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이란 뭘까.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에는 초심이라는 곡이 있다. 초심을 찾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초심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의미의 곡이다.
‘초심을 잃지 마라 말씀하시네. 모두가 입을 모아 말씀하시네. 하지만 사실 나는 기억이 안 나. 옛날에는 내가 어떤 놈이었는지. 나는 옛날이랑은 다른 사람.’
내가 어떤 생각으로 창업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이유는 잃어버렸고 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있다. 처음에는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생각했더라.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어떤 카페를 꿈꿨더라.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하나 있긴 하다. 일기장. 나는 일기를 워드로 기록한다. 군대에서부터 시작한 습관 중 하나인데 매일 쓰는 일기가 아니라 특별한 일이나 심경 변화가 있을 때만 쓴다. 조선소 시절을 찾아보니 처음에 꿈꿨던 것은 북카페였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책을 도피처로 삼았던 시절이라서 그랬다. 주말이면 기숙사 근처에 위치한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다 왔다. 그러다 졸리면 책을 빌려서 근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 시간 때문에 나는 북카페를 꿈꾸곤 했다. 맞다, 꿈을 꾼 거다.
목표와 꿈은 다르다. 목표는 이루기 위한 계획과 절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꿈은 다르다. 언제나 막연하게 상상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 나는 창업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창업이 목표라고 할 뿐이다. 문제는 카페에서 실제로 일해 보면서 북카페란 얼마나 비효율적인 사업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요식업의 특성상, 회전율이 높아야 좋다. 포장이면 더 좋다. 많이 팔아야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북카페라고 함은 매장 내에 책을 비치하고 읽을 수 있게끔 하는 콘셉트의 카페를 말한다. 책을 읽는 건 시간 단위의 체류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망하기 딱 좋은 사업이랄까. 이걸 극복하려면 음료의 단가를 높여야 하고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창업을 해야 한다. 예쁜 인테리어는 당연하다. 여러모로 힘든 일 투성이다.
찾아보니 북카페가 내 초심이었다. 일기 덕분에 초심이 기억났다. 하지만 장기하가 말하는 것처럼 나는 옛날이랑 다른 사람이다. 초심을 잃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북카페는 망하기 딱 좋은 사업이라고. 초심이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초심을 잃어버려서 좋은 경우도 있다. 나처럼 초심을 잃어버린 덕분에 망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줄은 사람도 있으니까.
장기하는 말한다. 초심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그게 맞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뭐하겠는가. 그때와 지금은 내 모습도, 주어진 상황도, 하고 싶은 생각도 다른데. 나는 초심을 버리고 성공을 위한 초심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시뻘건 바닷물에서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창업,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