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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Jan 26. 2021

인간인가? 괴물인가?

[스위트홈] 갈림길에 선 자들의 선택

코로나19 상황과 연계되어 공포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고전적인 공포영화라 할 수 있는 <드라큘라>와 <좀비>에도 팬더믹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흡혈귀에게 물리면 흡혈귀가 되고,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 괴물이 되어, 그 숙주가 되어 이러한 상황을 더욱 전파시키고 악화시킨다. 인간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고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두려움의 근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괴물들을 피해 달리고, 또 달린다.


과거에는 괴물에 잡히거나, 죽임 당하지 않게 도망 다니며 치열하게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요즘에는 주인공이 괴물이 되고, 괴물이 되어도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에피소드들이 자주 보인다. 이와 대비되어 괴물보다 더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 군상들도 만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정작 두려운 것은 괴물 그 자체라기보다는 인간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악마성임을 깨닫는다.


이런 영화의 스토리는 대개 비슷한 출발을 보인다. 평범하거나 아니면 그 조차도 못 되던 주인공이 어떠한 외부의 계기를 통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힘을 얻게 된다. 곧 그 힘을 통제하거나, 그 힘에 잡아먹히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게된다. 인간이기도 한, 괴물이기도 한, 인간도 아닌, 괴물도 아닌 존재가 되어, 결국 강력한 힘과 인간성 사이에서 택일하는 상황에 처한다. 정체성의 고민과 그 선택의 결과가 영화의 주제를 장식한다.



출처 : 영화 <에이리언3>



괴물과 싸우다 괴물과 한 몸이 된


<에이리언>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1979년부터 1997년까지 4명의 감독(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처, 장 피에르 주네)에 의해 탄생되었다. 인기는 여전하여 현재는 프리퀄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프로메테우스>(2012),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가 개봉했고, tv 시리즈인 <레이지드 바이 울브즈>(2020)가 시즌1을 마쳤다. 외전에 해당하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도 2004년과 2007년에 만들어진 바 있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여주인공 리플리와 우주 괴생명체 에이리언의 대결이 기본 줄거리다. 지구로 귀환 중이었던 우주선 ‘노스트로모’호는 외계 신호를 포착한다. 발신원은 정체불명의 거대 우주선이었고, 탐사 도중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하게 된다. 이후 에이리언과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되었다. <에이리언2>는 전작에서 홀로 살아남은 리플리가 냉동상태로 57년이 보낸 뒤, 다시 시작되는 혈투를 그렸다.


<에이리언3>에서부터 주인공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되었다. 리플리의 비상 탈출선이 교도소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그 안에는 에이리언도 있었다. 에이리언은 죄수들을 공격하지만, 리플리는 해치지 않았다. 리플리의 몸 안에 이미 에이리언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결국 리플리는 에이리언과의 장렬한 최후를 선택한다.


<에이리언4>는 에이리언을 군사 목적으로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으로 비롯되었다. 리플리는 인간과 에이리언 중간체인 8번째 클론으로 부활했다. 3편에서 리플리와 에이리언이 한 몸에 동거를 했다면, 4편에서는 각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다. 둘이 뒤섞인 결과 리플리는 에이리언의 지능, 체력, 산성피를 보유하게 되었고, 에이리언은 인간의 자궁을 갖게 되었다.


리플리를 복제하기까지 7번의 실험은 참혹했다. 그 결과물들을 마주한 리플리는 분노하여 모두 불태워버린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리플리는 에이리언에게 잡히는데, 이때 인간의 형상을 닮은 에이리언이 탄생한다. 혼종 에이리언은 실제 낳아준 여왕 에이리언이 아닌 리플리에게서 동질성을 느꼈다. 아기처럼 리플리를 의지하지만, 함께 지구로 갈 수는 없었다.



출처 : 영화 <에이리언4>



악마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키라는 착하고 여린 소년이다. 어느 날 그의 친구 아스카 료가 찾아온다. 그는 악마의 정체를 연구하던 피키라 교수의 자료를 바탕으로 악마를 찾고 있었다. 악마들이 모일 것으로 여겨지는 파티장에서 아스카 료가 사람들을 공격하자, 피에 반응한 악마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날 아키라는 악마 아몬과 결합하여, 악마의 몸과 인간의 마음을 가진 데빌맨으로 각성하게 된다. 아키라는 외양과 성격이 변하고, 신체적 능력도 뛰어나졌다.


아스카 료는 전 세계에 악마의 존재를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육상선수인 고다를 타깃으로 잡았다. 트랙을 달리는 그를 도발하여 생중계로 숨겨진 모습을 드러나게 했다. 이후 사람들은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공포심과 의심으로 혼돈에 빠졌다. 핵무기로 전쟁을 일으키려던 악마들은 강렬한 빛의 영향으로 소금기둥이 되어 버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스카 료는 자신이 누군지 찾아나선다.


유아사 마사아키의 <데빌맨 크라이베이비>(2018)는 나가이 고 50주년 기념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만화판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시간대는 현대로 옮겨왔다. 힙합과 sns 등의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 과도한 폭력성, 잔혹함, 충격적 결말로 인해 18세 등급을 받았다. <데빌맨>의 파격과 급진성은 <베르세르크>, <에반게리온>, <기생수> 같은 후배 작품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사람, 악마, 그리고 데빌맨으로 삼분되어 있다. 갈등은 지속되었지만, 인간과 악마의 중간적 존재인 아키라는 인간의 선한 면을 포착하여 인간의 편으로 끝까지 싸운다. 희망의 연결고리는 작고 연약한 곳에 있었다. 한 아이가 나서 데빌맨을 안아주자, 이를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과 사람들이 줄지어 동참했다. 이들은 사과와 함께 마녀사냥을 당했던 이들을 풀어주기도 했다.


