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개월의 미래, 카오스의 탄생

남궁선 감독. 십개월의 미래

by 백승권

답을 모르겠으면 문제를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 나는


미래는 임신한다. 원한 적 없었다. 지우려다 돌아선다. 미래(최성은)의 남자 친구 윤호(서영주)는 소식을 듣고 살짝 좋아하지만 대책은 없다. 윤호는 동업자가 도망쳤고 전세금마저 부모가 빼앗아 간다. 미래는 회사 프로젝트의 핵심에 있다가 임신을 이유로 (사실상) 잘린다. 다른 회사도 입사 거절 사유는 마찬가지였다. 미래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경력 단절은 뼈아프고 상처가 깊었다. 일의 목적과 동기는 확실했는데 임신은 아니었다. 과정과 결과에 대한 어떤 준비와 대책도 없었다. 윤호는 돈 없다고 악악거리고 미래는 생각은 많지만 생각이 애를 지워주진 않는다. 없던 모성이 갑자기 솟아오를 리 없다. 양가 부모를 모시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후 윤호는 시골집에 끌려가 돼지똥을 치운다. 미래는 전 직장 동료와 키스를 한다. 잘 나가던 선배 언니가 가슴 양쪽에 유축기를 달고 덜렁거리다가 갓난아이를 안고 울먹거리는 걸 목격한다. 미래에겐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부모, 친구, 정자 제공자 등 어느 누구도 미래의 답없는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영화엔 희망과 교훈이 없다. 십 개월 동안 우주 대혼란에 시달리다가 결국 세상 밖으로 카오스(태명)를 탄생시킨 미래의 지치고 암담한 표정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미래의 다음 세대는 카오스가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