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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대는 수다 속에서 내 재미를 찾아낸 거야

드라마, 멜로가 체질

by 글도둑

극한직업을 참 재밌게 봤다. 기존의 공식을 무시하고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웃기고 싶은 대로 웃긴다. 그러던 중, 꾸준히 듣던 노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내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가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봤다. 배우, 안재홍과 천우희가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 깊었으니까.


이번 드라마 역시, 이병헌 감독의 유머 코드가 녹아있다. 서른이 되어도 안 괜찮은 직장인들의 삶과 유머, 그리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았다. 이 드라마는 '수다 블록 버스터'라는 단어를 가져다가 썼다. 이병헌 감독의 장점은 수다를 수다스럽게 잘 풀어낸다는 점이다. 참 웃기지만 슬프게, 아프지만 강렬하게 풀어내는 배우들의 입담은 공감과 유머를 자극한다.


배우들이 잘 소화해낸 대화가 너무 인상 깊다.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판을 드라마로 담아냈다. 영화, 드라마, 배우, 촬영, 제작사의 판. 자신이 일하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만큼, 자기가 힘들고 어려웠던 만큼 보여준다.


무명의 작가에서 유명 드라마 작가의 보조가 된 뒤 내뱉은 대사,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흔히 '꽃길만 걷자'라는 응원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줬다. 이런 방식으로 이병헌 감독이 만든 수다 블록버스터는 기존에 있던 편견, 가치관, 생각, 관념을 비틀고 꼬집으면서 유머 코드를 생산해낸다.


취향 저격이었다. 신선한 유머와 흥미로운 배우들, 그리고 공감되는 이야기. 시청률보다는 노래 한곡을 남겼고, 그 노래 한곡 덕분에 재평가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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