성과와 결과에 대한 보람을 전혀 못느끼고 오히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지난주에는 상담 중에 자기 자신도 덥고 힘든지 아무 말도 없이 3분 정도를 조용히 있다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여자치고는 근육이 많고 두꺼운 팔뚝에는 문신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나도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그 문신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상담을 시작한 지는 20분여 밖에 지나지 않았었기에, 일단 준비한 것은 마저 진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눈을 바라보고 최근에 힘든 점은 무엇이냐며 질문을 하면서 세션을 이어갔다.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담자는 내가 가진 마지막 소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점차 내 질문과 말들에 대해 조금은 길게 답변을 해나갔다.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그녀는 나보고 "당신은 참 열심히 노력하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세션 도중에는 자신의 마음과 의식이 ADHD 때문인지 5개로 갈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내가 하는 말도 쉽게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 A의 말을 듣고 그녀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속으로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다만 그 증세가 너무 그녀 스스로를 힘들게 해서 본인도 괴로운 모양이었다.



A와의 상담이 제일 힘들기 때문에 나는 A의 상담을 수요일의 일정 맨 마지막에 배치해 놓는다. 그녀와의 상담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그 센터에 저녁에 가서 그룹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이 그룹 상담은 매주 있는 것은 아니고 격주로 매달 첫 주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프로그레스 노트를 쓰다 보니 시간이 6시를 앞두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오늘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더 배가 고팠다. 7시에 그룹 워크가 시작되기에 시간을 절약할 겸 인근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빅맥버거를 사 와서 급하게 먹었다. 햄버거를 먹고 7시에 진행할 그룹 워크를 준비했다. 오늘은 "영성 (Spirituality)이 뇌(Brain)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주제로 내용을 정리해서 자료를 프린트해서 그룹 워크를 준비했다. 감옥에서 오래 생활하던 내담자들은 감옥에서의 생활을 견디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종교활동을 선택하여 그 종교에 깊이 심취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레지던트들은 신앙심과 믿음, 그리고 영성의 수준이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오늘 이런 주제로 그룹 워크를 진행하려고 자료를 준비했다. 초반에는 간단한 게임으로 아이스 브레이크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각자 돌아가면서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일이 좋았고, 무슨 일이 힘들었는지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차례가 A에게 돌아갔을 때 A는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늘상 하던 대로 이런저런 불평을 빠른 말로 쏟아냈다. 그러다가 점차 감정이 격앙되는가 싶더니 눈물을 쏟아내며 자신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자신의 약점을 노려서 자신을 못되게 대하던 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거의 10분이 넘게 말하며 감정을 표출했다. 나는 놀랐다. 왜냐면, A가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늘 당당하고 차가워보이던 그녀가 이렇게 섬세하게 감정을 표출한다는 점도 의외였고, 세션을 리드하는 나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답을 했다는 것들도 놀라웠다. 준비해 간 자료는 예상외로 대박을 쳤다. 영성생활, 즉 기도나 성서를 읽거나 명상을 하는 생활이 본인의 뇌의 구조와 사고 패턴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를 한 전문가들의 글을 요약한 한 장의 페이퍼에 대해서 그들은 놀라워했고,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표하며 내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다가, 나중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토론을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의도치 않게 서로 믿는 각자의 다른 종교관과 교리를 두고 티격태격하며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그룹상담시간이었다. 이들은 보고 있자니, 전혀 무기징역을 받을 만한 사람들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내담자들은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닌 채 아직 그 트라우마의 벽에 갇혀 있는 작은 소녀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내담자들은 아무 죄 없이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를 구할 돈이 없어서 억울하게 감옥에 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잘못을 한 죄인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이들이 자기 방어를 하려다가 본의 아니게 죄를 짓게 만들고, 그 이후 사회적 변호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지 못하게 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적 압력과 차별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씁쓸했고,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이 되어 종료를 하면서 모두 좋은 밤 보내라고 인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A가 내게 다가왔다. 오늘 그룹상담이 너무 좋았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어느 때 보다 밝게 빛났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그녀와 친해 보이는 다른 레지던트도 내게 웃으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누가 보면 그냥 어떤 회사 워크숍이나 간담회라고 해도 믿을 만한 분위기의 모임이었다. 누가 저들을 무기징역수였던 여성들로 볼까? 10명의 레지던트들과 인사하며 차에 올랐다.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해는 졌지만, 온도는 여전히 높았다. 그래도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불며, 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왠지 오늘은 피곤하지도 않고, 기분이 지치지도 않은 채로 집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들었다. 스케줄은 가장 타이트한 날이었지만, 기분은 가장 좋았다. 별밤을 바라보며 차를 타고 오다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까 그룹상담 때 A가 내게 했던 말 때문이리라. A는 매주 오는 개인상담에 대해서 그룹상담시간을 통해서 방금 전에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는 ADHD와 트라우마 증후군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래도 나의 상담사 미스터 킴을 정말 좋아해요. 왜냐면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나를 향해 어떤 마음가짐과 정서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미스터 킴,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는 것이 좋아요. 저는 다음주에 병원검진 때문에 당신을 못만나서 아쉬워요. 그 다음주나 그 다다음주에 보게 될 텐데, 꼭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요"


처음 이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이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비록 그녀는 미국인이고 영어로 말을 했지만, 왠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할 때, 한국인의 정서인 정과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어린시절 여고생이던 누나가 집에 데려왔던 누나의 친구가 집에서 놀다가 집을 떠날 때  내게 했던 인사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그런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 내가 가진 상담 기술이나 이론, 또는 다른 시도를 떠나서 그녀는 나의 그녀를 향한 정서와 마음가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무기였던 진심과 애틋함. 비록 내가 그런 정서를 매번 일정하게 유지하지는 못했으나, 그것은 내가 그녀와의 상담에서 추구했던 제일의 가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단번에 캐치했다.



문화와 언어, 그리고 살아온 경험이 달라도 사람으로서 마음과 마음은 통한다. 이런 단순하고도 명확한 원칙을 확인하며 집으로 오는 길은 하늘에 비추는 별과 달, 그리고 바람만으로 충분했다.


Thank you, A. Be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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