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조 래빗
주연인 소년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과 샘 록웰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의 종전 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살의 청소년 나치 단원 조조가 어떻게 세뇌를 당했으며 그 결과 상상의 친구, 히틀러와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웃기다. 영국 밴드, 비틀스의 노래를 틀면서 나치식 경례를 비웃는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치와 파시즘이 얼마나 잔혹한지 풍자를 통해서 보여준다. 감독은 코미디로 승화시켰지만 영화를 자세히 보다 보면 그 당시 독일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볼 수 있다.
어린아이를 세뇌시켜서 군사 훈련을 시키고, 서슴없이 전쟁터로 내몰면서 자폭까지 시키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지만 웃고 나면 섬뜩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로지 베츨러는 평화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설 '유럽의 교육'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났다. 조조 래빗은 코믹하고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게 진행된다. 감독은 적당한 긴장감을 주면서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고, 다양한 복선을 통해서 관객의 이해를 도와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샘 록웰이 연기한 훈련 교관, 대위에 대한 복선이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지만 부상 이후, 좌천되어 청소년들을 훈련시킨다. 그런데 중간중간의 모습에서 부관과 모종의 섬싱이 있음을 드러낸다. 포크로 음식을 떠먹여 주거나 함께 화려한 복장의 옷을 입는다거나. 나치 체제 아래에서는 동성애 또한 유대인과 함께 박멸의 대상으로 잡았기에 그가 왜 조조를 도와줬는지 은연중 설명해준다.
감독은 히틀러를 연기했다.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히틀러를 연기하는 것만큼 멋진 풍자는 없었다. 히틀러는 어린 조조의 세뇌를 상징한다. 조조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히틀러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모습, 그리고 사랑이 주는 동기 부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장치였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비 CG였다. 조조가 그저 배를 내려다보는 걸로도 충분히 사랑에 빠진 것을 설명해줄 수 있었는데. 하지만 그 외엔 전부 만족스러운 영화다. 제목이 '조조 래빗'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이 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장에 갇힌 토끼와 열쇠를 든 소년. 토끼는 소년을 구해주었고, 소년은 토끼를 풀어주었다. 릴케의 시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연습해야 하는 것은 풀어주는 것뿐이었다.
영화의 끝자락과 베츨러 부인의 춤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향기가 난다. 표현하는 데 있어서 춤보다 멋진 방법은 없다. 보고 나서 살짝 춤을 추고 싶은 영화, '조조 래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