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세계

by 백승권

작가와 독자 사이에

거대한 오해가 있고

이 오해가 수익이 되는 걸

간파한 상인들이

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오래된 생각이 있어요.


순수하고

개인적이며

비상업적이고

지성과 직결된다는

오랜 믿음과 함께

계급의식을 형성하고 있어서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세계입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이끌고 있는

가장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기에


책이라는 물체가

인간의 육체보다 더 쉽게 썩지 않고

오래 남겨진다면


결국 인류보다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의 원류로서

인간이 지나간 시간 이후의

공간 곳곳에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작가와 독자가 그림자를 잃더라도

애초 상상으로 호흡하는 세계였기에

존속 여부에는 치명적인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문명이 손을 떼고

방치된 자연에 야생동물이 돌아오듯이

남겨진 것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생존을 모색하겠죠.


인간의 두려움은 결국

인간의 죽음이라는 한계에 가로막혀 있어서

이야기의 수명 또한 자신들과 같이

끝날 거라고 자만할지 모르겠지만


인간 이전에도 그랬듯이

인간 이후에도 아무 문제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이야기를 조각한 게 아닌

이야기가 인간을 먼저 유혹했으니까.

그리고 인간이 이야기의 창조자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으니까.


이야기는 여전히

계획대로 존재할 것입니다.


이제 인간은 자의든 타의든

알아서 사라지고

이야기는 거울 앞에 남아

다음 소재를 기다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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