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of a Woman

by 백승권

보일러 고장으로 다섯 살은 연탄가스를 마셨어요. 가까운 정신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았어요. 붉게 달궈진 쇠에 아홉 살 손바닥을 치지지... 지졌어요. 며칠 후 아물긴 했지만 프라이팬 끓는 기름이 열 살 손등에 퐁당 떨어진 건 알로에를 문질러도 남았어요. 휴지통에 불 붙인 열한 살은 집 전체를 태울 뻔했고 학교에서 열 살은 거의 매일 담임에게 뺨을 맞고 안경이 날아갔어요. 열두 살이 되어도 거의 매일 (다른) 담임에게 뺨을 맞고 안경이 날아가고. 얼굴이 하얗다는 이유였다는 작은 대화를 우연히 들었어요. 쟤만 보면 짜증 난다고. 할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열세 살은 과속으로 달리던 아는 사람 프레스토(세단)에 치였어요. 성장판이 부서지고 뇌에 출혈이 일어나 뇌수술을 고심했다가 너무 어려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봤다고 들었어요. 이때 병원에서 무마취로 부러진 다리뼈를 비틀어 맞추려고 해서 여러 번 소리 지르며 기절했었어요. 모두가 나를 누르고 있었고. 스무 살은 우드락 자르다가 자를 꾸욱 누르고 있던 손가락도 살점이 덜렁덜렁 세로로 같이 자를 뻔했었고 180도 끓는 기름 한쪽팔에 쏟기도 했고. 스물두 살은 거대한 보일러에 몸이 깔렸어요. 깔리며 뒤로 쓰러졌고 비명을 질렀어요. 머리가 터지고 안경이 날아가고 눈 주변을 갈가리 찢었어요. 철근에 찔려 복부가 뚫리는 줄 알았고 내장의 음식물이 역류해서 기도를 막아 살려달라는 비명이 저절로 나왔어요. 다 오래전 이야기죠.


아직 살아있는 몸으로 이렇게 적고 있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서 이렇게 적고 있어요. 눈 주변, 손등, 발목의 희미한 흉터는 아무 느낌이 없어요. 엑스레이로만 보이는 조금 찌그러진 머리뼈도 그렇고. 살아남아서 크게 감사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살아있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테니까. 그건 너무 다행이긴 하죠. 우리가 되기 전 있었던 이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편지 첫 줄을 쓰다가 너무 내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죽죽 그어 지우는 정도의 일이죠. 당신은 몰라도 괜찮고 저는 말하지 않으면 되는. 우리 앞에서 나의 역사는 외우지 않아도 되는 시험 범위예요. 바꿀 수 없는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의 동선만 바꿀 수 있다면 나는 내 수줍은 과거를 조작할 수도 있고 과잉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 앞에서 지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Head of a Woman

Vincent van Gogh (1853 - 1890), Nuenen, March 1885

oil on canvas, 38.8 cm x 31.3 cm

Credits (obliged to state):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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