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멜로가 체질'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세 사람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여성, 직장인, 프리랜서, 드라마, 방송국, 제작사의 삶과 현실을 담아내면서 제목에 걸맞은 멜로까지 녹여낸다. 이 드라마의 강점은 말 그대로 '수다'지만, 약점 또한 '수다'였다.
드라마에서 똘끼 넘치고 수다스러운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한다. 오디오가 빌 시간이 없도록 가득 채워버린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담담하게 쏟아내는 수다 속에서 우리는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느낀다. 그 수다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작품 속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드라마를 만드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주요 스토리 중 하나가 작가와 감독이 만나서 드라마를 만들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병헌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우려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드러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드라마, 하고 싶은 말을 포장하지 않고 뱉어버리는 드라마. 성공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 그래서 재밌을 것 같다고 대답하는 PD.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웠나 싶을 정도로 이 드라마는 수다가 이끌어간다. 바로 그 점이 시청률을 갉아먹었다. 말이란 건, 대화라는 건 사실 상당히 집중해서 들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가 시험 볼 때, 듣기 평가가 포함돼있을 정도로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바쁜데 옆에서 수다 떨고 있으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이 드라마는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시끄러운 드라마일 뿐이다. 공감가지 않고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겐 요란스러울 뿐이다.
수다는 재미를 주는 방법이자, 하나의 자극이지만 그 자극과 재미를 못 느낄 수 있는 중장년층에겐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안 좋았어도 분명 좋은 드라마다. 작품 속, PD가 말했듯 새로운 시도가 되었으며 이런 말을 해주는 드라마도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그 시도가 시청률로는 실패했지만 신선한 화제로는 성공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조회수로는 충분히 성공했다.
블록버스터란 단어는 영국의 폭탄에서 유래된 단어다. 흔히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흥행에 성공한 상업 영화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여서 홍보한 이유는 뭘까. 블록버스터는 막대한 제작비를 바탕으로 커다란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다. 이병헌 감독은 막대한 수다를 바탕으로 커다란 이슈를 불러일으키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살려서 유머 코드를 짜내고, PPL을 재치 있게 소화해내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뭐가 어찌 됐던 우리는 '멜로가 체질'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