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탄, 여성은 복수하고 남성은 보호하며 기계는 태어난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 티탄

by 백승권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불 지른 자가 세상의 모든 불을 잠재우는 자에게 숨는다. 그를 사랑하는 건 오직 자동차라는 기계였고 그는 기계와 성적인 관계에 몰입했고 그 결과로 신체적 변형과 마주한다. 임신한다. 뭔가 복부 안에서 자라고 커지고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와 정서적 학대, 교통사고로 인한 거대한 흉터, 증오와 차별은 이해와 공감의 영역에 있었지만 임신과 연결고리를 지었을 때 그것은 난감한 수식에 봉착한다. 흔히 영화의 조상들과 후손들은 화해와 희망, 연결과 영원을 이야기할 때 인간 여성의 임신과 인간 아기의 탄생을 필수 조미료처럼 집어넣곤 했다. 세대와 세계가 아무리 쪼개진들 이 상징성을 당해내기 힘들었다. 속죄이자 부활이었고 기회이자 용서였다. 그런데 자동차와 관계한 여성의 신체 일부가 금속으로 바뀌고 그 속에서 검은 휘발유를 양수로 흘리는 생명 같은 게 자라고 있다면? 난 영화가 엔딩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현상과 정체를 납득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도피와 도움이 필요했고 연쇄 살인과 존속 살해, 방화 이후 뛰어든 품이 소방관이었다. 소방관에게 거짓말을 한다. 내가 당신이 찾던 아들이다. 소방관은 받아들인다. 그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이해하려 애쓴다. 심지어 여성의 가슴과 거대한 금속으로 채워진 부푼 복부를 확인한 후에도 그와 그가 생산하려는 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소방관에게는 자신을 자식으로 믿어 달라는 이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괴물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어떤 역할을 자처하는 누군가 간절히 필요했고 기적처럼 찾아오자 완전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세상 모두가 그를 범죄자라고 찾고 있어도 소방관은 모든 의심과 폭력으로부터 그를 보호한다. 그리고 검정 액체를 흘리는 한 인간의 배 속에서 생명을 꺼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누굴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면 누굴 살리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소방관은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생명체는 태어난다. 살점과 기계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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