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단 로베르 글 /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 지연리 옮김
코끼리는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친구들이 몰려왔고 그들은 코끼리가 현재 기분이 안 좋고 그래서 풀어줘야 한다고 여겼다. 쇼가 시작되었다. 원숭이가 웃긴 이야기를 하고 타조들이 웃긴 춤을 추고 악어가 선물을 내밀어도 코끼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코끼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코끼리는 돌아누워 한숨을 쉬었다. 생쥐 한 마리가 다가왔고 코끼리는 너도 (내 기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가라고 했다. 생쥐는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난 그저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코끼리는 생쥐말을 듣더니 울기 시작했다. 생쥐는 코끼리를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코끼리는 다가와 생쥐와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둘은 작아진다. 대화를 천천히 이어가며. 코끼리가 울기 시작할 때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위로가 실패하고 거절의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는 순간이 내게도 있었다. 배려는 시끄러웠고 이게 배려인지 위로인지 아무것도 아닌지 결과적으로 실패인지 판단할 겨를조차 남아있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한없이 가만히 있고 싶었다. 한없이 가만히 있고 싶지 않을 때까지. 한없이 조용히 내 이야기를 하거나 한없이 누구에게도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었다. 코끼리는 그저 세상에 나만 불행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싶었다. 그래야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슬프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냥 아무렇지도 않은 지인들이 몰려와 위로하려 노력해도 그들은 나보다 훨씬 괜찮아 보여서 그들 앞서 나만 이상한 존재가 된 거 같았다. 그들의 위로 안에 내 자리는 없었다. 위로는 닿지 않았고 공감은 생성되지 않았다. 생쥐는 이방인이었다. 극심한 슬픔과 고립을 자처하게 될 때 나를 모르는 타인은 오히려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