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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시간 속에 뛰어들다.

영화, 1917

by 글도둑

'시간이 적이다.' 1차 세계대전의 한 일화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 영화에겐 이 한 줄의 문장이 곧 전부다. 영국군이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적진을 가로질러 가는 두 명의 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1917은 꽤 단순한 영화다.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이 굉장히 뛰어난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한 군인이 잠에서 깨어나 임무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카메라는 두 명의 군인이 움직임에 따라간다. 때문에 시점이 바뀌거나 다른 사람들을 비춰주진 않는다.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서 카메라 또한 보여주는 것에 제한을 둔다. 이는 영화를 더 긴장감 있고, 몰입감 있게 만들었다.


카메라 워크를 따라가 보면 장면이 물 흐르듯 전개가 되어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이 고스란히 보인다. 이 작품의 완성도는 카메라 워크와 편집에 달려있었다. 배우들 또한 연기를 잘 소화했으며 중간중간 유명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느낌이 나오는 배우들은 정말 빛나는 스타, 그 자체였다.


단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스토리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배경 음악을 통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전쟁 영화의 특징을 잘 잡아서 묘사했기에 영화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시와 노래로 긴장을 풀었다가 종소리와 총소리로 긴장을 다시 조여준다. 호흡 조절을 통해서 긴박함을 더 살렸고 이는 관객에게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영화는 잘 만들었으며 재미와 예술성 또한 잡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군인의 모습, 개인의 감정과 고뇌를 잘 담아냈지만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시체와 탄피, 그리고 전우들 너머로 달리던 그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나서 쉴 틈 없이 달리다가 마침내 다시 잠에 빠져드는 영화, 191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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