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呪. 영상 시청으로 퍼지는 저주와 죄책감에 대하여

커멍룽 감독. 주呪

by 백승권

저주가 영상에 담겨 시청하는 모든 이들은 재앙을 면치 못한다...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예전엔 말과 글 등 인간이 구현 가능한 원초적 형태로 인해 전파되었다지만, 영상은 유튜브 수십억 뷰 시대라도 여전히 이질감을 지울 수 없다. 도구가 없던 시대에는 생채기를 내서 피로 메시지를 남겨 기어이 영향을 주고 싶었다지만 영상이라. 카메라가 달린 전화기나 캠코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화가 나서 저주를 만물에 퍼뜨려야 하는 데 손에 쥘 수 있는 기기 또는 배터리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아이고 이렇게 원통할 수가! 차라리 인간의 안구를 통해 각인된 저주의 이미지나 기록이 최초 접촉자에 의해 N차로 확산될 수 있다면 그래... 무지하고 호기심만 많은 현대인들을 혼내주는 고대의 저주란 그런 것이겠지. 하고 납득하겠지만. 맥북에서 재생되고 아이폰을 통해 시청 경험으로 퍼지는 저주라니. 아이의 고통과 엄마의 죄책감과 동행인들과 주변인들의 죽음과 안면손상 장면은 시야를 흔들리게 하지만. 그래, 저걸 다 숨겨놓은 카메라와 두 손 꼭 쥔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거지. 생사가 날아가는 와중에도 저걸 꼭 찍어야겠다는 초월적 본능으로 버텼다는 거잖아.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랑종에서도 아슬아슬했던 부분이 이 지점이었는데. 마치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들을 카메라 시점 안으로 들어올게 할지 말지 연출자 입장의 고민이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카메라를 든 자들의 셀피 같은 최후까지. 주는 촬영당한 대상이 환경과 시그널의 모든 만류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강행한 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선사하는지 (갈등하는) 모성애를 매개로 보여준다. 아이는 인질이 되고 아이를 낳은 여성은 죄인이 된다. 사건에 관여한 남성과 거의 모든 인물들은 목숨을 잃는다. 카메라는 누군가의 손과 가방에 의해 따라다닌다. 조만간 드론, 인공위성, 자율주행 자동차, 킥보드, 인공지능 스피커, 새벽 배송 서비스, 시리, 클라우드 서비스, OTT, 애플 키노트, 앱스토어, 뉴스레터, MS오피스365 등을 통해서도 저주가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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