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젠틀맨
포스터에는 '범죄의 품격'이라 써져있다. 이 작품은 갱스터 영화다. 대마초를 파는 마약상이 어떻게 정글에서 왕이 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제대로 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독특한 방식의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기는 하다. 그런데 이렇데 많은 배우를 통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 조잡스럽다.
영화는 되지도 않은 헛소리로 시작한다. 왕이 되려면 왕처럼 행동해야 한다던가. 쓸데없이 있어 보이는 행동과 피 튀기는 시작은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범죄를 그럴듯하게, 있어 보이게 하려는 모습들이 오히려 식상했다. 각종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서 행동한다. 영화의 제목대로 '젠틀'하게 행동하려 하는데 그 부분이 멋있거나 품격 있다고 느껴지기보다는 허세 가득한 중2병처럼 보인다.
B급 정서를 살리려면 킹스맨처럼 해야 한다. 그에 비해 이 영화는 추잡한 편이다. 비싼 옷들과 화려한 차들, 그리고 그들의 영국식 악센트. 그러나 그들이 하는 짓은 추악하고 더러운 범죄 행위다. 그나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라면 더러운 범죄 행위를 적절한 수준에서 커트하며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밌는 점이 하나 더 있다면 독특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인데, 플레쳐의 걸쭉한 입담으로 시작하면서 입담으로 끝나는 부분이 그나마 영화의 지루함을 잘 잡아주었다. 영화 내내 더티 토크가 진행되는데 이 부분도 유쾌하기보다는 불쾌하게 다가올 수도 있어서 살짝 애매했다.
전반적으로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범죄 오락 영화다. 하지만 매력적인 배우의 연기는 있지만 캐릭터가 없었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다양하게 바뀌는 시점,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다.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킬링 타임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재밌는 킬링 타임용 영화가 널렸으니까.
영화에 등장한 대형 배우들이 많아서 쓸데없이 비싼 돈 주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이 리치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는 제작비가 저렴한 편이라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