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마이아 제이가 감독. 허슬
여기까지 와서 한 번 졌다고
물러서겠다는 거야?
빗맞힌 건 잊어
중요한 건 다음 슛이야
좋은 선수는 자기 위치를
훌륭한 선수는 모두의 위치를 알지
리그에서 30년을 보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몰아쳐, 알겠어?
내가 응원한다는 건 비밀이야
스포츠와 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고난과 성장은 필수 공식이다. 그만큼 예상 가능하고 차별화가 힘들다. 관객과 시청자는 늘 새로운 재미를 원하지만 어지간한 연기와 연출로는 충족시키기 힘들다. 결국 얼마나 많은 개인의 말 못 할 공감대와 맞아떨어졌느냐가 관건이 된다. 영화라는 콘텐츠의 재미란 명확하다. 일정 시간 영상과 대사, 이야기에 빠져 들었던 이들은 내가 이 시간과 어떤 값어치와 바꾸었는지 따지게 된다. 2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지루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악몽은 없다. 영화는 실패했고 시청자는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영화는 콘텐츠 이상의 존재로 등극한다. 책, 음악, 그림 등 그때까지 경험한 어떤 예술보다 더 깊고 진하게 오래 각인된다. 빈틈없이 편집된 영상과 수많은 취재를 통해 쓰인 살아있는 대사, 농구와 NBA에 대한 깊은 애정, 코트 위와 밖에서 끊임없이 상대와 자신과 경쟁하는 선수들과 코치들, 저열한 심리전과 지독한 패배, 인생을 단숨에 몰락시킬지 모를 위기감,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역사, 목숨 같은 가족들과 목숨을 잃을 뻔했던 과거,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준 사람의 죽음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긋지긋하고 처절한 여정,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반복, 온통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들, 기어이 겨우 한 발짝을 떼고 나면 서서히 같이 따라오는 것들, 포기한 양질의 삶, 비좁은 좌석, 제대로 떼워본 적 없는 끼니, 위협, 협박, 궁지로 몰린 삶, 여기서 멈추면 다시 완전히 뒤에서 따라온 모든 조각들이 같이 쓰러질 도미노 위기,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잊을 수 없었던 과거의 사고, 그날 이후 완전히 뒤집힌 인생, 먼 곳에서 발견한 원석,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세공하는 과정, 피땀눈물, 패배 패배 패배, 타인을 챔피언으로 만드는 직업, 무명의 길거리 선수를 NBA 슈퍼스타로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직업, 수도 없이 지쳐 쓰러져 포기하려는 선수 보(후안 헤르만 고메즈)와 수도 없이 지쳐 쓰러진 선수를 다시 일으키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 지르며 몸과 정신을 뒤흔드는 스카우터 스탠리(아담 샌들러). 이들은 아무도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는 개인의 고난을 뒤로 한채 NBA라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패배하고 다시 일어나 사투를 벌이고 패배한 후 다시 사투를 벌이고 기회를 얻는다. 애초 엄청난 실력과 역량을 보유했지만 NBA는 그 이상의 자본과 홍보, 관계를 갖추고 선발 시스템을 통과하고 나서야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 하고 그중 투자를 결정할만한 확신을 선사하고 나서야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곳이었다. 보와 스탠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도 최선을 다해 실패한다. 실패를 넘고 나서 다시 격돌한다. 애초 경쟁이 끝날 수 없는 곳이었다. 허슬을 보며 과거 (조던과 시카고 불스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NBA에 빠져들며 좋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보는 내내 자주 웃었다. NBA가 왜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아 끄덕거리며. 화려하고 격렬한 플레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코트 안과 밖 곳곳에 서려 있다. 머니볼(2011)의 빌리 빈(브래드 피트)이 이렇게 말했던 감정. "이러니 어떻게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