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너는 없었어요.
서울역 인근에도 보이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성동구 메가박스 근처를 이따금 떠올리기도 했는데
서울숲과 주변 카페 거리의 문 닫은
비건 베이커리를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시청역과 서울스퀘어 사이 갈색
빌딩에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고
한남동 일신빌딩에는 다양한
감정이 여전히 서려있죠.
동탄역 롯데백화점 식품 코너를 평일
저녁마다 같은 빵집 앞에서 서성거렸고
강남 교보타워 스타벅스에서는 늘 같은
메뉴를 주문했었어요. 아아 말고.
삼성동 현대백화점 1층에서 걸음을
멈춘 채 눈이 붉어진 적 있었고.
명동 블루보틀에서 주문한 아이스 라테를
오랫동안 들고 있었던 여름과
동네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지만
아띠제에서 허겁지겁 빵을 먹던 겨울.
실내로 가득 쏟아지는 볕이 눈부셨고 지금이
쉽게 잊히지 않겠구나 생각했던 2월의 콜렉티보.
스타벅스 리저브는 전처럼 자주 가지 않아요.
전에 몇 번 말했었는데 지금은 대신 피크닉에 갑니다.
두 곳 모두 혼자 걸어갈 때마다 혼자 앉을 때마다
혼자 돌아올 때마다 비슷한 기분.
어두운 건물 안에서 이렇게 오래 앉아
대화할 줄 몰랐던 어떤 저녁.
왜 너는 슬프고 힘든 것만 더 선명하게 기억하나요.
고통은 훈장이 아니고 상처는 인센티브가 아닐 텐데.
제가 첫 번째 문장과
열여섯 번째 문장에 너라고 썼나요.
엄청난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그거 사실 나예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고
존재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를 켜고 다시 말할 수 있어요.
사라지는 그림자 사이에서
이제는 어디에도 나는 없어요
내 정체를 왜 거기에 두고 왔을까요.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시작한 거였어요.
이 미친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