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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평제 Dec 23. 2018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

그런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큰누나는 말 없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당연했고, 그 소중한 것들을 잠시 뒤로 했을 때 아마도 절실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살아오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점점 무뎌져 갈 때가 많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현재의 삶에 완전히 적응을 했거나 반대로 낯선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당연한 것들을 잊고 살 때 말이다.

 

오늘은 특히 그런 순간들이 문득 생각이 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는 잊지 않기 위해 마주하기 위해 오랜만에 노트북을 꺼냈다.


2018년 12월 23일. 오늘 나만의 특별한 기록



Ep1.

오늘은 아빠의 음력생일을 맞아, 남은 가족들이 소소하게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퇴근 후 케잌만큼은 내가 고르고 싶었기에 집 근처 파리바게트를 방문했다. 문득 조카들의 기분을 환기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여느때와는 달리 뽀로로케잌에 자연스레 손이 갔다. 

평소라면, 생크림을 싫어하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 고구마 케잌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겠지만 어느 순간 조카들을 생각하게 되니 뽀로로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직원의 말에 문득 놀랬다.


" 초 몇개 드릴까요?"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당황했다. 아빠가 예순 둘이던가...셋이던가.. 

아빠 나이마저 잊고 살고 있었던 내가 미웠다. 

결국 넉넉하게 초를 받았지만 가슴이 미어져왔다. 


"아빠가 벌써 나이가 이렇게 들었네."


뒤돌아 생각하면 항상 나이는 나만 먹는다고 생각했다. 진짜 머지 않아 서른살에 온다는 생각만 했고 나의 시간만 빠르다고 생각했다. 누가 그랬다. "나이가 드는 속도는 0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가속화된다고." 

우리 부모님의 시간은 얼마나 빠를까.




Ep2.

큰누나는 잠시 매형을 만나러 폴란드행을 택했다. 소중한 핏덩이 둘을 외할머니댁에 맡기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그런 선택도 쉽지 않았을 것이 자명했을것이다. 소중한 두 핏덩이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삼촌과 함께 편하지도 않을 집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엄마를 찾아가며 버티고 있다. 

-

아빠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아이들이 뽀로로케잌을 먹기 시작할 무렴 큰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애들한테 전화하면 애들이 괜찮을까?"라고 걱정을 하며 말이다.  


사실은 애들이 울기를 걱정하기 보다는 아마 누구보다 애들이 보고싶었을 누나였을거란걸 안다. 

무뚝뚝한 막내동생이라 그런 생각을 하지만서도, 차갑게 말했다.


" 상관있겠나 뭐? 운다고 올 수 있는 거도 아닌데 뭐."


페이스타임으로 저 멀리 누나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둘째 조카는 엄마가 폴란드로 떠난 날 장염같은게 걸려서 하루종일 토하고 난리가 났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누나였고 둘째의 반쪽이 된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아무말을 하지 못했다. 나도 누나도. 철 없는 아이들은 마냥 엄마와 아빠를 보고 좋아하기만 한다.


하염없이 흘리던 눈물이 좀 가라 앉자 목이 맨 소리로 말한다.


"엄마, 내일 겸이 아침에 일찍 꼭 병원 보내줘. 부탁할게." 


그런 말을 옆에서 들은 나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 편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저 철없고 집순이던 누나가 언제 엄마가 됐는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엄마란 존재가 그저 커보일 뿐이다.

누나가 흐르는 눈물은 모든 걸 말해주었다.


-


당연한 것들을 잊고 있거나 너무 익숙해져버려있을 우리가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더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현재 마주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순간들,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들 말이다.

잊어서는 안될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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