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야쿠자와 가족
아버지가 죽은 바다에 출처 모를 마약을 던진다. 희망은 없고 광기만 이글거리던 10대의 겐(아야노 겐), 이로 인해 장기가 팔릴 위기에 처하지만 야쿠자 두목 히로시 시바사키(타치 히로시)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이후 겐은 그의 밑으로 들어가 야쿠자 조직원이 되고 온몸에 문신을 한 채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가는 곳마다 인사하는 사람들, 주먹과 윽박으로 해결되는 일들, 두목에게만 헌신하면 겐에겐 모든 게 가능했다. 시비가 붙고 조직이 위기에 처하자 겐은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간다. 14년 형기를 마치고 나온다.
어깨에 힘은 빠지고 눈빛의 살기는 사라졌다. 경쟁 조직에게 영역을 빼앗기고 세력 약화로 인한 조직원의 이탈, 야쿠자 입지의 축소로 인해 겐이 속한 조직은 경로당 신세로 전락한다. 두목은 암에 걸렸고 어울렸던 친구마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야쿠자의 화려한 시절이 어떻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그 시절이 끝나서 퇴화와 사멸의 절차를 밟고 있었다. 환경과 구성원 모두를 서서히 죽여가는 변화의 늪 웅덩이 속에 겐이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다. 고마움에 대한 호의를 사랑으로 착각한 겐은 쿠도 유카(오노 마치코)와 가까워지고 살인을 저지른 후 보낸 하룻밤으로 인해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는 걸 출소 후 알게 된다.
다른 환경에는 다른 적응이 필요했지만 14년 전 사고를 치고 감옥에 다녀온 겐은 이제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야쿠자 탈퇴 후에도 오랜 시간의 제약과 감시가 뒤따랐고 야쿠자 경력이 이후 모든 행정과 사법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했으며 더 이상 야쿠자와 엮이지 않는다는 세세한 검증이 필요했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다녀온 게 과거에는 훈장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혐오 및 회피 대상이 되어버렸다. 겐은 주변에게 사과했지만 그뿐이었다. 겐의 출소와 함께 주변인들의 시공간은 붕괴된다. 겨우 이룬 가족을 잃고 겨우 다니던 직장을 잃고 겨우 다니던 학교와 겨우 안정을 찾은 거주지마저 옮겨야 했다. 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과거 야쿠자로 설쳤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의 현재 인생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었다. 겐이 이제 와 자취를 감춘 들 파괴된 삶들은 회복될 수 없었다. 남은 건 분노와 절망, 폐허뿐이었다.
겐의 짧은 생은 아버지처럼 바다에서 끝난다. 피칠갑을 한 채 고통과 죄책감 속에 수장된다. 선조들의 범죄를 미화하던 야쿠자 윗세대와 현세대가 패망했고 이후의 세대가 다시 그들의 영웅담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만의 어둠 속에서 비리와 폭력을 저지르다 시대의 암묵적 요청에 따라 멸종하고 있었다. 불운과 불행의 서사를 아무리 깔아 두어도 저지른 범죄와 후유증이 명분을 획득할리 없다. 영화는 반추와 후회, 낭만과 어리석음, 부적응과 몰락 등 야쿠자 세력들의 추한 여정을 공연한다. 바퀴벌레 같았다면 질긴 생명력이라도 있었을 텐데 겐을 비롯한 아쿠자 무리들은 지독한 피해만 남기며 자멸하고 있었다. 어린 벌레들이 죽은 벌레들의 부스러기를 먹으며 뒤따르고 있었다. 일본의 바다는 깨끗해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