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감독. 사라진 시간
어제는 내가 누구였어요?
미친놈아 너는 미친놈이야
만수무강하세요!
너무 꿈이 길어요.
악몽은 가장 무서운 순간에 깨어난다
욕망의 쓰레기 소각
당신이 내 존재를 잊은 거 같아서
원래 아는 게 별로 없어, 사람은
너희 맨날 수학만 해?
경찰이 왜 소설을 써요?
내가 어젯밤에 뭐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나였을까. 또는 나는 언제부터 내가 아니었을까. 술을 왜 받았을까. 술병이 보일 때부터 침이 넘어갔겠지. 부어라 마셔라 강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고 그럼 딱 한잔만... 이러면서 받아마셨지. 헛것이 보이나. 헛소리를 들었나. 잠이 들었지. 불난 집에서 사람이 둘이나 죽었는데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 지끈거리는 머리로 눈을 뜨니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도 어제의 나를 모른다. 내가 알던 어제까지의 세상이 사라졌다. 어제의 내가 진짜 나라고 외치는 건 나뿐이다. 모두가 묵살하고 나조차 적응한다. 꿈인가. 상상인가. 누가 죽어야 끝나나.
아니 누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여도 죽지 않았다. 어제까지 알던 사람들은 어제까지의 나를 모른다. 새로운 직업으로 나를 부른다. 모두가 나를 내가 모르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래 이건 숙취일지도 몰라. 다시 미친 듯이 마시면 다시 되돌아올지도 몰라. 엉엉 흐느끼면서 술이 되어 술을 마셨다. 깨지 않는다. 아니 되돌아가지 않는다. 어제까지 알던 나의 사람들은 없는 번호가 되거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 나의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도 어제까지의 나를 모른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솔직히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과거의 나에 대한 증거를 꺼내면 스토커 취급을 하기도 한다. 죽은 자들의 집이 새로운 내 집이 된다. 죽은 자들의 마을이 새로운 주소지가 된다. 평행 우주인가. 다른 우주 속으로 술을 먹고 진입한 건가. 술을 건넨 노인과 마을 사람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받기 싫어서 내게 다른 우주로 진입시키는 약을 먹인 것인가. 그럼 노인과 마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지녔거나 그런 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미친 건 박형구(조진웅)인가 다른 모두인가. 배우가 사는 세상에 대한 비약은 아닐까. 어제까지 경찰을 연기하다가 오늘부터 선생을 연기해야 하는 정진영이 조진웅을 페르소나로 내세워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