‘울보’는 주인공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극초반 데빌맨으로 각성하기 이전에도 아스카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울었다. 인류가 광기에 빠져 서로를 공격하던 상황에도 데빌맨은 왜 인간끼리 서로를 죽이냐며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 울부짖는다. 악마적 외모와 함께 눈물을 지닌 데빌맨은 끝내 사탄에게마저 아픈 감정을 느껴 흐느끼게 만든다. 눈물은 슬픔과 연민, 나약함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상징할지 모르나, 그것이 또한 가장 강한 힘이 되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출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



인간과 괴물의 기묘한 동거


평범했던 고등학생 신이치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찾아온다. 그것은 신이치가 잠자는 동안 몸 안에 침투하려 했으나 오른손에 머물게 되었다. 정체는 인간의 뇌에 기생하며, 신체를 변형시켜 식인 동물로 만드는 외계 생명체(기생수)였다. 신이치는 오른손에 정착한 기생수에게 ‘오른쪽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제 둘이 공생관계가 시작되었다.


둘의 성향은 극명하게 달랐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오른쪽이는 자신의 동족을 인지하게 된다. 개와 한 몸이 된 기생수와 싸웠는데, 신이치는 오른쪽이를 '감정이 전혀 없는 곤충'처럼 느꼈다. 반면 신이치는 감성적이다. 놀이터에서 고양이를 괴롭히는 세 아이들에게 “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 너희와 똑같이 살아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둘의 공생이 길어질수록 서로 영향을 받아, 오른쪽이는 점차 인간적으로, 신이치는 점차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


지구에 온 것은 오른쪽이만이 아니었다. 다른 기생수들은 인간의 모습을 한 채로 인간사회에 섞여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종 사건을 일으키며 인간을 식량으로 사용했다. 오른쪽이 역시 인간을 잡아먹도록 되어 있었으나, 신이치가 식사를 하면 그 양분을 공급받는 것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저들의 살인을 막기 위해 신이치와 오른쪽이가 나서기 시작했고, 기생수들 역시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기생수>(2014)에서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가족의 모습을 한 기생수와의 대결일 것이다. 신이치는 어머니의 몸을 지닌 기생수에게 심장을 찔리는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오른쪽이가 심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오른쪽이 세포 일부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신이치와 오른쪽이는 융합의 단계에 이른다. 이후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성격까지도 냉정하게 변했다. 슬퍼도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신이치는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막바지에 이르면 인질로 잡혀 있는 사토미를 두고 신이치와 살인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살인마는 인간들은 원래 서로 죽이고 싶어 하는 생물이고, 그걸 관두니 인구가 70~80억으로 늘어나는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사토미는 어떤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간이라 말한다. 살인마와 싸우며 사토미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순간, 신이치에게 ‘인간은 마음의 여유가 있는 동물’이라고 말하는 오른쪽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생명을 위해 슬퍼할 수 있는 마음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출처 : 애니메이션 <기생수>


괴물이라고 다 같은 괴물이 아니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현수는 철거 직전의 아파트로 이사 온다. 스스로를 방에 가두던 소년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할 계획을 세웠다. 그 와중에 아파트에서는 계속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현수는 방을 빠져나오고, 아파트에 갇혀있는 사람들과 함께 괴물에 맞선다.


<스위트홈>(2020)은 웹툰을 기반을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원작(작가 김칸비, 황영찬)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다.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6), <미스터 션샤인>(2018)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연출한 이응복 감독의 작품으로 기대를 많이 받았다. 크리쳐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완성도 높은 CG가 많이 요구되었다. 회당 30억의 제작비가 투자되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들이 남몰래 지닌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졌다. 운동에 중독된 사람은 근육질 괴물이 되고, 관음증이 있는 사람은 거대한 눈알 괴물이 되는 식이다. 괴물화가 진행되지만, 모두가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욕망을 드러내면 괴물이 되지만, 그것을 견디면 괴물화를 막을 수 있다. 군인들은 괴물화를 버티는 사람(특수감염자)을 찾고 있었다.


학교폭력과 가정불화로 인해 삶을 비관하여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 소년도 점차 괴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람을 헤치는 여느 괴물과는 달랐다. 그는 내면의 자아와 투쟁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을 위협하는 괴물과 맞서 싸운다. 소년은 괴물과 맞설 수 있는 희망이었지만 동시에 주민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고립된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서로 힘을 뭉쳐 싸우던 이들은 결국 이 소년을 괴물이 아닌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괴물이 되지 않은 주민들이라고 모두가 선량한 것은 아니었다. 그린홈에서 아내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아저씨의 경우, 주민들이 식료품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 했다. 그는 매우 이기적이며 가정폭력을 일삼기도 했다. 어린이집 원장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모든 이들을 얕잡아 본다. 경비아저씨에게 썩은 생선을 선물했다.


막판에 드러나는 갈등은 괴물화를 버텨낸 현수와 의명의 대립이다. 의명은 실험에 자원했지만 고통 속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먼저 군인들을 경험한 의명은 현수에게 조언을 해온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죽으니 늑대로 살아야 한다고. 인간과 괴물은 공존할 수 없다며 자신과 같이 갈 것을 제안했다. 의명은 현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으나, 거기 멈추지않고 그린홈 사람들을 몰살시키고자 했다. 결국 현수는 괴물로 변하여 의명을 막아선다.


<스위트홈>의 포스터에는 "죽어버리거나, 괴물로 살아남거나"라고 적혀있다. 현수뿐 아니라 상욱과 이경의 개인 포스터에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으로 죽을 것인지, 괴물로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문장이라 하겠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하여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라도 인간이라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출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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