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오래 봤다고친한 건아니더라

by 글도둑

그토록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퇴사일이 성큼성큼 다가올수록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생각난다. 그동안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선임으로 만난 사람과 후임으로 만난 사람. 내가 가르침 받았거나 가르쳤거나. 정말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도 있고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밖에 못 본 사람도 있다. 심지어 내가 새로 발령받는 곳에 인사하러 갈 때 얼굴만 보고 퇴사한 사람도 있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떠오르는 건, 회사 사람들과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업무 외적으로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함께 일했던 직원분들이 이성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했다. 가급적이면 말이다. 간혹 함께 일하기 좋은 직원은 나중에 창업해서 잘되면 빼 올 생각으로 어느 정도의 친분을 유지하려 했다. 너무 먼 일이긴 하지만, 최대한 선을 지키면서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


나름 친분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퇴사한다는 연락을 돌렸다. 퇴사하면 못 볼 확률이 높을 테니까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말이다. 나와 2년 넘게 같이 일했던 직원은 연락이 아주 뜨문 뜨문 이어졌다. 당연히 약속 시간을 정하는 건 실패했다. 그저 퇴사하지 말라는 징징거림만 있을 뿐, 함께 밥 먹자거나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같이 3주 정도 일했던 직원과는 같이 저녁을 먹으며 어떤 카페를 차리고 싶은지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그녀는 퇴사 축하한다며 선물로 예쁘게 포장된 마들렌과 까눌레를 줬다. 대화 내내 예쁜 카페, 베이커리 맛집을 추천해주면서 창업한다는 내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5개월 정도 함께 일한 직원도 있다. 그는 바텐더를 하고 싶어 해서 퇴사하려다 코로나로 인해 퇴사를 미뤘었다. 그와 함께 굉장히 유쾌하게 일했던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그는 평소에 연락은 거의 안 했지만 내가 퇴사한다고 하니 정말 흔쾌히 나왔다. 1차에 이어 2차까지 계산하면서 그는 흥미로운 대화 주제를 꺼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적으로 만난 사람은 일적으로 끝내거든요. 근데 이렇게 따로 만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종종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너무 거리를 두고 살지 않았나 하는. 정말 좋은 사람도 있을 텐데.”

나도 비슷했다. 일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은 일로만 엮이자고. 그러나 일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는 정말 아닌 사람도 있지만 정말 좋은 사람도 있었다. 좋다고 느끼는 사람은 곁에 두고 싶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로서, 함께 일하게 되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으로서 말이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으로도 이 회사에서 일한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이 많은데 그걸 확인하려면 같이 일해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가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된 계기는 상처였다. 그는 어떤 관계로 인한 상처를 입었고 '어차피 뒤통수칠 텐데'라는 편견을 품고 지냈다. 요즘 들어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속내를 토로하는 그의 모습에서 내가 경험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 줬다.


퇴사한다고 연락을 했지만 나중에 밥 한번 먹자라는 사람과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어있다. 반면 나중에는 영영 볼 수 없는, 아니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함께 근무했던 시간이 오래됐는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래 봤다고 해서 친한 것은 더욱 아니다. 서로가 얼마나 깊이 통했는지가 중요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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