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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r 19. 2021

행복도시, 제목만 들으면 수도권 뉴타운 같지만

호위딩 감독. 행복도시



*스포일러



누구나 저마다의 불행한 구석이 있다. 조상들의 기록도 그랬고 현대인들의 표정도 그러하며 미래 후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전에는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며 인내를 가장 좋은 선택지로 안내했지만, 지금은 쌓아두지 말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해소시켜야 한다고 독려하는 편이다.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사연과 변수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타인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 일찍 곁을 떠난 엄마는 범죄자였다. 남자는 방황하다가 경찰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부인은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셀 수 없는 외도를 저지른다. 남자의 생은 통제 불가의 타인들 사이에서 뒤틀려 있었다. 그러다 길에서 체포한 여성과 생의 공허를 공유한다. 어디 하나 기댈 곳도 기대할 것도 없는 삶, 둘은 도망치기로 한다. 훔친 오토바이와 다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 엉망진창인 현실이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떠난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장둥링(고첩)의 회상은 거기서 단절된다. 


현재의 장둥링은 과거를 아니 생의 찌꺼기를 정리하고 있다. 과거의 상사를 죽이고 아내의 외도남을 죽이고 아내를 죽인다. 그리고 감시 드론을 죽이면서 동시에 자신도 죽인다. 미래의 대만은 그저 어둡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누굴 죽이기 위해 필요한 다른 사람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치밀하게 잠입하거나 또는 충동적으로 하나하나 죽음의 숫자를 늘려가는 장둥링의 표정에 죄책감이나 혼란은 없었다. 그저 진한 피로감과 분노의 잔여물만이 남아 있었다. 자신을 밤하늘로 던지는 데도 미련이 없었다. 죽기 전에 딸을 만난다. 방금 사람을 죽이고 왔지만 그는 담배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온 무감한 모습으로 딸과 대화한다. 딸은 부모의 오랜 갈등을 알았고 아빠에게 이혼을 독촉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장둥링은 자기 집 앞에서 당당한 태도로 아내와의 관계를 밝히는 아내의 외도남을 돌로 쳐서 죽인다. 그리고 담담히 집에 들어가 아내와 말다툼을 한다.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장둥링은 아내의 호흡을 막은 손아귀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둘이 젊은 날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날은 처참하게 끝났다. 그곳에서 장둥링의 생도 마감했다. 불행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수 없이 생을 마감한다. 복수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성공률은 낮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도 사람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하지만 장둥링은 켜켜이 쌓아놓은 분노의 누적 게이지를 모조리 쏟아붓는데 '성공'한다. 그는 자신을 망쳤다고 판단한 주요 인물 3인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 자신의 형체까지 없앰으로써 세상에 미칠 추후 위험요소까지 제거한다. 다음 세대가 새롭게 시작하기에 괜찮은 환경이다. 현세대들의 폭력과 타락으로 다시 더러워지기 전까지 과거의 얼룩들은 잠시 사라졌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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