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살레스 감독. 온 더 로드
길은 끝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에게 길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샐(샘 라일리)과 딘(가렛 헤드룬드)은 뉴욕, 덴버, 멕시코를 오간다. 아버지가 죽고 또는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길을 잃거나 형체도 알 수 없는 뭔가를 대책 없이 찾아 헤맨다. 마약과 섹스에 탐닉한다. 다시 길을 잃다가 누군갈 만나고 웃고 춤추고 눈빛과 몸을 섞다가 마음과 정신을 섞고 시간을 섞고 여기저기를 오가며 이 사람 저 사람을 섞고 섞는다. 그러다 도망친다. 정착하려는 자에게서 벗어난다. 떠나지 말라고 잡는 자에게서 도망친다. 딘은 우는 아기를 버리고 음악을 들으러 술집에 간다. 임신한 아내 카밀(커스틴 던스트)을 버리고 친구와 놀러 나간다. 아내 카밀를 두고 메리루(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여행을 떠난다. 방탕과 타락을 기본권처럼 장착하고 우울과 오르가슴 사이를 과속으로 오가다 딱지를 끊는다. 아버지를 찾기 전까지 방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아버지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니 방황을 절대 끝내지 않을 작정이다. 경험은 순간순간 기록이 된다. 시와 시인이 추앙받던 시절이었다. 방황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한 세대를 대표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태도처럼 보였다. 윗 세대의 원죄가 영문도 모르는 후손들을 정신적 물리적 미아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방향이 없었고 스무 살이 넘었어도 목적지를 몰랐다. 모두가 그래서 당연해 보였다. 가해자들에게서 태어난 가해자들 같았다. 위스키와 재즈에 미쳤을 때는 몰랐다. 돈을 벌기 위해 늙은 동성애자(스티브 부세미)의 유혹을 허락해야 할 미래가 오리라고는. 시간이 지나고 광야를 가로지르던 기운이 조금 식었을 때 서로 다른 길을 간 친구와 좁힐 수 없는 거리를 확인한다. 너는 곱게 빗은 머리와 말끔한 얼굴, 슈트를 갖춰 둘렀지만 내게 남은 건 아직 찾지 못한 아버지와 자신을 증오하는 아내, 아빠 얼굴을 잊은 아이들밖에 없다는 걸. 눈물로 우정과 사랑을 호소하지만 이젠 다른 길 위에 선 저 사람은 더 이상 내 곁에서 같이 마시며 웃고 떠들 수 없다는 걸. 오랜 여행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보낸 과거에서 훗날 몇 조각의 구겨진 낭만 같은 걸 떠올릴 순 있겠지. 무지개 끝은 천국이 아니다. 스스로를 향한 연민에 갇혀 약에 절여진 흉측한 몰골로 객사할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친구의 타자기로 타닥타닥 몇몇 행적이 묘사될 수도 있다. 70년 전 비트 세대의 낭만은 여전히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