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진담- 우투리 2

by 글도둑

그렇게 세월이 흘렀지. 우투리는 정말 무럭무럭 컸어. 어느새 나를 내려다볼 정도로 장성했는데 이제는 호랑이도 한주먹에 때려잡을 것 같더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을 거야. 우투리는 자기를 보고도 편하게 대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종종 우리 집에 와서 사냥감을 쫓는 법이나 활을 쏘는 법을 배워갔어. 덫을 놓는 것도 알려주려 했는데 고개를 절래 절래 젓더니 말했지.


“그냥 때려잡는 게 더 편해요, 허 아저씨.”


그러던 어느 날, 우투리와 곰을 마주쳤어. 원래는 몰래 뒤쫓아서 내가 화살로 급소나 다리를 쏘고 투리가 달려들어서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었지. 사슴이나 멧돼지 정도는 그게 충분했거든. 그날도 멧돼지를 쫓고 있었는데 흔적을 따라서 가다 보니 멧돼지가 곰에게 이미 찢겼더라고. 곰도 식사하는 걸 방해해서 짜증이 났는지 달려들었지. 내가 있던 마을의 뒷 산에는 원래 호랑이가 산 주인이라 곰이 있는지 몰랐는데 말이지.


곰은 성체보단 조금 작아 보였는데 그래도 묵직하게 쿵 쿵 거리면서 우투리를 먼저 덮쳤어. 웃긴 건 우투리는 무장을 하나도 안 했다는 거야. 늘 두 주먹만 믿었거든. 가끔씩 토끼 같은 걸 잡을 때만 활을 쐈지. 왜 그럤냐고? 생각을 해봐. 힘으로 산을 뽑고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는데 병장기라고 해서 투리의 힘을 버티겠나? 금세 망가지지. 투리도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는지 곰에게 마주 달려들었어. 곰이 일어서서 앞발로 후려치는데 투리는 앞발을 잡아채서 던져버렸지. 나는 활을 들어서 시위를 당겼다가 그냥 내려놨어. 우투리의 무지막지한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


곰은 머리부터 쿵 하고 떨어졌는데 우직하는 소리도 같이 들렸지. 단숨에 목뼈가 부러진 거야. 우투리는 씩 웃더니 오늘은 운이 좋았다면서 말했지.


“허 아저씨, 오늘은 제가 한잔 사야겠네요.”


사냥에 먼저 성공한 사람이 늘 한 잔 샀거든. 내가 마을에 머문 지 딱 5년 되었을 때였어. 나는 5년 주기로 옮겨 다녀서 기억하고 있었지. 그 사건 때문에 결국 다른 곳으로 갔어야 했거든. 그때 우투리는 15살이었어. 15살에 단신으로 곰을 때려잡다니 영웅이 있다면 이런 전설을 써 내려가지 않았을까? 뭐, 알다시피 영웅이 되진 못했지만 말이야.


상처 하나 없이 잡은 곰 가죽이 얼마나 비쌀 것 같아? 나와 우포졸이 잡았던 호랑이 가죽을 진상한 걸로만 해도 우리 고을 사또가 조정으로 불려 갔다면 말 다했지. 그 당시에 호환이 많아서 전국적으로 호랑이 사냥꾼을 육성할 때였거든. 나와 우포 졸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서 착호장이라는 직위를 얻었지. 면에서 호랑이를 주도하는 직위인데 녹봉을 조금 더 챙겨주는 대신에 호랑이 사냥꾼에 불려 다녀야 했어. 다행히 5년 동안 그런 일은 없었지. 그래, 곰 가죽도 어마어마하게 비쌌어. 일 년을 꼬박 일해도 호랑이 가죽보다 적은 돈이었지. 곰 가죽도 비슷했어. 더군다나 상처도 없이 깔끔하게 잡은 거니 그건 더 심했지.


문제는 그거였어. 곰 가죽의 가치가 너무 컸다는 거지. 전에 있던 사또는 조정으로 불려 가서 한자리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새로 내려온 사또는 자기도 그렇게 조정에 불려 가고 싶어 했지. 야심이 넘치는 사람이었어. 나와 투리는 곰을 통째로 들고 내려왔어. 마을 사람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일 생각이었지. 탁주는 당연히 투리가 사는 거고. 우포 졸네 집까지 투리가 곰을 짊어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마을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구경하더군. 실수였지. 몰래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때 이방인지 아니면 호방인지 곰을 잡아서 돌아오는 우리를 봤나 봐. 부리나케 달려가 사또에게 고해바쳤지. 지난번 사또가 호랑이 가죽을 진상하고 나서 다른 관리에게도 콩고물이 꽤나 떨어졌나 봐.


