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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세계관, 안 괜찮은 스토리

영화, 엘리시움

by 글도둑

멧 데이먼이 나온다. 아, 또 이것저것 때려 부수면서 세계를 구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예상은 정확했다. 딱 이 부분만.


영화는 나름 괜찮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나름 번듯한 세계관과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영화에 몰입할수록, 깊게 파고들수록 너무나 빈약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발목 잡는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세상에서 진행된다. 버려진 지구에서 생활하는 갱스터들과 새로운 행성에서 호화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탐욕스러운 권력자들. 그 사이에서 스토리는 산으로 간다.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갱스터는 갑자기 세상을 구하려는 영웅이 되고, 권력자는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만 한다.


영화의 세계관 자체는 미국의 의료 체계와 환경을 비틀어서 만들었다. 이런 디스토피아 세계관 자체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감독의 이전 작품, 디스트릭트 9에서 꼬집었던 남아공 백인정부처럼 불편했던 부분을 긁어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잘 짜인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가 생명을 얻으려면 이해되는 스토리를 가져와야 한다.


엘리시움은 중간중간 잘라먹은 듯한 전개가 압권이다. 특히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 하나도 드러나 있지 않으며 과거에 범죄자였다는 사실이 전부다. 그런 주인공에게 여러 가지 클리셔들을 범벅시키며 버려진 지구인들의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주인공을 위해 희생한 친구 또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보면 괜찮지만 자세히 보면 허점 투성이인 영화, '엘리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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