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곳에서 끝난다는 건 생각보다 이상한 기분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퇴사가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을 무렵, 파견을 가게 되었다. 3주나 되는 장기 파견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입사한 매장이었다. 이런 수미상관을 보았나.
내가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던 매장은 병원 내에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 또한 거의 바뀌지 않는 곳이었다. 2년 넘게 일했기 때문일까. 다시 돌아온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종종 알아본 사람들에게 잠시 파견을 왔다고 인사하는 날들이 지나갔다. 손님들은 여전했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많이 달라졌다.
내가 알던 직원은 여덟 명 중 두 명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른 매장으로 옮기거나 퇴사했다. 내가 알던 곳이지만 낯선 곳이 되어버렸달까. 게다가 종종 놀러 왔던 아기가 어느새 매장을 뛰어다녔고 어느새 동생까지 생겨버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알던 곳은 모르는 곳으로 변해버린 듯했다.
처음 입사할 때, 점장님께 창업이 목표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퇴사를 준비하는 지금이 낯설기만 하다. 생각만 하던 일을 실제로 하게 됐으니 이상할 수밖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소설이 있다. 꽤나 인상 깊게 읽은 책인데 등장인물 중, 유리가게 주인이 나온다. 그 사람은 성지를 방문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이었다. 꿈을 이뤄버리고 꿈 없이 살기보다는 꿈을 꾸면서 언젠가는 성지 순례를 하러 가겠다는 희망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처음 입사했던 매장에도 언젠가는 창업을 할 거라는 희망으로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나름 승진도 해서 부점장까지 하고 있지만 창업 준비는 못하고 있다. ‘일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바쁘니까’라는 이유로 말이다. 다른 매장에서도 창업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매장의 콘셉트를 말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수록 그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야만 했다.
시작했던 매장에서 퇴사 일주일 전까지 일하게 되었다. 시작했던 매장에서 끝을 맞이한다는 느낌은 굉장히 묘했다. 처음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달까. 동시에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나를 가르쳤던 직원들, 내가 가르쳤던 직원들, 여전히 남은 사람들과 이젠 떠난 사람들. 그리고 이제 곧 떠날 나까지.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헤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끝을 잘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시작하던 매장에서 끝을 고민하고 있으니 묘한 감정이 뭉클뭉클 올라온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부디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