우포 졸네 집에서 웅담을 빼내고 가죽을 벗겨서 널어놓고 고깃덩어리는 마을 한복판에 가져가서 동네 사람들 전부 나눠주고도 한참이 남더군. 중앙에 큰 모닥불을 피우고 한창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갈 때쯤 사또가 포졸을 이끌고 내려왔어. 우리는 사또에게 어떤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고 탁주와 곰 고기를 권했지.


“아이고, 사또 나리 오셨습니까? 여기 우투리와 제가 곰을 한 마리 잡았습니다. 한점 드셔 보십시오.”


사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어.


“내가 잡은 곰을 왜 자네들이 먹고 있는가? 내 고기는 양보할 테니 웅담과 가죽은 어서 내놓게나.”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지. 알고 보니 출세에 눈이 멀어서 곰을 자기가 포졸을 이끌고 잡았다고 보고 할 생각이었더군. 모든 공을 홀로 독차지하고 싶었던 거야. 그때 우포졸이 나섰지. 쓸데없이 강직하고 꼿꼿한 친구였어. 그래서 좋아했지만.


“아니, 사또!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우리 투리가 잡아온 곰을 사또가 잡았다니요? 농담이 너무 심한 거 아니십니까?”


생각해보니 이미 탁주 한잔 걸친 것 같네. 나였으면 조금 더 공손하게 말했을 거야. 아마도. 그렇게 우포졸이 사또에게 화내고 있을 때 우투리는 곰 가죽 벗기고 곰 고기를 나눠주고 오느라 온 몸에 피가 묻어서 우물가에 갔었어. 그 자리에 없었지. 우투리가 있었으면 일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녀석이었으니까.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내가 사또다, 이놈아! 어서 가져오지 못할까! 여봐라, 어서 우포 졸네 집으로 가서 내 가죽을 찾아오너라.”


같이 온 포졸들은 머뭇거렸어. 우포 졸도 나도 잘 알고 있었거든. 심지어 몇몇 포졸들은 우투리에 대한 소문을 잘 알고 있었어. 아기 장사 우투리. 아기 때부터 천하장사였다는 소문이었지. 그러더니 옆에 있던 이방이 안절부절못하더니 사또의 귀에 속삭이더군. 그래, 이방이었네. 사또에게 곰에 대한 이야기를 흘린 게.


“뭐? 고작 애 하나가 무서워서 사또의 명을 무시하는 건가? 네이놈들! 네놈들이 못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


사또는 허리춤에 걸려있던 환도를 뽑아들더니 우포졸의 목에 들이댔지. 사또는 무관으로 급제한 양반이었는데 원래부터 있는 집 삼대독자쯤 됐는지 성격이 폭급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냈어. 목에 칼이 들어오니 우포 졸도 술에 깼는지 벌벌 떨면서 자기네 집으로 안내했지. 나는 품 속에 있는 단도를 확인하면서 포졸들의 틈에 섞여서 조용히 따라갔어.


우포 졸네 집에 딱 들어서는데 처가 화들짝 놀라더군. 서방님의 목에 시퍼런 칼이 놓여있으니 그럴 수밖에.


“서방님!”


그녀는 외치면서 사또에게 달려들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 했어. 뭘 잘못했는진 모르지만 일단 빌고 볼 속셈이었던 거지. 근데 사또는 공격하는 걸로 착각했는지 달려드는 그녀를 발로 냅다 차 버렸어. 힘이 꽤 셌는지 아니면 그녀가 연약했는지 몰라도 꽤 큰 소리와 함께 나뒹굴었지.


그 모습을 본 우포졸은 가만히 있겠어? 눈이 시뻘게져서 사또의 멱살을 붙잡았는데 사또가 칼등으로 우포졸의 어깨를 세게 내려친 거야. 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그때 우투리가 들어왔지. 나는 호랑이도 보고 곰이나 표범도 봤어. 세상에서 온갖 경험을 다했지만 그때처럼 세상을 뒤흔드는 포효는 처음였어.


“아버지!!”


천둥 치듯 고함을 지르던 우투리는 이내 사또를 노려보고 시작했어.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는데 마치 불이 일렁이는 듯했지. 한걸음, 한걸음 쿵 쿵 거리면서 다가오는데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어. 이미 우투리는 2m에 가까운 신장과 바위 같은 근육이 몸을 감싸고 있었지. 심지어 씻고 온다고 웃통을 벗어버린 뒤였거든. 우투리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사또를 내려다봤어. 나는 사또가 오줌 지리면서 도망치지 않은 게 참 용했지. 사또는 나름 무과 출신이라 그랬는지 환도를 거칠게 휘둘렀어. 우투리를 곁에서 떼어내려고 발작적으로 휘두른 환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투리의 허리를 베어갔지. 우투리는 사또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분질러버렸어. 한 손으로 말이야.


