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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 되지 못한 난로 이야기

드라마, 스토브 리그의 아쉬움

by 글도둑

드라마, 스토브 리그는 수작이다. 명작이 되지 못한 수작. 임동규와의 갈등, 권경민과의 갈등, 투척한 떡밥들과 잘 회수한 복선들. 그것만으로 수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왜 명작이 되지 못했는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중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이야기의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사실과는 다르고, 냉혹한 현실보다는 달콤한 꿈에 가깝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엔 현실성이 있다. 드라마의 현실성은 배우의 연기, 디테일한 상황 설정, 그리고 시청자를 설득할 논리력이 필요하다.


스토브 리그는 후반부에서 감독에 대한 떡밥과 구단 해체에 대한 복선을 담아낸다. 이때, 이야기의 힘을 잃었다. 우선 감독 역할을 맡은 배우는 감독스러운 외모와 목소리를 제외하면 연기가 어색하다. 말수가 적었을 땐 괜찮았지만 대사가 많아지고 호흡이 길어질수록 어색함이 커졌다. 감정 조절이 어려웠을까, 아니면 캐릭터 이해가 덜 됐을까. 감독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몰입이 깨지기 시작했다.


감독의 강두기 트레이드와 침묵은 백승수 단장의 믿음과 이세영 팀장의 칭찬을 뒤엎었다. 그동안 꼴찌만 하던 감독을 믿고, 칭찬해주며 치켜세웠으나 감독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휴머니스트와 일하지 않는다던 백승수 단장이 그를 다시 받아줬다는 사실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힘을 잃었다.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신용할 수 없다면 선수들을 이끌기 어려울 테니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PPL의 공습이다. 2부로 나눠서 광고를 집어넣다가 3부로 쪼개버린 것까지는 이해한다. 다된 스토브 리그에 펭수 뿌리기도 넘어가겠다. 하지만 뜬금없이 떡볶이 집에서 튀김으로 도원결의를 맺고, 굳이 커피 머신을 클로즈업한다거나, 핫도그를 저녁 대신시켜먹는다는 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3부로 쪼개서 광고를 더 넣었다면 PPL을 줄여도 되지 않았을까. 설령, PPL을 유지하더라도 더 자연스러운 전개가 가능했을 텐데. 차라리 곱창이나 홍삼처럼 그럴듯한 PPL을 넣었다면 이야기에 몰입이 쉬웠을 텐데. 핫도그보다 치킨이나 피자가 더 현실성 있었을 텐데.


이 두 가지 이유는 명작 일수 있었던 스토브 리그를 수작으로 내려놨다. 몰입과 이해를 방해하면서 이야기의 힘을 빼놨다. 다만 작가는 스토브 리그가 입봉작이란 점이 희망적이다. 첫 작품부터 명작을 뽑아낸다면 그다음 작품은 더 부담스러울 거다. 작가가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써 내려갈 것이라 기대한다. 때문에 스토브 리그는 수작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다음번엔 명작을 들고 오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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