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 가이드 없이 바투르 산 트레킹 하는 법

저 같은 분들이 또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바람으로

by 전윤혜


계획에 없던 번외 편을 씁니다. 여행사를 안 끼고 발리 바투르 산 트레킹을 할 수 있는 팁이에요. 바투르 산 에피소드를 쓰다 보니 또 부들부들 떨리기도 하고, 저 같은 분들이 또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바람에서, 또 인터넷엔 여행사 트레킹 외엔 별다른 정보가 없길래 혹시나 하여 참고될 만한 정보들 남깁니다. (트레킹 투어 방식 등 바투르 산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도 함께요.)


IMG_4649.JPG 산 안의 산, 바투르 산. © Yoonhye Jeon


* 얼마나 힘들까?

1,717m 높이에 겁먹지 마세요! 주차장이 1,300m니 사실 400m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낮이라면 1시간 안 되어 올라갈 수 있어요. 한국에서 등산 두어 번 한 사람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출 땐 깜깜하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끼여 가기 때문에 가다 멈췄다 하는 시간 합쳐 2시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새해 첫날 해돋이 보러 아차산 올라가는 느낌 생각하면 됩니다.) 단, 바위길이 아닌 퍼석한 현무암 돌길이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운동하거나 나이 든 분들은 당연히 힘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이드가 꼭 필요한 트레킹은 아닙니다.



* 투어 가격?

일출 트레킹 투어는 현지 가격 인당 300,000~350,000루피아 정도입니다. (한화 약 26,000~30,000원.) 그룹 트레킹이고 이동, 조식, 가이드 포함입니다. 더 많이 내더라도 비슷한 컨디션으로 이동하고 등산합니다. 출발 시간은 장소와 그룹 인원 따라 다른데 보통 새벽 1시 반~2시쯤 시작합니다. 조식은 그룹 인원 다 픽업하고 나면 같이 모여 팬케이크 먹고, 올라가서 제 사진에서 보이는 빵과 달걀 커피(때론 바나나 등)를 줍니다. 일출 포인트는 두 곳입니다. 우리가 밥 먹은 슈퍼 근처에서 볼지, 더 올라가 꼭대기에서 볼지 결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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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르 산 분화구 트레킹. © Yoonhye Jeon


* 바투르 산 투어 없이 가는 법

혼자 가시는 분들은 우붓에서 3시 반에 출발해도 넉넉합니다.(단 가이드의 공격을 피한다면..) 주소는 꼭 주차장을 찍고 가세요. 우붓부터 직선 도로고 그 시간에 차가 없어 스쿠터 몰기 쉽습니다. 겹화산이라 산을 한 번 넘어야 입구에 갈 수 있는데 첫 번째 산 올라간 뒤 거기서 내려가는 길만 잘 찾으면 됩니다. 중간중간 가이드들이 튀어나오면 무시하고 가세요. 주로 입구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기다립니다. 말을 할 여지를 주면 안 됩니다. 입구에서 가이드 연합 아저씨들이 요구하는 인당 400,000루피아 무시하면 됩니다. 이 가이드 연합은 제가 여행한 이래 겪은 가장 강력한 여행사 마피아들입니다. 진짜 협박하는데 그 협박 아무 근거 없고 그렇다고 저희를 어쩌지도 못합니다. 겁만 주는 겁니다. 나중에 구글맵에 Mt Batur 1점 준 사람들 리뷰 읽어보니 협박 얘기 많습니다. 다들 ‘마피아’라 부르고요. 저희처럼 스스로 온 외국인들, 특히 지리 잘 모르는 외국인들 몰아세워 돈 받아내는 겁니다.


저희가 등산 시작하고 별 탈 없이 꼭대기까지 갔던 건 사람들이 하산할 때여서입니다. 프랑스인들 리뷰 읽어 보니 피크 시간대(새벽 3~4시쯤 혼자 등산)에는 마주치는 가이드마다 저희한테 그랬듯 ‘가이드 어딨냐고’ 묻고 강제로 그 자리에서 가이드 붙인다고 해요. 가이드 안 마주치고 성공한 사람은 새벽 1시쯤 올라갔다 합니다. 그 시간엔 아저씨들 출근 전이라 사람이 없습니다.


“너희 가이드 어디 있냐” 물으면 올라갈 땐 “먼저 올라갔다” 하고 내려올 땐 “먼저 내려갔다” 하면 됩니다. 어쩌겠어. 먼저 올라갔다는데. 그럼 넘어갑니다. 가이드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비싼 돈 주고 온 사람들한테 ‘가이드 없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보여주는 것입니다.



* 분화구 트레킹을 추천!

저희가 생각하는 진짜 트레킹은 분화구를 도는 거예요. 이 트레킹은 낮시간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일출 없이 ‘볼케이노 트레킹’ 등으로 따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투르 산은 10시 이후로는 텅 빈 산이예요. 일출 지난 다음에 올라가면 가이드도 필요 없고, 돈 안 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이 당연한 이야기를 팁처럼 얘기해야 한다니....) 그냥 오는 사람들 감시하는 것이 가이드 연합 아저씨들의 업무의 일부인데, 해 뜨고 나면 아저씨들이 퇴근하기 때문입니다... 대략 2~3시쯤 출근하는 것 같고 해 뜨면 집에 갑니다. 그분들만 없으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됩니다.


Screen Shot 2020-02-26 at 19.17.45.png 바투르 산의 일출.



* 일출은 보면 좋지만, 꼭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일출까지 봤다면 정말 환상적이었겠지만... 저희는 분화구 걷는 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사람이나 일정에 안 치여서 더욱이요. 다른 발리에 온 것 같았어요. 혹시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분, 붐비는 것 싫어하는 분, 모험 좋아하는 분, 비치나 우붓 등 등 뻔한 발리에 지겨운 분 등등! 일출은 안 보더라도 꼭 바투르 산에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 우리의 지출

하루 스쿠터 대여 60,000루피아, 주유 3l에 20,000루피아, 오가닉 주스 2l 50,000루피아, 아침 60,000루피아 두 사람 총 180,000루피아에 다녀왔습니다. (한화 약 16,000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는 게 저희의 여행 스타일이에요. 가이드 없이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니 많이 많이 독려합니다. 이렇게 알리다 보면 저희를 협박하던 아저씨들도 결국 망하지 않을까요? 가이드 연합 망해라!


IMG_4343.JPG 바투르 산 정상(일출 포인트)에서. 윤혜와 니콜라스. © Yoonhye 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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