우두득하는 소리와 함께 사또는 계집애 같은 비명을 내질렀지. 귀하게 자란 양반네가 그렇게 다쳐본 적이 있기나 하겠어? 나는 우투리가 사또를 죽여버리는 건 아닐까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다행히 우투리는 사또의 환도를 멀리 던져버리고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안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 나는 사또에게 점잖게 말했지.


“사또, 곰 가죽은 제가 잘 설득해서 진상할 테니 이쯤에서 물러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또는 축 늘어진 손목을 감싸고서 나를 노려보더니 휙 하고 몸을 돌려서 사라졌어. 그때 차라리 사또를 죽였어야 했는데 말이야. 내 실수였지. 뒤에서 단도로 귀 밑을 찌르고 반대쪽 귀까지 그었어야 했는데. 그 대신에 나는 우포 졸네 집으로 들어가서 간단히 상처를 봐주고 우투리에게 말했지.


“투리야. 내 오랜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 양반이 쉽게 끝낼 것 같진 않구나. 분명 사달이 날게다. 우선 곰 가죽을 바쳐서 사또의 화를 달래 보는 게 어떠냐?"


우투리는 아직 분노가 일렁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어.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쳤는데 어찌 제가 곰 가죽을 바쳐야 합니까? 제가 잡은 곰이고 제가 사또의 손목을 분질렀으니 허 아저씨는 빠지시지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포 졸네 집을 포졸들이 포위했어. 복수심과 곰 가죽에 눈이 먼 사또가 다른 고을 사또까지 끌어들여서 포졸을 불러 모은 거지. 심지어 자기네 집 머슴들까지 죄다 끌어 들었어. 오십 명도 넘는 사람들이 그 작은 초가집을 둘러쌓고 있었지. 그들도 우투리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어. 나? 나야 우포 졸네 가족이 걱정돼서 우투리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지. 우투리가 새벽부터 준비하길래 나도 일찍 깨서 포졸들이 들이닥치는 걸 보고 있었어. 내가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그대로 닥치는 모습을 말이야.


우투리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집에 있던 콩 한 말을 질긴 가죽 포대에 집어넣었어. 가죽 포대는 꽤 길었는데 예전에 나와 우투리가 잡았던 사슴 가죽을 무두질해서 만든 거였지. 어찌나 열심히 만들었는지 아주 튼튼했지. 나는 우투리에게 물었어.


“혹시 내가 도와줘야 하니, 투리야?”


“아닙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매듭짓겠습니다. 대신 부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우투리는 콩 한 말이 든 가죽 포대를 한 손에 쥐고 빙빙 휘두르며 마당으로 나섰어. 그냥 가죽 주머니에 콩이 잔뜩 들어갔을 뿐인데 내 눈에는 철퇴처럼 보이더군. 우투리의 괴력이면 맨손으로 호랑이도 쳐 죽이겠지만 아직 살인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 준비했나 봐.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려고 했던 거지.


나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서 집을 둘러싼 포졸들을 봤다. 그들도 저런 근육덩어리 사내를 상대한 적은 없을 거다. 우람한 근육과 살벌한 소문 속에서 우투리는 이미 괴물에 가까웠으니까. 우투리는 덜덜 떠는 포졸들과 머슴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포졸 아저씨들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세요. 거기 사또 나으리는 좀 남으시고.”

사또는 부러진 손목을 칭칭 동여매고 남은 한 손으로 환도를 움켜쥐고 있었어. 그는 우투리의 말을 무시하고는 소리쳤지.


“저 놈을 내 앞에 대령하거라!”


사또의 충직한 머슴들이 먼저 들이닥쳤어. 병장기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나무를 잘라서 만든 몽둥이와 목봉이 전부였지. 그들이 뛰어들자 우투리는 가죽 포대를 휘둘렀어. 훙 하는 소리와 함께 가죽 포대는 몽둥이를 휘두르려던 머슴의 머리를 강타했지. 그 사이에 누가 목봉을 찔렀는데 우투리는 한 손으로 잡고 그대로 당겨버렸어. 머슴은 앞으로 자빠지더니 곧장 날아오는 우투리의 발길질에 저 멀리 나가떨어졌지. 다시 일어나지 못한 걸로 봐서는 갈빗뼈가 몇 대 나간 것 같더군.


