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어나더 라운드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를 수가 없다. 나를 바라보는 너희들(반 학생들)의 눈빛만 봐도. 한심과 한숨, 연민과 무시가 뒤섞인 정적. 나(매즈 미켈슨)는 너희가 싫지 않은데 너희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은데 눈앞이 하얗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 묶였는지 모르고 도무지 풀릴 줄 모르는 삶. 키가 비슷해진 아이들의 무표정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는 아내, 끝을 알 수 없는 거리감.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성인들과 일상의 규칙을 하나 비틀기로 한다. 낮에 술 마시기. 우리는 선생인데. 취한 몸과 얼굴로 소리 지르고 판서를 하고 처칠과 히틀러를 이야기하고 축구를 지도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합창을 지휘한다. 기적과 마법을 하나의 솥에 넣어 끓여 마시면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눈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가 맑아지고 영혼이 깨어나는 것 같다. 방황하는 청춘을 돕고 외면당하는 아이를 위로하며 가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시도를 열망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 천국의 낮에 이를 줄 알았지. 아내가 누워 있는 침대에 오줌을 싸고 만취한 채 마트의 물건을 깨부수고 비틀거리는 다리와 꼬인 혀로 회의에 참석하고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보트에 오른 후 다시는 육지에 다다르지 못할 줄은 누구도 원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어. 실험과 논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위장했지만 우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타인의 일상을 훼손했고 더 악화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우리의 일상을 더 파괴했으며 평생의 친구를 결국 관에 넣어야 했다. 용기를 낸 모든 일들이 좋은 결과가 되는 건 아니었지. 우린 한때 의도적으로 기억을 잃을 정도로 취했고 중독되었으며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러야 했던 거야. 되돌릴 수 없는 죽음과 돌아오지 않는 친구로. 환호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춤을 춘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지만 남은 사람들에겐 남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내게도 있을까. 온몸을 활짝 펼치며 물 위로 점프한 후에도 또 다른 기회, 어나더 라운드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