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슈레이더 감독. 카드카운터
지금 자네가 하는 생각을
나도 아주 오랫동안 했었어
성인 남자가 똥오줌을
지리는 꼴을 보면서
그냥 웃고 즐기는 거야
아무것도 우리가 한 짓을
정당화할 수 없어
관타나모 수용소의 외국인 포로들이
더는 심문에 반응하지 않자
SERE프로그램의 교훈을 역이용하기로 결정되었다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에게 고통을 가하기도 한다. 몸에 걸친 모든 옷을 벗기고 얼굴에 덮개를 씌우고 거꾸로 매달고 고막이 터질듯한 굉음을 계속 틀고 구타하고 잠이 들면 찬물을 끼얹고 배설물을 온몸에 칠하고 목줄을 하고 끌고 다닌다. 어떤 가해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깜찍한 미소와 승리자의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고 하던 행동을 계속 이어간다. 죽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어떤 피해자들은 괴물이 된다. 아내를 때리고 자식을 때리고 술을 들이붓고 악몽을 꾸며 모든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다가 자살한다. 경제적 궁핍과 학력 단절, 가족 해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유족들 중 살아남은 자는 맹세한다. 아버지를, 우리집을,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든 원흉들을 가해자들을 기필코 찾아내 반드시 똑같은 방식으로 고통을 가한 후 죽일 거라고. 혼자 분노하고 계획하고 준비한다. 그동안 세상이 변해 고문 가해자들의 일부는 처벌받고 수감되지만 책임자는 숨는다. 피한다. 도망치고 고요해진 후 다시 돌아온다. 수용소 내 벌어진 고문 가해의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고 형을 마치고 나온 전직 군인 윌리엄(오스카 아이작)은 사망한 고문 피해자의 아들 커크(타일 쉐리던)를 만난 후 그의 계획을 듣는다. 만류한다.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고문 가해자로써 자신의 과거가 얼마나 많은 개인과 가족의 삶을 끝장냈는지 실감한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윌리엄 역시 고문 시스템을 도입하고 실행을 명령한 책임자이자 전직 상사 존 고르도(윌렘 데포)에 대한 오랜 살의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피폐해진 가정 속에서 학업이 중단된 청년과 고문살인범죄를 같이 실행할 수는 없었다. 복수에 성공한들 커크를 또 다른 살인자로 만드는 거였다. 윌리엄은 뛰어난 카드 플레이어로써 자신의 원칙을 깨고 거액의 상금을 모아 그에게 전한다. 이걸로 잃어버린 삶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라고. 여기까지 보면 그는 피해자를 향한 금전적 보상을 통해 사죄와 용서를 구한 셈이었다. 그가 제란할 수 있는 법 안에서 가능한 최선의 거래였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그늘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타인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복수가 인생을 건 신념이 될 때 처음 보는 액수의 돈조차 계획을 수정하지 못한다. 커크는 윌리엄의 예상과 다른 결론으로 치닫고 윌리엄의 경로 역시 수정된다. 고문은 고문으로. 고통은 고통으로. 목숨은 목숨으로. 윌리엄은 용서와 구원 대신 복수를 선택한다.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에게 고통을 가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 수용을 위해 설립한 쿠바 내 관타나모 수용소는 현재도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