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미너핸 감독. 홀스턴
우리 늘 대가를 치러요.
당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할 방식으로요.
넷플릭스 나르코스 시리즈와 리들리 스콧의 카운슬러,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와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을 아무리 반복 시청한들 미국 마약 시장의 나무와 숲을 대강 안다고 하기 어렵다. 마약을 다루거나 등장하는 다른 영화 콘텐츠를 섭렵한다면 공통분모를 추출할 수 있겠지만 창작자의 기호와 소비층의 니즈에 대해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표현하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과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 범죄 조직의 매출과 개개인의 환각이 직결되는 시장. 중독이라는 강렬한 연결고리. 그 중심과 주변에서 오가며 돈을 세고 말을 전하는 사람들. 영향력. 작은 습성에서 집단의 인생, 국가적 마찰과 역사적 유산으로 남는 결과물에 끼치는 해악, 어떤 관점에서는 혜택이라는 착각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홀스턴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약을 창조와 영감을 위한 원천으로 흡입하는 장면들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누적되어 다른 영향과 행동을 파생할지. 동성애, 패션, 에이즈, 트라우마 등 홀스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수많은 인상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궁금증은 마약에 대한 부분이었다. 거리의 풍경과 표정을 바꾸고 세계 비즈니스를 뒤흔든 패션 예술가의 천재성의 원천이 마약이었나. 홀스턴은 마약의 영향력을 긍정하는 영화처럼 보였다.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전기충격기처럼, 홀스턴(이완 맥그리거)이 생애 최초 마약을 흡입한 후 없던 영감과 창조력이 샘솟아 패션계를 뒤집어놓을 결과물을 단숨에 뽑아내는 단순한 구성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도 않는다. 홀스턴은 마약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집중력을 얻고 불안을 진정시키며 동료와 연인과 유대를 쌓는다. 파티를 즐기며 마약을 하고 마약을 하며 파티를 즐기며 점점 눈 뜬 거의 모든 시간에 코와 입가에 흰 가루를 묻힌다. 그의 몰락은 수순처럼 보였지만, 가장 갈채를 받는 순간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마약은 강력분보다 더 많이 뿌려져 있었다. 시대가 바뀌며 적응하지 못한 예술가의 쇠퇴였지 마약 중독으로 인한 타락과 붕괴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마약 때문에 에이즈 선고를 받은 게 아니었다. 마약은 홀스턴의 눈부신 시절을 지탱하는 가장 절실한 에너지로 표현된다.
드레스의 점선면, 색감과 소재, 세부의 총합, 피팅과 걸음걸이, 퍼포먼스 연출과 스토리, 놀라움을 전달하는 방식이 환각의 재연일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증폭시키고 물성화시키기 위해 마약은 충실한 기폭제가 된 걸까. 전기세도 못 내다가 천국의 뷰를 자랑하는 고층 타워까지 치솟는 홀스턴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에서 마약은 공기처럼 작동한다. 모든 들숨과 날숨에 섞여 나중에는 뮤즈 리자(크리스타 로드리게스)의 목소리마저 가려버린다. 홀스턴을 거울 안으로 가둔다. 오직 자신만 보게 한다. 착각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제국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애초 홀스턴은 상처 입은 아이였다. 상처 받는 입장으로 회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를 때리는 아비의 테두리가 아닌 어른의 골격과 성취한 명성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물론 관심 중독과 자기 연민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평생 곁에서 자신을 사랑한 자들을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상처 입히고 떼어놓는다. 만인의 기대를 비평가들의 찬사로 잇는 독창적인 디자인은 만들 수 있었지만 배경에 깔린 독재적 경영 방식과 폭압적인 디렉팅은 그를 오직 인간이 아닌 브랜드의 매출로만 연명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취하고 환호했을 때 마약은 환상의 폭죽이었지만 모든 게 흔들리고 모두가 떠나갈 때 마약은 끊을 수 없는 독극물이 되어 있었다. 홀란드는 탁월한 패션 스타일을 제공하며 개인을 환각에 빠뜨리고 거대 자본을 이동시키는 비즈니스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마약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그가 생애 마지막 시절 풍광이 아름다운 바다를 둘러보며 지냈다는 점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고인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겠지만, (감각적인 장면과 근사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홀스턴은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루는데 위태로운 균형감각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