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 평가를 위한 기준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5%를 기록했는데 이게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냥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니 잘 했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난 주식에 투자했으면 적어도 10%는 기대했는데 고작 5% 밖에 못 냈으니 이 펀드는 열위한 펀드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주관적 예상 또는 기대치에 미루어 투자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한 방법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투자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어떤 기준이 필요한데, 이 기준이 되는 것을 ‘벤치마크(Benchmark)’라고 합니다.
‘벤치마킹하다’는 말을 많이 접하셨을 것입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이란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체를 선정해서 상품이나 기술, 경영방식을 배워 자사의 경영과 생산에 합법적으로 응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굳이 기업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역사 속 훌륭한 위인을 접하고, 성공 방식 등을 배우고 응용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벤치마크(Benchmark)라는 단어에 ‘-ing’를 붙여 행위를 표현했다고 보여지네요.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벤치마크(Benchmark)의 사전적 의미는 ‘비교평가 대상’으로 성공한 기업 또는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의 경영방침을 뜻합니다. The Merriam-Webster Dictionary에서는 Benchmark를 ‘standard or point of reference in measuring or judging quality,value, etc’로 정의합니다.
어떻게 정의하든 핵심은 ‘비교대상’이라는 뜻을 내포한다는 점인데, 이것이 금융 분야로 넘어오면 ‘성과평가를 위한 기준이 되는 지표’의 뜻을 갖습니다. CFA Program Curriculm에서는 금융에서의벤치마크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A benchmark is a collection of securities or risk factors and associated weights that represents the persistent and prominent investment characteristics of an asset category or manager’s investment process.”
금융 분야에서 벤치마크는 성과 평가를 위한 기준으로 매우 널리 쓰입니다. 벤치마크는 보통 시장을 전체적으로 반영하는 주가지수/채권지수가 사용됩니다. 국내의 주가지수로는 KOSPI 지수 또는 KOSPI200 지수가, 채권 지수로는 KIS채권지수, KOBI채권지수가 많이 사용됩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자산군별로 대표 지수가 더 잘 되어있습니다. MSCI, S&P, Barclays, Bloomberg 등 유수의 Index provider 가 제공하는 지수가 많이 있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처음에 했던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내가 가입한 주식형 펀드가 수익을 5%를 냈는데 이게 잘 한 걸까요? 벤치마크 수익률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제가 가입한 주식형 펀드의 벤치마크가 KOSPI 지수이고, 이 KOSPI 지수가 펀드에 투자한 같은 기간 동안 8% 올랐는데 내 펀드는 5% 수익을 기록했다면, 이 펀드는 저조한 성과를 낸 것입니다. 반대로, KOSPI 지수가 2% 수익률에 그쳤다면 해당 펀드 매니저는 우수한 성과를 보여준 것입니다.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 벤치마크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벤치마크는 투자설명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A라는 펀드가 KOSPI 지수를 벤치마크로 하고, 이 벤치마크 보다 우수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라고 가정하겠습니다. 1년 뒤 펀드가 -1%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할 때, 우리는 ‘미국의 S&P500 지수는 10%가 올랐는데 이 펀드는 뭐 한 거야?’라든지, 혹은 ‘예금 금리만도 못 내는 게 무슨 펀드야?’라고 평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A 펀드가 1년 간 -1%지만, 동 기간 동안 벤치마크 지수가 -5%라면 이 펀드는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한 것입니다.
펀드에 투자할 때 해당 펀드가 적합한 벤치마크를 정했는 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겠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벤치마크를 국내 주가지수로 명시하였다면 이는 잘못된 펀드일 것입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벤치마크가 KIS채권지수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겠죠. 이것은 비교 대상인 벤치마크가, 펀드가 주된 투자대상으로 삼는 자산의 Investment characteristics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전거와 비행기의 성능 비교를 하지 않듯이, 투자대상의 Risk/Return profile를 잘 반영하는 벤치마크를 선정하여 비교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벤치마크의 추종 여부에 따라 운용 전략이 달라집니다. 벤치마크가 KOSPI인 국내 주식형 펀드 B가 그냥 벤치마크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목적인 펀드라면 우리는 이를 인덱스 펀드라고 호칭합니다. 수동적으로 벤치마크만 따라간다고 해서 Passive 펀드라고도 하죠. KOSPI 지수가 10% 오를 때 펀드도 그대로 10%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펀드 보수를 차감해야 하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는 항상 벤치마크 대비 저조합니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라면 평가의 핵심은 ‘벤치마크를 얼만큼 잘 복제했냐’입니다. 그래서 인덱스 펀드는 Tracking error가 중요합니다.
KOSPI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리는 주식형 펀드 C는 액티브(Active) 펀드입니다.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비교 지수를 뛰어넘는 성과를 투자자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펀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만 KOSPI 지수 내 종목들을 똑같이 따라가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가 KOSPI 지수 내 차지하는 비중이 10%라면 패시브 펀드는 현대자동차가 좋게 보이든 나쁘게 보이든 10%를 따라사지만, 액티브 펀드는 매니저의 의견에 따라 현대자동차를 더 많이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습니다. 액티브 펀드는 패시브 펀드 대비 더 많은 노력(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수가 패시브 보다 비쌉니다.
성과 평가에 있어서 단순히 수익률을 벤치마크와 비교하기 보다는,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변동성’을 감안한 샤프 비율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투자 기간 중 입출금 등 현금흐름이 발생했다면 단순 수익률을 계산해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또 하나의 주제로 따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조
다음은 CFA Curriculum에서 정의한 ‘적절한 벤치마크’를 위한 기본 속성입니다.
Unambiguous
The identities and weights ofsecurities or factor exposures constituting the benchmark are clearly defined.
Investable
It is possible to forgo activemanagement and simply hold the benchmark.
Measurable
The benchmark’s return isreadily calculable on a reasonably frequent basis.
Appropriate
The benchmark is constituent withthe manager’s investment style or area of expertise.
Reflective of current investment opinions
The manager has current investment knowledge (be it positive, negative, orneutral) of the securities or factor exposures within the benchmark.
Specified in advance
The benchmark isspecified prior to the start of an evaluation period and known to allinterested parties.
Owned
The investment manager should beaware of and accept accountability for the constituents and performance of the bench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