우투리의 싸움은 너무나도 단순했어. 다가오면 콩이 든 가죽 포대로 머리를 후려지고 더 가까워지면 주먹질이나 발길질로 멀리 날려버렸지. 철편을 박아 넣은 갑옷이 아니고서야 우투리의 괴력을 견딜 사람이 어딨겠어. 머슴들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자 포졸들은 차마 나서지 못했어. 사또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가죽 포대가 사또의 머리를 후려쳤지.


사또는 냉큼 환도를 뽑아 가죽 포대를 베어나갔지. 가죽 포대에 담긴 콩이 후드득 떨어져서 사또의 시야를 가릴 때, 우투리가 사또를 덮쳤어. 거대한 몸뚱이로 사또를 누르는데 그 사이에 우투리의 왼쪽 광배근을 환도가 찔렀지. 차돌처럼 단단한 근육 덕분인지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았어. 무기를 든 사람과 싸워본 경험이 없었던 우투리의 실수였지. 우투리는 사또의 목을 단숨에 분질러버렸어. 환도에 찔려서 피를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럴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어. 사또가 죽자, 포졸들도 머슴들도 전부 달아나버렸어. 우포 졸네 집에는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과 죽어버린 사또만 남았지. 우투리의 눈은 여전히 불을 품고 있었어.


우투리와 함께 사냥을 자주 다니면서 우투리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


“내가 잡은 사냥감을 왜 맨날 사또에게 바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양반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요? 왜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양반이고 누구는 상민이고 천민인가요. 누구 똥은 갈색이 아니라 황금색이랍니까?”


우투리는 넘치는 힘을 쓰고 싶어 했지. 늘 그랬어. 아침마다 바위를 들어 올리는 것도, 산을 뛰어다니는 것도, 그래서 그런 거였지. 만약 자신이 양반이었다면 이 힘을 더 유용하게 쓰지 않았을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힘이 세다는 걸 숨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황소처럼 우직하게 밭만 갈기는 싫었던 거지. 그러던 불만이 터져버린 모양이었어. 우투리는 사또의 시체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나를 불렀어. 나는 고민이 가득해 보이는 우포졸을 힐끗 쳐다보곤 우투리에게 다가갔지. 우투리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어.


“미안합니다, 허 아저씨. 괜히 저 때문에 말려들게 됐네요. 잠시만 참으시죠.”


우투리는 내 왼팔뚝을 잡더니 품 속에 있던 단도를 빼들어서 살짝 쑤셨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생각했어. 내가 혹시 투리에게 실수한 게 없나 싶어서 말이야. 역시 도와줬어야 했나?


“신음소리 한번 안 내고 잘 참으시네요. 이걸 보여주면서 옆 고을 사또에게 이 놈 시체를 가져가 주세요. 옆 고을 사또에게는 저를 잡으라는 명령 때문에 다쳤다고 하시고.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도망칠 생각입니다. 산으로 들어가면 세상에 도술이라는 걸 익히는 사람들이 있다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뒤엎어볼 겁니다.”


나는 원래 도망칠 생각이었는데 우투리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지. 우투리에게 도술을 부리는 도사들이 있다는 것도, 아주 오래전에는 신분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도 나였으니까. 어찌 보면 내 책임이나 다름없었어. 나는 나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말이 너무 많았어. 세상의 뒤 편에 감춰진 비밀을 조금씩 털어놨지. 내가 아주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조금씩 엿봤던 비밀 말이야.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내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그게 오히려 화가 되었나 봐.


“그래, 사또에게는 저기 강 따라서 도망쳤다고 이야기해놓으마. 내 걱정은 말고 우포졸과 어머니 잘 모시고 가거라.”


왼팔뚝을 보니 살짝 쑤신 것 같은데 피가 철철 흐르더군. 아무래도 우투리에게 내가 실수한 게 있긴 했었나 봐. 나는 헝겊으로 대충 지혈을 하고 사또를 어깨에 짊어졌어. 그때 사또가 들고 있던 환도가 툭 떨어지더군. 나는 그걸 주워서 우투리에게 건네주었어.


“몸 지키는 호신술도 한번 배워두면 좋을 거다. 네가 천하장사인 건 잘 알겠지만 무기를 든 사람과 상대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까.”


우투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도를 받아 들고 찔린 광배근을 움켜쥐고 부모님께 걸어갔어. 광활한 등판이 유난히 화가 나있어 보였지. 그 뒤에 이야기는 나도 잘 몰라. 산으로 도망가서 도술을 배우고 바위에 숨어서 반란을 일으킬 군사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어. 그리고 나중에 뒤따라온 관군에게 습격당해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언젠가 때가 오면 아기 장사 우투리가 돌아와서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들려왔지.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잘 이야기했더라면 어쩌면 역사에 제대로 남을 영웅이 한 명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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