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사랑, 다시 사랑의 시대에게

by 백승권

*본 글은 월간에세이 8월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사랑, 다시 사랑의 시대에게


백승권



깊이 경외하고 한껏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안녕. 잘 지냈어?

나는 잘 모르겠어. 수년 전부터 좋아요와 구독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고 숨도 쉬기 어려워. 또 어떤 방식으로든 뭔가를 표현하고 반응할 때 공감 공감 공감을 빼놓으면 절대로 안될 것 같아. 경계 없는 척 온통 경계하는 삼엄한 분위기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어쩌면 무모하고 조금 허황되기 그지없으며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일지 몰라. 그래서 더 소중할 수 있겠지.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해.


사랑?

우리가 다시 사랑에 대해 더 크게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보다 사랑을 다시 말하기 더 좋은 타이밍은 없어. 이쯤에서 떠오르는 서로 다른 형태의 빈 상자가 있겠지. 70억 명의 지구인에게는 70억 가지 이상의 사랑의 모양이 존재할 테니까. 내가 권유하고 싶은 사랑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사랑이야. 오직 자신을 위한 사랑. 모든 단계를 거쳐 최후의 수혜자는 사랑을 원하고 실행하는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해.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그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감정을 절정으로 만끽할 수 있어야 해. 인간, 물건, 연결, 감정 등 세상 모든 가시적 비가시적 형태를 지닌 것들에게는 사랑이 깃들어 있거나 느낄 수 있잖아. 1초면 볼 수 있는 짧은 영상들과 수억 권의 처세서들이 익숙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순수한 감정에 집중하는 진정 이기적인 사랑, 이것이 이번 시즌부터 좀 더 격렬하게 제안하고 싶은 사랑의 장르야.


이제 이 사랑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주거나 받거나 공유하거나 활성화하거나 퍼뜨려야 할까. 주체 및 최종 수혜자가 나 자신이라면 이 사랑을 위해 전제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법칙이 있어. 관성, 가속도에 이은 제3의 뉴턴 운동 법칙, 바로 작용 반작용 법칙이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이렇게 쓰여있더라. '두 물체가 상호 작용할 때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을 서로 가한다...(중략)... 모든 힘이 서로 반대되는 힘에 의해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그 물체는 평형 상태 있다.’라고. 여기서 평형 상태란 온통 불안한 시기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고 누리고 싶은 균형과 평화야. 이를 위해 서로에게 가해야 하는 같은 크기의 힘, 난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상상해 봐.

거대함은 거대함으로, 소박함은 소박함으로, 같은 크기의 사랑을 서로에게 줄 수 있다면 그만큼의 사랑이 각자에게 돌아오는 거야. 사랑이 작용하는 방향에서 다른 사랑이 되돌아오지. 한없는 사랑을 서로에게 줄 수 있다면 한없이 사랑을 각자가 받을 수 있는 거야. 첫 문단에서 했던 말 기억나? 절대다수가 공감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는 거지.) 하지만 이 견해의 출처는 인류의 새로운 관점과 지성의 잠재력을 깨운 위대한 과학자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증명해 낸 법칙이잖아. 마주하는 관계 속에서 헌신하는 사랑의 총량과 돌려받는 사랑의 총량은 같아야 한다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


잠시 현실의 렌즈로 갈아 끼우면 결코 쉽지 않긴 해. 우린 대부분 베푼 사랑에 비해 적게 돌려받았으니까. 오히려 상처 입은 적이 많아 움츠러들었으니까. 차라리 단절을 선택하는 게 더 편안하게 여겨지기도 하니까. 맞아. 나도 그런 적 많아. 그래서 돌려받을 사랑을 요목조목 계산하며 사랑을 퍼부을 곳을 공들여 고르기도 해. 난 예수 그리스도, 마더 테레사, 마하트마 간디가 아니라서 원수에게까지 일일이 사랑을 퍼부어줄 순 없거든. 그러니까 우리끼리만 사랑을 주고받기로 약속하자. 그거 들었지? 누군갈 사랑하게 되면 자아의 영역이 확장된다고 하잖아. 선택한 대상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해. 서로에게 마음껏 사랑을 주는 일이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 가장 공익적인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 정말 멋지지 않니. 나의 우리를 향한 모든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는 거야. 그러다 가득 채워져 전부가 되겠지. 그래, 지금이야. 비로소 도착한 지금 이 순간. 사랑의 시대를 시작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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